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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설한장 Oct 29. 2022

무거워

  야, 야, 하는 소리가 몇 차례 들리더니 퍽 하고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무겁다고 했잖아!”

  그녀가 참지 못하고 휘두른 주먹이 오른쪽 어깨를 정확히 강타했다.

  “그러게 질게 뻔한 내기는 하는 게 아니라니까.”

  슬쩍 놀리자 주먹이 또 날아왔다. 아프다. 주먹을 보지 못했다면 뾰족한 돌로 내리쳤다고 생각할 정도로.

  “대체 안에 뭘 넣어서 다니는 거야?”

  “뭐 대단한 건 없어.”

  나는 적당히 대답했다. 자세히 말해봐야 내 입만 아플 것이 뻔했으니까.

  “너 무슨 흉기라도 들고 온 거 아니야? 수상해.”

  우리는 둘이서 인적이 드문 산길을 올라가고 있던 참이었다. 내 배낭에 정말 그런 흉흉한 물건이 들어 있다면, 지금은 썩 그럴듯한 스릴러의 한 장면이라 할 수 있겠지. 그러나 난 곧 생각을 고쳐먹었다. 아무리 잘 만든 스릴러라도 주인공이 이 모양이면 제대로 될 리가 없으니.

  그럼에도 일단 그녀의 말은 맞았다고 인정해두자. 내 배낭에는 정말로 흉기(혹은 그렇게 부를만한 물건)가 가득 들어 있었으니까. 그리고 내가 앞으로 할 일은 그녀가 떠올린 불온한 상상과 비슷한 면이 있었다.

정말 손해 보는 역할이다. 끝없이 투덜대는 그녀의 목소리만이 내 신세한탄을 거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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