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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딩인가HR인가 Sep 13. 2022

조직을 망치는 악마의 유혹, Letter No.1

<딜레마의 편지 : 조직의 우상을 섬기는 당신에게> 첫 번째 편지 

사랑하는 L에게 


기나긴 고생 끝에 드디어 팀장을 맡게 되었다는 너의 편지 잘 받아 보았다. 이제 회사 안에서 누군가 너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줄 만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구나.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던지…. 그동안 나의 현명한 조언에도 불구하고 의도한대로 일을 진행시키지 못하고 심지어 몇몇 좋은 기회를 놓치는 너의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답답했다. 그렇다고 해서 너를 탓할 마음은 없단다. 네 능력의 부족이라기보다 그 능력을 담을 만한 자리에 있지 못한 것이 탐탁지 않았을 뿐이지. 누구든 능력이 제아무리 좋아도 조직 안에서 그 능력을 쓸 수 있는 권력이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잖니. 진정한 힘은 자리에서 나오니까 말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은 그래서 나온 말이지. 하지만 지금이라도 그토록 고대하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으니 이제 우리의 목적대로 일을 진행하기가 조금 사랑하는 L에게 더 수월해지겠지. 아, 지금 시점에서 우리의 ‘목적’을 조금 더 분명하게 짚어야 할 필요가 있겠구나. 그래야 이후의 나의 조언을 네가 더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을 테니 말이야.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를 똑똑히 기억해 두거라. 이 말을 잘 기억한다면 분명 너는 멋진 성취를 이룩하고 성공이라는 자리에 올라설 수 있을 것이다. 먼저 가능한 모든 부분에서 사람들이 너에게 의존하게 만들거라. 이제 넌 팀장이 되었으니 먼저 너의 팀원들이 네게 전적으로 의존하게 만드는 것부터 작업을 시작하는 것이 수월할 것이다. 팀을 빠르게 장악하는 것이 곧 팀장의 리더십이다. 앞으로 너는 다른 사람을 어떻게 움직일지 더 전략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 쉬운 팁을 하나 알려 주자면 가능한 주요 정보를 팀원들에게 공유해서는 안 된다. 정보는 리더를 리더답게 만들어 주는 주요 원천이다. 왜냐하면 의사결정의 핵심이기 때문이지.



판단은 오직 리더의 전유물이 되어야 한다.


만일 모든 사람이 각자의 판단을 한다면 너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의견을 듣고 조율하고 최종 결정을 만들어 내기까지 머리가 깨지도록 상당한 노력과 시간을 쏟아야겠지. 게다가 적시에 의사결정 타이밍을 놓쳐서 너의 윗사람들로부터 듣기 싫은 말을 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중요한 정보를 손에 쥐고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리더의 고유한 권한이니 팀원들에게 일일이 알려줄 필요 없다. 가능한 네 선에서 판단하고 팀원들에게는 결과만 통보해 주거라. 어차피 그들은 너와 바라보는 눈높이가 다르니 정보를 세세하게 들여다볼 시간도 이해할 능력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조직 내 절차상 어차피 결정은 너의 몫이지 않느냐. 그들 역시 어차피 팀장인 네가 결정을 할 것이라고 하며 니가 정보를 공유해 준다 한들 스스로 고민하거나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정보를 네가 손에 쥐고 현명한 의사결정을 위해 느긋하게 검토하여라. 이렇게 하면 넌 단시간에 팀을 장악할 수 있고, 팀원들은 너에게 점점 더 의존하게 될 것이다.


다른 사람이 너에게 점점 더 의존하기 시작한다고 너무 부담을 갖진 말거라. 사실 그것이 리더의 책임이라는 것 아니겠니. 앞으로 너는 사람들로부터 책임이라는 단어를 종종 듣게 될 것이다. 어떤 일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처음엔 무겁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이 역시 너무 신경 쓰지 말거라.


생각보다 조직은 책임을 따지는 일에 미숙하단다. 


사람들은 책임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어서 보통 함께 연대하여 책임을 나누어 가지려고 들지. 그리고 너도 알다시피 사람 수가 많아지고 규모가 커질수록 일의 절차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잖니. 보통 조직 안에서 일의 잘잘못을 짚어보기 위해 책임을 따지기 시작할 때는 이미 그 복잡성이 증가할 만큼 증가하여 결국 책임을 논하는 것 자체가 소모적인 것이 돼 버리지. 그래서 사람들은 매번 프로세스나 시스템의 탓으로 돌리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우리가 약간만 손을 써도 서로가 서로의 탓을 하기가 아주 쉬워진단다.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프로세스가 복잡해 각자가 서로의 탓을 하며 불평불만을 쏟아 놓을 때 나는 아주 흥분된다. 사람들의 영혼을 파멸시킬 수 있는 기회가 더 가까이 와 있다는 시그널이기 때문이지.



사람들은 책임으로 일을 하지 않고 자신의 존재감을 인정받기 위해 일한다는 것을 기억하렴.


따라서 우리 활동의 목적은 사람들이 늘 자신의 존재감에 우선적으로 집중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절대 타인의 존재와 역할에 관심을 갖게 하지 말아라. 집단의 이익과 공동의 목적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갖게 되는 것도 위험하다.


오직 자기 자신에게만 집중하게 만들고 성취를 이루고 인정을 받고자 하는 욕구를 최대한 끌어올려라.


팀장으로서 어려운 결정을 내리고 책임을 다하며 게다가 팀원들의 기를 살려 주는 일을 동시에 해야 한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특히 이제 막 팀장이라는 역할을 맡게 된 네게는 불가능한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팀원으로서 일할 때 보다 이것저것 살필 것이 많으니 역할에 대해 기대했던 것보다 실망감을 느낄지도 모르겠구나. 하지만 이와 같은 느낌과 생각은 성장에 따른 당연한 고통이라고 이해해 주면 좋겠구나. 조금 더 큰 성취와 성공을 위한 일종의 변화, 패러다임 전환 말이다. 이제 너는 좀 더 큰 시선으로 실무자 패러다임의 관점에서 관리자 패러다임의 관점으로 넘어와야 한다. 너는 내 도움 덕택에 지금까지 조직 안에서 인정받고 이 자리까지 올라올 수 있었지. 필요한 상황에서 필요한 말을 할 수 있게 너를 도왔고, 때로는 주변 사람들을 활용해 너에게 지식과 정보를 전달했다. 너를 시기하고 미워하던 주변 사람들로부터 내가 널 구원했고 같은 출발점에서 시작한 동료들을 따돌릴 수 있게 물심양면으로 널 도와주었지. 그렇다고 이런 사실에 대해 너에게 감사의 마음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 이 정도로 내게 감사를 표현하기엔 이르지…. 다만 지금과는 조금 다른 문법과 규칙을 너에게 요구하는 것이다. 조직 안에서 한 사람이 인정받고 원하는 결과를 얻어 내는 과정은 지금껏 내가 너에게 알려 주었던 것보다 실은 조금 더 미묘하고 복잡하거든. 단순히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하거나 문제를 해결하였다고 해서, 또는 옳은 것을 말하고 실천하였다고 해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릇 ‘인간’이란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법.


어리석은 그들을 위해 네가 해야 할 일은 그들의 부족함을 들추지 말고 그저 네게 의존하여 결국 네가 아니면 어떠한 선택과 결정도 할 수 없음을 깨닫게 만드는 것이다.


선택과 결정이 오롯이 리더인 너의 몫임을 그들은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한다.


나는 아직 너에게 많은 친절을 베풀 용의가 있다. 나는 네가 조직 안에서 더 많은 성취를 이루고 더 큰 성공을 이루길 원한다. 그것이 네게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니 말이야. 그러니 지금까지 그래왔 듯이, 앞으로도 내 조언에 늘 귀를 잘 기울이렴. 그리고 더 전략적으로 행동하렴. 나는 ‘전략’을 늘 중요하게 생각한단다. 전략은 항상 우리를 준비시키고 위기에 대응할 수 있게 하지. 미래는 늘 예측할 수 있고 탁월한 전략은 늘 우리에게 승리를 안겨 준다. 


그럼, 오늘도 승리하렴. 


너를 아끼는 Dilemma




딜레마의 질문



1. 조직 안에서 리더나 시스템, 프로세스에 대한 의존성이 지나치게 증가해 불편함을 겪었던 경험이 있는가? 


2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고 기대려는 마음을 ‘의존성’이라고 한다면 의존성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수 있을까? ‘성숙된 의존성’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3 조직 안에서 ‘판단’은 누구의 몫이어야 하는가? 그리고 판단의 기준과 범위는 어떻게 결정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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