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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설한장 Jul 21. 2022

어느 날

문득, 그냥 무서운 거야.


분명 가슴 뛰던 목표가 있었는데.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일이 있었는데.

짧은 시간만이라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보자고 다짐했었는데.

그렇게 할 수 있는 일이, 하고 싶었던 일이, 내 인생의 한 켠을 장식해야 했던 일들이 그저 시간이 조금 지났다는 이유로 사라져 버려.


그래. 이제 그럴 나이지. 경력도 생각해야 하고, 앞으로 인생설계도 해야 하고.

가정을 꾸릴 생각도 해야 하고, 가족 생각도 해야 하고.

늘 사라지는 은행 잔고도 확인해야 하고, 집 값과 대출도 알아봐야 하지.

그래. 이제는 정말 그럴 때지.


그래서 무서운 거야.

이렇게 현실을 살다가 보면, 하루하루 몸에 새기는 시간을 흘려보내다 보면, 결국 뒤에 남겨놓았던 것들을 다시 찾지 못할까 봐.

언젠가 품었던 꿈, 희망, 설렘, 바람을 젊은 날의 추억으로 가슴에 묻어 놓고, 그 시절 눈앞에서 빛나던 다양한 가능성을 모두 잊은 채 살아가는 거지.


후회? 아니, 그렇지는 않아. 결국 이렇게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우리 모두가 그렇잖아? 그래서 후회하지는 않아.

이건 그냥... 미처 정리하지 못한 미련일까. 왜, 방 청소하다 보면 손이 닿지 않는 구석에 남아 있는 먼지들이 있잖아. 뭐, 그런 거지.


가끔 꿈을 꿔.  그 시절에 내가 앞 뒤 생각하지 않고 이런저런 사고를 쳐서, 결국 눈앞에 있던 그 가능성들을 쫓아갔다면 어땠을까. 물론 엉망진창이야. 그래도 지금보다는 아주 조금 더 재밌어 보여. 그건 내가 꾸는 꿈이라서 그런 걸까? 현실이었으면 달랐을까?


너는 어떻게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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