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브랜딩인가HR인가 Feb 14. 2022

저자가 책의 디자인까지 직접 기획하는 이유

조직문화 시리즈, 세번째 저서 <딜레마의 편지> 출간을 앞두고

<그래서, 인터널브랜딩>, <조직문화 재구성, 개인주의 공동체를 꿈꾸다>에 이어 조직문화 시리즈로 세 번째 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조직의 우상을 숭배하는 14년 차 직장인 L에게 보내는 악마의 편지, <딜레마의 편지> 


# 관련 포스팅 



이번에도 지난번 <조직문화 재구성, 개인주의 공동체를 꿈꾸다>에 도움을 준 디자이너 S와 함께 

각 페이지의 문장과 레이아웃, 일러스트, 표지 디자인을 함께 기획하였습니다. 



좋은 음식을 먹을 때 우리는 어떻게 느낄까요? 


먼저, 우리는 혀로 느끼고 이로 씹고 침으로 녹이며 음식의 참맛을 음미합니다. 두 번째 음식을 삼킬 때에는 첫 번째 느꼈던 감각과는 분별하여 새로운 감각을 '의도적으로' 찾아가며 맛을 되새김질해 보죠. 심지어 세 번째 음식을 맛볼 때에는 식재료 하나하나가 가지고 있는 고유성과 모두가 하나로 어우러졌을 때의 시너지를 분별해 보기도 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그가 가지고 있던 '맛에 대한 감각과 경험'이 확장되죠. 그저 하나의 음식만을 먹어도 훌륭하지만  함께 페어링 된 다른 식재료와 먹었을 때, 이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맛의 향연이 입안에 펼쳐질 때 우리는 더욱 만족스러운 식사 경험을 누리게 됩니다. 



책을 읽을 때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독자는 흥미와 몰입감으로 페이지를 넘기고, 다음에는 의도적으로 문장을 곱씹으며, 이후에는 자신의 경험과 삶을 돌아보며 새로운 질문과 상상의 영역으로 확장하죠. 한 명의 독자와 책이 만나 하나가 되는 과정은 정말 소중합니다. 음식보다는 책이 씹고 맛보고 느끼고 넘기는 과정이 더 오래 걸리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서 책은,  목구멍 너머로 잘 넘어가지 못하고 냅킨이나 빈 그릇 위에 뱉어놓은 음식보다, 어딘가에 던져두기 더 쉽기도 하고요.  



더 쉽고 재미있는 독서 소화 경험을 위해, 저는 책을 준비할 때 글뿐만 아니라 디자인까지 꼭 챙깁니다. 


디자인은 '예쁨'과 '멋'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알맞은 경험'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독서 경험에 있어서 사용자의 알맞은 경험은, 


1.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얼른 페이지를 넘기고 싶다. 동시에 남은 페이지가 얼마 안 남은 것이 아깝게 느껴진다. 

2. 문장이 너무 공감되어 쫙쫙 줄을 그어 간직하고 싶다. 지금 나한테 왜 형광펜이나 볼펜이 없는 건지... 그럴수록 더 줄을 긋고 싶다. 

3. 책을 덮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새로운 질문이 생긴다. 이전에는 해본 적이 없던 생각/질문이었는데... 저자랑 한번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싶다. 


이런 느낌과 생각을 가지게 된다면 꽤 알맞은 독서 경험을 하게 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알맞은 독서 소화 경험을 독자들에게 주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딜레마의 편지> 본문의 디자인, 그림을 살짝 공개하면 - 



인간과 사회를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악마 '딜레마'의 시선에 맞추어, 디자인도 냉소적이면서 때로는 잔혹하게 표현해 보았습니다. 


글에는 메시지도 있지만 시선도 있습니다. 시선은 정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죠. 글에 정서가 깃들여 있다면 글을 담는 그릇도, 사용하는 이들이 그 정서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독자들의 건강한 독서 소화 경험을 위해 - 



+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을 실제로 읽으실 때는 오히려 소화 불량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인의 마음과 조직의 성장을 잘 가꾸는 방법에 대한 글이 아니라 개인과 조직을 망치는 유혹의 글이니까요. 반드시, 이 점을 유의하면서 책을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