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소다 Aug 22. 2023

내가 뭐라고, 당신을 가늠하겠는가

섣부른 판단과 나의 민낯

오늘 당근마켓 거래를 했다.

꽤 고가의 제품을 두 명에게 판매를 했다.

첫 번째 사람은 승용차를 타고 왔으나,

말을 더듬었으며 무언가 수상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나의 직감이 의심스럽다고 경고했다.

두 번째 사람은 트럭을 몰고 왔으나

점잖았으며 말투에서 예와 덕이 느껴졌다.


나는 가족에게 당근거래에 대해 말했다.

"첫 번째 사람 좀 이상한 것 같아, 말도 더듬고

되게 수상해 보였어"

가족도 조심하라며 넘겼고, 나 역시도 거래가 끝났기에

해프닝으로 넘겼다.


그러다, 문제가 발생했다. 나는 이 제품을 총 3개를 가지고 있었는데,

서로의 보증서가 바뀌어 판매가 된 것이었다.

이 사실은 두 번째 판매자가 알려줘서 인지하게 되었는데,

매우 곤혹스러웠다.

그에게 상황 설명을 하곤, 첫 번째 판매자에게 연락했다.

이런, 세 시간째 연락이 안 될 즈음 스스로 생각했다.

"아.. 수상하더라니 느낌이 안 좋은데.."

그러던 중 첫 번째 판매자에게 연락이 왔고, 나는 상황설명 후

찾아뵙겠노라 말했다.

다행히 그는 흔쾌히 받아들여줬고 시간에 맞춰 찾아갔다.


그가 사는 집은 소위 주변에서 가장 비싸다고 알려진 아파트로

방문객조차 함부로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었다.

나는 그가 미리 프런트 팀에 알려준 덕에 확인을 거쳐 들어갈 수 있었고,

내가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곤 이내 달려와 보증서를 건네주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 내가 가도 되는.. 데 늦은 시간.. 에 고생하시.. 네요"

나는 그의 말이 이렇게 화답했다.

"아.. 아닙니다 번거롭게 해 드려서 죄송해요"

뜻밖에도 그는 나를 차 타는 곳까지 안내해 줬고,

그렇게 그와 헤어졌다.


헤어지고 나서 그에게 감사 인사를 다시 한번 전한 후

시동 킨 차 안에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나는 왜 그를 그렇게 밖에 판단하지 못했는가?"

라고 말이다.


말이 어눌하다는 것, 수상한 기운을 내뿜던 그가

비싼 아파트에서 산다고 해서 인식이 바뀐 걸까?

아니면, 그의 친절한 응대에 감사한 것일까?

잠시 고민 후에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애초에, 내가 뭐라고 그를 판단하지?라고 말이다.

나는 그를 판단할 자격이 없다.

모든 사람은 각자의 사정이 있을 것이며,

그가 되지 않고서 알 수 없는 필연적인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말이 어눌하다는 이유로, 행색이 수상하다는 이유로,

나는 그를 내 멋대로 판단했다.


이러한 사실을 깨달았을 때 자괴감이 몰려왔다.

참, 부끄럽다. 이것이 나의 민낯이었다.

내가 뭐가 잘났다고 다른 사람들을 평할까?

나의 성향으로 인해 타인을 섣불리 판단한다면,

오늘처럼 그 사람의 냄새를 제대로 맡지 못하리라.

앞으로 타인을 바라볼 때, 섣불리 판단하는 자세를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다.


나의 우주와 당신의 우주
어찌 가늠하는가.
당신이 유일한 샛별은 당신만이 품는다
우리는 서로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에
이해할 수 없다.

 


작가의 이전글 당신은 당신 스스로 가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