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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룡 Mar 27. 2019

내가 좋아하는 말

멋진 단어들 

1. 

스트레스가 많거나 배부른 저녁이나 한가한 주말 낮이면 나는 동네 숲에 간다. 울창한 나무 아래에서 쉴 때나 새들이 열매 먹는 모습을 쳐다보고 있으면 마음이 평온하고 여유로워진다.  숲에서는 서두르는 사람도 없고, 화를 내는 사람도 없다. 숲의 주인은 사람이 아니라 나무와 새와 꽃과 곤충들 같다.

☞연상단어: 나무, 흙, 산책, 휴식, 자연


2. 여름밤

여름은 1년 중 가장 무덥고 밝은 계절이다. 사람들은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 밤이 되도록 밖을 돌아다닌다. 청계천으로, 한강으로, 숲으로, 거리로 나오는 것이다. ‘여름밤’이라는 말과 함께 그런 풍경을 떠올리면 이상하게 설렌다. 여름날 밤 산책을 나갔던 것, 가족들과 마당에 누워 북두칠성을 바라보던 것, 남자친구에게 처음 고백을 받았던 것도 모두 여름밤의 일이었다.  

☞연상단어: 무더위, 열대야, 한여름, 낭만, 추억

     

3. 흥성거리다

‘흥성거리다’라는 말은 대학교 1학년 백석의 ‘국수’를 읽으며 처음 알게 된 말이다. 이후로 이 말보다 흥성거리는 것을 잘 표현하는 말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사람이 모여 흥겹게 떠드는 풍경을 뜻하는 의미도 잘 담아내는 것 같고(興盛), 마치 의성어처럼 실제 그 풍경에서 들려오는 소리와도 꼭 닮은 것 같다.   

☞연상단어: 흥성흥성하다, 흥성대다, 활기차다, 활력, 흥겹다


4. 오름

‘산’을 뜻하는 제주도 방언 오름. 그래서 제주에만 있는 오름. 내가 처음 오른 오름은 ‘물영아리 오름’이었다. 오름 중턱에서 풀을 뜯는 소떼를 보고, 오름 꼭대기에 펼쳐진 억새밭을 보고 적잖이 놀랐던 기억이 난다. 사실 오름은 그냥 ‘산’이라기보다는 ‘자그마한 산’이다. 사람도, 소도, 누구라도 오름직한 산이라서 오름인지도 모른다. ‘오름을 오르다.’라는 말이 가진 운율도 마음에 든다. 

☞연상단어: 오르다, 올라가다, 언덕, 동산, 제주도 


5. 사유

사유는 깊이 생각하고 두루 생각하면서 사물에 대한 의미를 찾고, 깨닫는 과정이다. 나는 사유를 통해 어떠한 현상이나 삶의 의미를 찾는 시간을 참 좋아한다. 또 그것을 나의 언어로 적은 후 두고두고 읽는 기쁨도 크다.  

☞연상단어: 생각, 궁리, 분별, 사려, 사색


6. 초록 

초록이라는 말에서는 싱그러운 향기가 나는 것 같다. 아마 파릇한 풀이 연상되기 때문일 것이다. 또 초록으로 덮인 광경은 언제나 황홀하다. 녹음으로 가득한 여름날의 가로수길이 그렇고, 새싹을 들이미는 봄날의 들판이 그렇다. 초록빛에서는 생기가 느껴진다. 젊음이 느껴진다.  

☞연상단어: 녹음, 푸릇푸릇, 푸르름, 초목, 싱그러움

     

7. 진솔하다

‘진솔하다’는 말에서는 진실함과 착함이 느껴진다. 아마 ‘가식’과 반대되는 말이라 더 호감이 가는 것 같다. 누구라도 가식적인 사람보다는 진솔한 사람과 친구가 되고 싶을 것이다. 겉모습만 번지르르한 사람이 아닌, 말과 행동이 진실한 사람이 되고 싶다. 

☞연상단어: 진실하다, 정직하다, 소박하다, 참되다, 미쁘다 


8. 유쾌하다

나는 ‘유쾌하다’는 말을 주로 사람의 성격을 표현하는 데에 사용해 왔다. 가령 밝고 유머러스한 사람을 보면 “그 애는 참 유쾌해.”라고 말했다. 내가 ‘유쾌하다’라는 말을 좋아하는 이유도, 내가 유쾌한 성격의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때 ‘유쾌함’은 무조건 웃긴 것과는 조금 다르다. ‘유쾌함’ 속에는 무언가를 비하하거나 비꼬지 않는, 밝고 상쾌한 즐거움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연상단어: 즐겁다, 상쾌하다, 재미있다, 밝다, 발랄하다  


9. 달콤하다

달콤한 것들은 기운을 북돋아주고 기분도 좋게 한다. 가령 초콜릿이나 콜라, 단밤 같은 것들 말이다. 비단 미각으로 느껴지는 달콤함뿐 아니라 마음으로 느껴지는 기분 좋은 끌림에도 우리는 ‘달콤한’이라는 형용사를 붙인다. 달콤한 만남, 달콤한 휴식, 달콤한 시간 등등. ‘달콤하다’라는 단어는 무미건조한 일상을 더욱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꾸며준다. 

☞연상단어: 달다, 달큼하다, 달달하다, 감미롭다, 행복하다 


10. 고즈넉하다

흥성거리는 여름밤의 거리도 좋지만, 때로는 한적하고 아늑한 장소에서 조용히 사색에 잠기거나 도란도란 가족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더 행복하게 느껴진다. 초록이 짙은 산정호수, 노을에 물든 협재 바다, 시골집 한옥 등등. 모두 고즈넉해서 떠올리면 마음이 편안하고 고요해진다.  

☞연상단어: 한적하다, 조용하다, 고요하다, 잠잠하다,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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