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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일원 May 18. 2020

표적수사

사진: pixabay

표적수사

매운   질색이라
 고상한 식성을
  접어가면서까지,
가장 아끼는 옷에 눌어붙을 때까지 
모르고 있었다면
겸상의 상대는 단연코  사람뿐이다

이제는 일말의
찰기도 윤기도 사라져버린,
삼분의 이는 고추장인지 뭔지 모르는
뻐얼건 소스에 범벅이 
 결정적 증거 앞에서!

나는 오늘도 사랑이라는
유죄 앞에서
덜컥 겁이 
허겁지겁
증거인멸을 시도하는 것이다

건조해질 대로 건조해진
기억의 파편은
평소보다 곱절은 묽은 침에 
운명의 처분을 맡긴다


증거불충분.
 잔혹한 팻말이 반기는
소화기관에서는


얼마  비슷한 맥락으로 고참이 
노오란 염색 머리칼이
반쯤 위액에 잠긴 
삼킨 이를 책망하는
최후변론에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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