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햇볕이 쏟아지는 작은 교실에서
나른한 선생님의 목소리를 듣곤 했었지.
창 너머로 펼쳐진 운동장의 모습을 보며
여기서 나간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지.
하지만 언젠간 다가올 그날이 그리 기쁘지는 않았어.
할 수만 있다면 교실에 남아 수업을 계속 듣고 싶었지.
너와 함께 말이야.
수치
그는 목에 줄이 매어진 채 끌려가는 가축의 삶을 살고 있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그에게도 자유가 있었고, 선택의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대가를 감당할 자신은 없었다. 상황은 늘 완벽하지 않았고, 자기비판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결국 마지못해,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만이 그에게 남았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삶은 결정되었다. 그는 이미 결정된 삶에 주도권을 잃은 채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자기 발로 걷지 않는 삶보다 수치스러운 것이 또 있을까.
그는 뒤늦게 깨달았다.
유성
빠르게 지나가는 유성 위에서
지구를 내려다보자.
드넓은 대지는 눈에 담을 수 있을 만큼 작아지고
영원의 시간은 아쉬운 한 순간이 되어
그렇게 지나가겠지.
감사
쏟아진 퍼즐 조각을 가만히 살펴보다가
하나를 골라 집어 들었다.
이 조각 안에 감사함이 담겨 있다면
다 맞춘 조각은 분명 행복할 거야.
걸음걸이
발을 내딛는 네 걸음걸이는
언제나 당당한 모습이었지
발판이 불안하게 흔들려도,
시커먼 구멍이 입을 벌리고 있어도,
바람이 불어와 거세게 흔들어도,
네가 세상을 향해 보여주는 모습은
언제나 당당한 걸음걸이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