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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딩인가HR인가 Oct 28. 2022

오늘은 복잡한 삶에 뛰어들어야겠다.

HR스타트업 C레벨의 첫 업무일지


1.

인간을 닮은 조직을 만들고 싶다는 미션을 좇아 경계 밖으로 나와 지금의 팀에 합류한 지 오늘로써 딱 4주가 지났다. 요일감을 느끼지 못했을 정도로 올해 여느 때 보다 집중했던 한 달 이었던 것 같다. 이 기간 동안 꽤나 많은 일을 했고 느낀 것도 많은데, 차차 정리해 보기로 하고...


어제는 MYSC의 초대로 사회 혁신 기업/스타트업 대표님들께 조직문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자리에 참여했다. 담당자는 이전에 했었던 '인터널브랜딩' 콘텐츠도 괜찮다고 이야기했지만 참여 기업 리스트를 살펴보니 이미 인터널브랜딩과 관련된 접해본 적이 있는 기업들이 눈에 띄어 고민을 하다가, <스타트업 리더에게 필요한 팀 매니지먼트 에센스>란 주제로 강의를 준비했다.


2.

90분 정도의 시간, 참가자는 초기 스타트업의 대표님들이다. 비즈니스 아이템이나 분야는 각기 다르지만 시작하는 단계에서 효과적인 팀 운영 방식이나 팀원들의 동기부여, 역할과 성과관리 등은 공통적으로 고민이 될 듯싶어 몇몇 꼭지를 선별하여 준비했다.


조직 성장의 초창기 위기는 제품 개발과 시장 창출로 바쁜 리더로 인한 리더십의 위기와 리더를 대체하는 유능한 전문가 영입 후에 권한 집중이 가속화되고 의존성이 높아지며 발생하는 자율성의 상실 문제가 있다. 이러한 위기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자율주행차량'처럼 움직이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목적지만 입력해놓으면 알아서 신호를 지키며 목적지까지 주행하는 자율주행차량처럼 특별한 명령과 지시, 통제가 없어도 알아서 움직이고 작동하는 조직을 자율주행 조직이라 부른다.


3.

이러한 모습으로 조직을 가꾸어 나가기 위해 참여해 주신 분들과 꽤 여러 가지를 나누었다.


최근 시대의 성과 패러다임 변화, 적응적 성과의 특성, 직접 동기와 간접 동기, 조직 내 개방성, 심리적 교환 관계, 피드백, 과제 배분을 위한 고려 사항, 임파워먼트의 단계와 공유 방식 등을 다루었다. 중간에 조직 안의 개방성과 관련하여 질문을 드렸는데 감사하게도 참가자분들이 너무나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시고 상호 간에 대화도 잘 나누어주셨고, 덕분에 나와 참가자분들 모두 강의 시간 내내 몰입감이 좋았다.


4.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업자의 특성 때문일지 모르겠지만, 프로젝트에 들어오시는 대표님들은 대부분 초반부터 조직문화를 고민하시는 것 같다. 평소에 고민을 많이 하신 탓인지 몇 가지 프레임만 던져드려도 금방 이해하시고 빠르게 흡수하신다. 반면, 이미 시리즈 투자 단계에 들어간 스타트업이나 유니콘을 앞두고 있는 조직, 혹은 이미 유니콘이 된 기성(?) 스타트업에서 조직문화를 간과하거나 후 순위로 미뤄두고 있는 모습들이 발견된다. 몇몇 스타트업 대표의 경력과 학력 위조, 서비스 먹통에도 팔짱 낀 기술 직원의 무책임한 태도, 술자리 폭행으로 사용자들의 지탄을 받은 모 스타트업 대표... 이와 같은 사회적 이슈들은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들지 못한 데서 오는 기형적인 사건이 아닐까. 조직문화는 조직의 성품이고, 환경에 대한 적응으로 오랜 기간 동안 만들어진 성품은 무의식적인 행동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5.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럽게 경험으로 인한 노하우가 쌓이면서 삶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 동시에 자신이 체득한 가장 효과적인 노하우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 강해지면 자신의 방식 외에 다른 것은 그 중요성을 등한시하거나 놓치기 쉽다. 예리했던 직관은 어느새 조건 반사가 되어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 외에는 그른 것이 되고 점점 앎과 삶은 분리된다.


이전에 큰 회사 안에 담당자로서 일할 때에는 성장하지 못하고 고인물이 될까 봐 두려웠다. 그런데, 이제 울타리 밖을 나와 세상을 바라보니 나의 노하우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 두렵다.


6.

그것을 누군가는 '전문성'이라 말해줄지 모른다. 하지만 전문성은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 문제 상황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해결 방식의 수가 많아, 어떤 답을 제시할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은 상태가 되어야 한다.


종종 '인생을 심플하게 살아야 해'란 말을 듣는다. 그런데 내가 너무 인생을 심플하게 살면 다른 사람에게 기여해 줄 수 있는 부분이 그다지 많지 않을 것 같다. 최대한 복잡한 상황을 겪어봐야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경험해 보면서 최적의 문제 해결 과정과 답을 터득할 수 있을 것 같다.


대학에 들어가고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고 아이를 기르면서 역할과 책임, 이해관계자가 늘어나며 삶은 점점 복잡해진다. 어쩌면 신은 우리를 타인에게 더 많이 기여하도록 하기 위해 갈수록 인생을 복잡하게 설계해놓았을지 모르겠다. 삶 속에서 서로가 경험하는 공통의 문제를 서로 도와가면서 해결하라고. 서로 더 지혜로운 조언을 주고받으라고.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더 나이가 먹을수록 삶은 복잡성을 넘어 심플해진다는 것이다. 자녀를 출가시켜 보내고 은퇴를 하며, 사회적인 역할과 책임은 점점 줄어들고 삶의 끝을 향할수록 삶의 모양은 더 간결해진다.


7.

개인의 성품과 조직의 성품을 잘 가꾸기 위해서, 내가 가지고 있는 맹목적인 믿음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다른 사람에게 더 의미 있게 기여하기 위해서 과감히 오늘은 복잡한 삶에 뛰어들어야겠다. 복잡한 여정 속에 내 마음과 태도를 목도하고 이후에 단순해지기 위한 준비를 해야겠다. 예측 불가능하고 복잡한 삶 속에서 더 큰 책임을 감당해가며 머지않을 시점에 다가올 인생의 간결함을 꽤 담담하게 맞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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