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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설한장 Oct 29. 2022

사랑

  살다 보면 참지 못할 갈증을 느낄 때가 있지? 왜, 생각해봐. 찜통같이 더운 여름날이라던가, 한 시간에 걸친 운동을 막 끝냈을 때라던가, 뜨거운 사우나에서 나와 몸을 식히고 싶을 때라던가. 그럴 때면 시원한 물 생각이 간절해지곤 하지? 나도 마찬가지야. 평소에는 별 문제없지만 가끔 그렇게 타는 듯한 갈증에 빠질 때가 있어. 그럼 별 수 없는 거지 뭐. 아무리 나라고 해도 그런 생리적인 욕구는 참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때가 되면 내가 필요한 건 오직 하나야. 너처럼 밝고 생기가 도는, 내 이상형에 딱 들어맞는 사람의 피 한 방울. 그걸 마시면 타는 듯한 갈증은 사르르 녹아 사라질 거고, 나는 다시 평범하고 일상적인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 테니까.

  이제 알겠지? 네가 여기에 그런 꼴로 누워있는 이유를. 미안하게 생각해. 하지만, 그래도 네가 조금은 날 이해해주길 바라. 알고 있어? 우리에게 있어 피를 마시는 행위는 좀 특별해. 네가 이해해주지 않는다면 나는 아마 사랑에 거절당한 소녀처럼 상처 입을지도 몰라. 그리고 이 갈증의 고통 속에서 서서히 타 죽게 되겠지. 끔찍한 모습일 거야.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을 정도로. 그래도 네가 그 모습을 보길 원한다면, 그때는 어쩔 수 없지. 나도 잘못한 게 있으니까. 강요하고 싶지는 않아. 선택은 오로지 네 몫으로 해 두고 싶어.

  자. 이제 됐지? 나는 이제 갈증이 한계에 다다랐고, 너도 마음을 굳힌 모양이니까. 네가 어떤 선택을 하던 나는 원망하지 않을 테니까. 이제 시작할게. 음, 손을 조금만 들어줄래? 다리는 조금 아래로 내리고. 고마워. 자, 그럼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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