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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충분히, '주도적'인가?

혹시, 당신이 주도적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by 브랜딩인가HR인가

1.
우리는 흔히 주도성을 ‘앞장서는 성향’이나 ‘리더십의 행동 특성’ 처럼 외형적이고 활달한 모습으로 이해하곤 한다. 마치 늘 손을 들고, 먼저 말하고, 눈에 띄게 움직이는 사람만이 주도적인 사람인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진짜 주도성은 그런 성격적 활발함과는 조금 다른 차원에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주도성은 '내면의 감각에서 출발하는 자기결정성의 확장'이라고 정의한다.

즉, 나는 누구인지, 나는 어떤 기준과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일할 때 가장 자연스럽고 몰입이 되는지를 아는 것. 이처럼 '자기다움'을 회복한 사람은 스스로에 대한 선명한 이해를 바탕으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자기 이해는 외부의 기대나 분위기에 휘둘리지 않는 ‘기준’을 만들어준다. 그 기준이 흔들리지 않을 때, 우리는 흔들림 없이 행동할 수 있다. 그게 바로 주도성의 본질이지 않을까.

2.
직장에서 우리는 종종 이런 말을 듣는다.

“좀 더 주도적으로 일해보세요.”

“본인의 의견을 먼저 제안해보세요.”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세요.”

이 말은 옳은 말처럼 들리지만, 문제는 주도성을 가능하게 하는 토대에 대한 설명이 빠져 있다는 데 있다. 내가 어떤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일할 때 몰입이 되는지에 대한 자기 인식이 선행되지 않으면, 주도성은 오히려 스트레스가 된다.

3.
예를 들어, 나에 대한 기준이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스스로 움직여야 한다’는 요구를 받으면, 우리는 불안과 부담 속에서 ‘적당히 눈치 보며 무언가를 해내는 척’하게 된다. 그것은 실제 주도성이 아니라 ‘주도적인 모습을 흉내 내는 행위’일 수 있다. 반면, 자기다움이 회복된 사람은 자신이 어떤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에, 조직의 기대나 분위기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움직일 수 있다. 이런 사람의 주도성은 빠르지 않아도 단단하고, 눈에 띄지 않아도 지속될 것이다.

이전 조직에서 팀원들과 일할 때, 나는 WHY와 (우선순위와 관련된) WHAT은 리더와 함께 합의해야 하는 영역, 그리고 HOW는 팀원의 고유한 권한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나의 팀 운영 철학에 대해 어떤 팀원은 자율성과 임파워먼트로 여기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지만, 또 다른 팀원은 오히려 모호한 업무 지시로 받아들여 스트레스를 느끼기도 했다. 이 차이는 예상컨데, 스스로에 대한 이해 수준, 그러니까 '일과 자신과의 관계가 얼마나 선명하고 단단하게 정립되어 있는가'와 같은 질문에 대해 스스로 가지고 있는 답의 차이로 이해된다. 실제로, 스트레스를 느꼈던 팀원은 매번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마다 그 안에서 자신의 관점으로 진짜 문제를 정의하고, 그 문제를 해결해 내기 위한 여러 방안 중 가장 최적의 길을 설계해 나가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것은 복잡한 상황에서 자신이 직접 문제해결의 경로를 결정하고 선택하여 밀고 나가본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다. 부족한 결정과 선택, 불충분한 실행 경험은 빈약한 자기기준을 낳는다.

4.
여러 연구에서 주도성은 ‘환경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환경을 변화시키고 창조하는 행동’으로 정의된다. 단지 주어진 상황에 맞춰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자기 기준에 따라 상황을 설계하고 주도하는 태도라는 뜻이다.

이러한 주도성은 ‘자유’의 감각과도 연결이 된다. 여기서 말하는 자유는 방종이나 탈규범이 아니다. 스스로 선택한 삶의 방식에 책임질 수 있다는 감각, 바로 그 책임감에서 나오는 자유다. 누군가가 시켜서가 아니라, 내가 의미를 느꼈기 때문에 움직이는 태도. 그 태도가 조직 안에서 드러날 때 주도성으로 인식된다.

그리고, 이 자유는 단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다. 주도성은 개인의 자발적 선택이 공동의 목표와 연결되기에 조직 전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진정한 자기다움 기반의 행동은 단지 지시받은 과업 수행을 넘어 집단의 미래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5.
종종 조직 안에서 아주 에너지가 넘치고 빠르게 움직이는 구성원을 발견한다. 하지만 그 행동이 자기 내면과 단절된 상태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그것은 오히려 위험한 에너지일 수 있다. ‘성과를 내야 하니까’ 혹은 ‘인정받기 위해서라도 움직여야 하니까’ 라는 압박 속에서 만들어진 과잉된 주도성은 자신을 쉽게 소진시키고 동료들과의 협업에서도 균형을 무너뜨리는 요인이 되기 마련이다. 어떤 기준에서 그 행동이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그 사람의 행동은 어디를 지향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우리는 그것이 지속가능한 건강한 주도성인지 혹은 왜곡된 주도성인지 판단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진짜 주도성은 기질이 아니라 자기다움에서 비롯되는 감각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자기다움을 회복하면, 그 사람만의 방식으로 주도성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다만 그것이 드러나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방식이 다를 뿐.

나의 주도성은 어디에 기인하는가?

내 동료의 일하는 방식은 '주도적'이라고 이야기하기에 충분한가?

그리고, 우리 조직에서 이야기하는 주도성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으며, 어떻게 해석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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