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 사이로 새어 나가는 것을
구태여 붙잡으려 하지 말지어다.
누군가 치고 들어오기엔 비좁은,
적당한 틈은
옥죄지 않고 서로를 살게 하는 피난처이자
안식처가 될 터이니.
틈은 항시 좁아야만 하는 게 아니다.
점점 벌어지면, 그때 좁히고
점점 좁아지면, 그때 벌리는 것이다.
틈이 전혀 없는 상태를
온전한 합일(合一)인 양 설파하지 말거라.
그건 어느 하나가 어느 하나를
먹은 것이다.
하나가 하나에 삼켜지는 것은
합체가 아니라 잠식(蠶食)이다.
- 정일원, 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