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수사
매운 건 딱 질색이라
이 고상한 식성을
한 수 접어가면서까지,
가장 아끼는 옷에 눌어붙을 때까지
모르고 있었다면
겸상의 상대는 단연코 한 사람뿐이다
이제는 일말의
찰기도 윤기도 사라져버린,
삼분의 이는 고추장인지 뭔지 모르는
뻐얼건 소스에 범벅이 된
이 결정적 증거 앞에서!
나는 오늘도 사랑이라는
유죄 앞에서
덜컥 겁이 나
허겁지겁
증거인멸을 시도하는 것이다
건조해질 대로 건조해진
기억의 파편은
평소보다 곱절은 묽은 침에
운명의 처분을 맡긴다
증거불충분.
이 잔혹한 팻말이 반기는
소화기관에서는
얼마 전 비슷한 맥락으로 고참이 된
노오란 염색 머리칼이
반쯤 위액에 잠긴 채
삼킨 이를 책망하는
최후변론에 한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