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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소다 Sep 01. 2023

강아지와의 이별이란

안녕? 안녕! 안녕.

 19년도 6월 집에 혼자 있기 적적하다는 가족의 등쌀에 못 이겨 애견 숍을 방문했다. 나는 당시 강아지가 우리의 삶에 위안을 줄 순 있겠으나, 새로운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에 대해 부담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강아지 입양에 극구 반대하던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런 나의 생각은 그 녀석을 보고 나서부터 의미 없는 메아리가 되었다.


애견 숍을 들어갔을 때, 다른 강아지들을 볼 필요가 없었다. 초롱초롱한 눈을 가지고 있는, 사랑스러운 강아지를 봤기 때문이다. '아 얘다'라는 직감이 들었다. 분명, 다른 이쁜 강아지들도 많았으나, 얘가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가족의 마음을 풀어주려 '단순 방문'했던 애견 숍에서, 어느새 강아지를 집으로 데려오고 있었다. 품종은 비숑, 이름은 하얀 설탕 같은 이름 '슈가'였다.


어린 슈가는 참 잘 자라줬지만, 초보 반려인으로서 공복토에 놀라 병원을 방문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놀다가 내 머리와 눈이 부딪혀 동물 병원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렇게 다사다난한 일을 겪고, 울고 웃으며 슈가는 자연스럽게 우리의 가족으로 스며들었다.


어느 날, 우리에게 또 다른 생명이 찾아왔다. 나의 아이. 나와 똑 닮은 아이가 태어났다. 부모가 늘 그렇듯 신생아 시기 잠도 못 자고 힘든 시간을 겪었다. 나와 가족이 힘들어지니, 하루 2~3번 가던 산책에서 1번으로 바뀌었다. 한 여름 주간에 밖을 나서는 건, 아이를 고통스럽게 했기 때문이다. 가을엔 중국발 미세먼지, 겨울엔 추위로 인해 늦은 밤 퇴근하는 나에 의해서만 산책을 갈 수 있었다. 이 시기 많은 사람들이 강아지를 유기한다고 하지만, 나는 우리 가족의 일원을 버린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우리는 힘든 시기 공유했다. 


아이가 8개월쯤 되던 때, 다시 산책을 2번으로 바꿀 수 있었다. 주간엔 가족과 아이가, 밤엔 내가. 그렇게 우리는 여유를 찾아가고 있었다. 아이에게만 쏟던 관심이 슈가에게도 돌아갔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 균형을 찾아갔다. 이런 일상이 반복되던 와중,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해 강아지 임종 영상이 추천되었다. 잠결에 클릭하여 보게 된 영상은 한 아이가 강아지를 안고 '잘 가..'라며 울먹이는 영상이었다. 주변 가족들은  '고마웠다' ' 사랑한다' ' 우리가 나중에 하늘나라 가면 꼭 마중 나와줘' '사랑한다 내 새끼'등 슬픔이 가득했다. 가슴이 찡하게 울렸다.


한 번도 슈가가 우리 곁을 떠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앞으로 자라 날 아이와 슈가는 우리와 영원히 함께 할 줄로만 알고 있었다. 머릿속으로는 강아지의 삶이 인간보다 짧다고 알고 있으나, 쉽게 인정할 수 없었다. 그러나, 다가오는 현실이었다. 나는 이별을 미리 준비하기로 마음먹었다.


슈가가 무지개다리를 건널 때면, 가족이 제일 걱정됐다. 슈가와 가장 오랜 시간 함께했던 사람. 그리고, 이전에 한번 이별을 경험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아이는 소중한 가족을 잃는 경험을 할 테고, 마찬가지고 슬픔에 잠길 것임이 뻔하다. 따라서 나라도 슬픔을 감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슈가와의 이별 연습을 선행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계획처럼 해낼 순 없었다. 슈가가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생각만 해도, 눈가가 촉촉해졌기 때문이었다.  상상만으로도 머릿속이 슬픔으로 가득해졌다. 슈가는 마지막 길에 이렇게만 말할 것만 같다. '정말 행복했고, 주인이라서 너무 고마워. 나중에 하늘나라에 오면 마중 나올게! 같이 산책하자.' 이별 생각을 할수록 이 생각만 들어 눈물만 났다. 로봇 같이 감정 없는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는 내가, 강아지가 없는 삶을 슬퍼하고 있다니. 정말 놀랄 일이다.


그래서 요즘엔 슈가와 함께하는 일상에 감사하며, 행복을 되뇌인다. 서로에게 작별 인사 후에 떠날 날은 분명 온다. 하지만, 미리 슬퍼하기보다 현재에 행복하려 한다.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순간이 오면, 오히려 이렇게 해야 잘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 '후회 없이, 사랑했노라' '다시 만나겠노라' '고마웠노라.'


그리고 마지막 순간,

안녕?으로 날 반겨줬던 너와,

안녕! 하며 같이 시간을 보내고,

안녕. 하며 너와 작별을 고하려 한다.

일단 지금은 행복하자.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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