세모와 동그라미
반듯한 세모 두 개면
이 세상 그 어떤 별도
그릴 수 있다는 소녀에게
그림에도 재주가 없는 소년은
소심함 탄로 날까
어딘지 구부정한 동그라미
일단 그리고 본다
마음?
그린 이의
궁색한 설명이 채 붙기도 전에
이 볼품없는 타원은 팔자에 없던
그럴듯한 작품명을 얻는다
마음!
속으로 목청껏 감탄하는 사이,
그 <마음> 위에
세상에서 가장 반듯한 세모 두 개가
살포시 포개져 빛나고 있다
마음?!
죽어 있던 소년의 가슴속 동그라미가
제 앞의 영롱한 우주의 파편을
품어보겠다, 감히 요동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