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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소다 Aug 29. 2023

부모가 된다는 것

부모도 자란다는 것.

부모가 된다는 것은 자식으로서 부모의 마음을 헤아린다고들 한다. 내가 한 아이의 부모가 되어보니 이 말도 맞았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심정이 이해가 갔다. 하지만 아이가 자라면서 한 가지 느껴지는 것이 있는데 바로,

내가 한 아이의 부모로서 존재함으로, 나도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생활도 어느 정도 했고, 풍파도 겪었기에 다 자란 줄 알았던 나의 내면이 자라고 있었다.


내가 이런 느낌을 느낀 것은 최근이었다. 아이가 4살이 막 지났을 무렵 말을 유창하게 하기 시작하면서였다.

세상을 다 주고 싶은 나의 아이지만, 제 멋대로 굴 때면 화를 참을 수 없었다. 아이에게 화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나면, 우는 아이를 달래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달래지고 나면 끝날 줄 알았지만, 어느 순간 아이는 이렇게 묻곤 했다. "화내서 마음이 아팠어. 나를 사랑하는데 왜 화내?" 맞는 말이기에 당황스러웠다. 내가 생각하고 있었던 좋은 부모라는 인지요소와 아이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는 인지요소가 충돌했다. 애써 좋은 부모라는 허울로 합리화하며 아이를 설득하곤 했지만, 과연 내가 좋은 부모가 맞을까?라는 생각에서 내 성장이 시작됐음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아이는 정말 순수하다. 책에서 나와있듯 부모의 말, 행동, 습관을 그대로 따라 하며, 스펀지처럼 흡수한다. 그렇기에 그동안 내가 행해왔던 일련의 모든 루틴들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었다. 스마트폰보다는 책, 무분별보다는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 상스러운 말보다는 좋은 말 고운 말을, 늦잠보다는 규칙적인 수면습관. 

이 모든 것들은 아이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곧 부모도 발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나는 아이가 태어나서부터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지금처럼 살면 부족함 없이 먹고살 순 있으며, 노후도 이상 없었다. 문제는 내가 아이에게 더 좋은 환경을 마련해주지 못한다는 이유 모를 죄책감에 사로잡히곤 했다. 이왕 세상에 태어났으면 부유하고 좋은 환경에서 사는 게 더 좋을 텐데 라는 생각. 가족은 내 죄책감에 대해 쓸모없는 생각이라고 했다. 그때 당시는 몰랐으나, 최근에 결론 내린 바로는 쓸모없는 생각이 맞다. 하지만, 나는 이 죄책감을 쓸모없이 폐기하기보단, 성장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기로 했다. 걱정, 불안, 우울은 반대로 말하면 일을 행할 수 있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의 성장에 대한 여정이 시작되었을 무렵, 나는 죽을뻔한 병에 걸렸었다. 신의 도움인지 모르겠으나, 통증이 느껴져 찾은 병원에서 문제가 발생하기 전 발견했다. 이후 이어진 수술로 나의 인생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렇게 죽으면 내 인생이 너무 허무할 것 같다는 기분. 이러한 죽음의 공포 속에서 얻은 감정은

아이에게 느끼는 죄책감에 더해졌다. 그리곤 이 둘은 융합되어 내 내면 속 웅크리고 있던 기질을 일깨웠다.

죽기 전 "i did everything i wanted"라고 말할 기질 말이다.


나도 가족도 이렇게 성장하고 있다. 한 아이의 부모로서도, 한 명의 인간으로서도 말이다. 결국 부모란 자신이 성장하면서 자식을 성장시키는 존재 아닐까? 그것이 부모가 된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앞으로 아이의 세상에서는 AI가 모든 지식을 말해 줄 것이다. 그러면 당연히 부모가 전달해 주는 지식의 한계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경험에 입각한 지혜를 알려주는 것만이 아이에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이젠 부모에게서 배우는 단순한 지식이나 정보는 AI가 알려 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AI가 대체하지 못하는 노하우나 지혜를 아이에게 가르쳐 주는 역할. 앞으로 부모라는 존재는 그것을 해줄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나는 나의 성장을 게을리하지 않고, 아이에게 세상의 숨겨진 이치를 알려주는 코치로 남으려 한다.  한 사람을 제대로 된 성인으로 만들어 낸다는 건 그만큼 어렵겠지만, 부모인 나에겐 생명을 대하는 고귀한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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