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임을 만든 회사와 클레임을 걸 수밖에 없는 고객과의 중간위치
백조생활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텔레마케터'라는 일을 했을 때가 생각이 많이 납니다. 최근에 일했던 분야는 충격이 너무 커서 그러는 건지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인지 가물가물하답니다. 신기하게도 말이죠. 요즘 저의 일상은 매일매일 비슷합니다. 제 기준으로는 주어진 자유의 한계는 있지만 그래도 럭셔리해서 너무 좋습니다. 비록 누가 보면 '노새노새 젊어서 노새'로 볼 것 같기도 하지만요~.
최근에 '마로니에 백일장'을 다녀온 이후로 적극적으로 원하는 분야에서의 일자리를 계속해서 찾고 있어서 여기저기 지원 해 놓고 연락을 기다리면서 집안일은 살짝궁 후다닥 하고, 별다방에 간답니다. 지난달 생일에 별다방 기프트콘을 여러 지인들에게 받은 게 있기도 해서 매일은 아니지만 커피 마신다는 핑계로 글을 쓰러 다닌답니다.
제가 진짜 원하는 삶이기도 하지만 이렇게까지 연락이 오지 않는 걸 보니 '라면집'이라도 해야 하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라면을 워낙 원하는 스타일에 맞춰 잘 끓여내기에 친구가 권해 준 업종이랍니다.^^; 그럼 내일은 꼭 면접이라도 잡히길 바라며 4~5년 전에 있었던 센터에서의 일이면서 '해당 분야의 일을 하다 보면 생기게 되는 고충 중 하나'에 대한 이야기를 해 드리겠습니다.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를 하던 때'의 어느 고객센터 이야기']
->' 이건 '퀴즈'가 아니니깐요. 그냥 그런데가 있구나~!'라고 생각해 주시면 됩니다.
제가 시작한 '텔레마케터'라는 직업은 '누구나 시작할 수 있지만, 누구나 오랫동안 하기에는 힘든 직업 중 하나'라는 말처럼 어려운 일입니다. 제가 일하면서 예상한 것 보다도 더 '시간이 흐를수록 수학문제를 푸는 것처럼 어려운 업무들'을 만나온 겁니다. 그렇다고 '아웃바운드' 업무의 경우가 더 편하고, 덜 어렵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절대 아닙니다. 대부분의 '아웃바운드'업무는 '영업'이라서 어떤 사람에게는 많이 어려울 수 있는 업무랍니다.
최근 '상담원도 가족입니다' 이렇게 시작하는 멘트가 나오기도 한참 전에는 80% 이상의 고객들이 상담 중에 '욕'을 해도 상담원이 '선종료'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모니터링 평가'를 위해서라도 절대 안 되는 일이라 그냥 듣고 있어야 했습니다. 그냥 세상에 쉬운 건 없다고 생각해야 했고, 정신 바짝 차리고 이겨내고 있었던 때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자주 '욕'을 먹어도, "어떤 업무의 경우 '갑'이 되는 건 '상담원'이라고 생각하자"라고 생각의 전환을 하니 어느 정도는 괜찮았습니다. 사실 '밥 사 먹을 돈도 없다'라고 말하며 쌍욕을 하시는 고객들은 진짜 제 기준으로 '진상고객' 앞에다 필히 '개'자를 붙여줘야 할 만한 사람들이 대부분인 업무를 하게 됐을 때였습니다. 정말 '욕'으로 시작해서 '욕'으로 끝나는 통화내용은 너무 하지 않을까요?!' 그래도 날 위해 나 나름대로의 방법이 '멍 때리다 보면 어느새 '끝인사'만 하면 되니 못 견딜 정도는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기도 했습니다.'
"때론 속으로 웃으며
'욕'을 해도 한 가지 욕 밖에 모르네?!"라고 생각하며 버텨냈습니다.
하지만 상담원 업무는 참 여러 가지가 있다 보니 콜들이 비슷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클레임들의 내용이나 콜의 종류마다 모두 비슷하지도 않습니다. 아주 드물지만 '피를 말리는 콜을 듣고 응대해야 합니다.' 저 역시 오랜 경력이라고 해도 자주는 아니더라도 이런 경우는 가끔 생깁니다. 그런 콜들은 대부분은 '3번의 진정성 있는 사과' 이후에도 해결이 안 된다면 '상급자에게 토스'를 하게 되어 있는 곳도 있지만, 아닌데도 있습니다. '콜센터'마다 똑같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첫 콜부터 마지막 콜까지 욕을 먹는 경우는 거의 없기도 합니다. 그냥 나름의 오랜 경력이 말해 주듯 '충격적이거나 참기 힘든 적은 그나마 자주 있지는 않았습니다. ' 3~4군데 채권업무를 할 때랑 비교해서 말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런 일이 생겼습니다. 해당 클레임의 문제는 모두 고객센터의 잘못이 맞고, 고객이 지적하는 부분을 당장 해결 해 줄 수는 없기 때문에 그저 사과만 계속할 뿐이었습니다. 고객이 기다린다고 먼저 말한 뒤 콜을 끊을 때까지 '사과' 밖에 할 수 없었고, 그러다 보니 제가 작아지는 콜이었습니다.
하지만 전 아직도 이해를 못 하는 부분이 있어 다시 말을 꺼냅니다. 일단 본사에서는 상담원들을 뭐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했습니다. '욕받이'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면 이 따위 상황을 만들어 놓고, 사과와 양해는 상담원들이 하게 만들면 도대체 어쩌자는 건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 '그지 깽깽이 같은 업무처리'였습니다. 다른 센터들 같은 경우에는 좋은 방법으로 먼저 제시를 해서 양해를 구하는 데 말이죠.
해당 클레임에 대한 일처리 능력이 부족했던 건지 '선진국'인데도 불구하고, 주문하는 방식도 촌스러운 옛날 방식이라서 클레임을 키우는 업무방식이라서 매우 당황스러웠던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보기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해당 고객센터의 일처리로 인해 그날부터 두 달 동안 매일 '첫 콜부터 마지막 콜까지 고객님들의 '욕'을 상담원들은 먹어야 했습니다. 그런데다 그게 해당 고객마다 하나의 콜이 아니라는 거죠~ 클레임이 클레임을 부르는 일처리였기에 '욕'을 배불리 먹었던 하루하루였지요. 이게 상담원들도 상급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에 그냥 '언젠가 해결될까?!'라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고객들이 만족할만한 답변은 하나도 없었으니깐요.
그러던 어느 날 마지막 콜로 어떤 30대 정도의 남자고객이 연결되었습니다. 점잖은 목소리에 화가 난 음성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인사를 받아주더니 그 이후부터는 차근차근 당사가 잘못한 것과 아직도 해결이 안 됐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고객을 우롱하냐며 계속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1시간이라는 시간은 저의 피를 말리는 시간으로 짧지 않았습니다. 1분이면 끝나야 할 콜을 60분째 응대했던 콜이니 정말 '미치고 팔짝 뛸 만한 일'을 사과와 시간으로 이겨낸 콜이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얼마나 시달렸는지 목이 뻣뻣해지고, 두통까지 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통화 중에도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서 심호흡을 한 두 번하며 끝까지 응대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스트레스가 계속 쌓여도 말입니다.
그랬더니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때부터 시작된 저의 '두통'은 떠나질 않았고, 호흡을 제대로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며칠 동안 지속되자 전 '공황장애' 같은 건 아닌 지 병원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전혀 그렇지 않다며 의사 선생님께서는 '공황장애'의 증상을 자세히 설명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증상은 사라질 생각이 전혀 없기에 전 잠깐의 휴가를 써야 해소가 될 거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휴가'가 안되면 '퇴사'를 생각하며 요청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심각한 건 그 남자고객의 목소리가 잠들려고 하면 양쪽 귀에서 맴돌아서 잠을 잘 수가 없다는 게 심각한 상태라는 겁니다. 바쁜 시기라고 해도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제가 죽을 것 같아서 말도 안 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휴가'를 신청했고, 혼자서 여행을 떠나게 됐습니다. 한국어는 듣기도 말하기도 싫었으니깐요^^; 묵언수행을 하는 건 아니지만 무작정 떠난 여행이 저에게는 '사막의 오아시스'가 됐고, 지금도 이렇게 긁적일 수 있게 된 고마운 여행이었습니다. 비록 참을 수 있을 만큼의 스트레스는 남기며 돌아왔지만요.
부디 여러분도 '쉼표'와 여유가 필요할 때를 놓쳐서는 안 됩니다.
"적재적소 아시죠?!^^;"
무엇보다 '스트레스'라는 이 녀석을 조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