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안에서 스마트함은 어떻게 정의되어야 하는가

AI시대, 효율성 너머의 지속가능성에 대하여

by 브랜딩인가HR인가

1.

요즘 기업 조직 안에서 '일 잘하는 사람'은 어떤 역량을 갖춘 사람일까?


논리적일 것. 데이터에 기반할 것. 그리고 텍스트로 명료하게 구조화할 것... 데이터가 의사결정의 도구로 보편화되고, AI가 이전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활용되면서 우리는 효율성을 숭배하고, 분석적 사고를 최고의 미덕으로 여긴다. 특히 슬랙이나 노션 같은 텍스트 기반의 협업 툴이 조직의 중추신경이 되고, AI 활용 리터시가 높은 수준의 조직은 이 경향이 더 짙어졌다.


물론, 논리는 중요하다. 불확실한 비즈니스 환경에서 데이터를 근거로 리스크를 줄이는 건 생존의 문제니까. 하지만 조직이 커지고 시스템이 견고해질수록, 나는 이 '논리와 효율에 대한 강박'이 오히려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갉아먹는 역설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2.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 갈망의 기저에는 ‘단기적 효율성’에 대한 강박이 자리 잡고 있다. 지금 당장 내가 마주한 복잡하고 골치 아픈 문제를 누군가가 ‘빠르게’ 해결해 주길 바라는 기대감. AI가 즉각적인 답을 내놓듯, 동료 또한 입력값을 넣으면 최적의 결과값을 내놓는 ‘기능적 탁월함’을 보여주길 원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채용/인재영입에서의 관심도 대부분 '과연, 이 후보자가 우리 조직에서 가능한 빨리 논리적으로 문제를 파헤칠 수 있는 사람인가? 그리고 최대한 효율적으로 답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인가?'에 쏠려있다.


3.

이러한 습관이 강화되면 가장 큰 문제는 직관의 침묵과 심리적 안전감 저하다. 텍스트와 논리 중심의 문화에서 구성원들은 무의식적인 자기 검열에 시달린다.


'이 말을 해도 될까? 논리적 근거가 부족한데.'

'그냥 느낌상 이상한데, 이걸 말했다가 비논리적인 사람으로 찍히면 어쩌지?'


현장에서 감각적으로 느껴지는 쎄함, 수치로는 설명되지 않지만 경험적으로 감지되는 촉. 이런 날 것의 정보들은 논리라는 필터를 통과하지 못해 폐기된다. 내가 논리적으로 완벽하게 무장하지 않으면 입을 떼기조차 두려워지는 순간, 조직의 심리적 안전감은 무너진다. 그렇게 자신의 생각을 더 논리적이고 분석적으로 언어적으로 다듬어내고자 고민하는 사이, 의사결정의 타이밍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조직은 거대한 위험 앞에서 둔감해진다.


4.

조직 안에서는 점차 복잡 미묘한 사람의 마음을 배제한 채, 자꾸만 텍스트와 논리로 상대를 제압하고 교정하려 드는 구성원들의 태도가 발견된다. 텍스트 기반의 소통이 강화될수록 이런 경향은 심화된다. 맥락과 감정은 거세되고, 오직 ‘논리적 정합성’만이 대화의 승패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논리적 사고가 과도하게 강조되면, 회의실은 종종 법정이 되기도 한다. 우리의 목적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인데, 어느 순간부터 대화의 목적이 '내 논리의 타당성을 입증하는 것'으로 변질된다.


"내 말이 논리적으로 맞잖아."


상대를 이기기 위해 데이터를 끌어오고, 빈틈없는 논리로 무장한다. 정작 "우리가 지금 목적에 맞게 가고 있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그저 자신의 똑똑함을 증명하려는 에고(Ego)들의 각축전이 벌어진다.


5.

조직이 50명, 100명을 넘어 500명, 1,000명이 되면 이 굳어진 습관은 돌이키기 어렵다. 텍스트 뒤에 숨은 추측, 완벽해 보이는 논리 뒤에 숨은 방어기제들이 거대한 콘크리트처럼 굳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조직의 진짜 지속가능성은 어떤 역량에 달려있을까?


논리는 사람을 변화시키지 못한다. 조직 안에서 일을 하다보면 우리가 흔히 범하는 착각이 있다. 상대방에게 논리적으로 완벽한 피드백을 주면 그가 변화 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하지만 사람은 논리로 설득될 수는 있어도, 논리만으로 변화하지는 않는다. 변화는 '이해(Understanding)'가 아니라 '수용(Acceptance)'에서 온다. 머리로 알더라도 마음으로 동의되지 않으면, 혹은 말하는 사람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사람은 움직이지 않는다. AI는 정답을 제시할 수 있지만, 그 정답을 실행하게 만드는 동력인 '공감'과 '연결'은 오직 사람만이 할 수 있다.


6.

따라서 요즘 시대에 더 필요한 스마트함은 답을 찾는 능력보다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수용하는 태도’가 아닐까 싶다. 지금 당장 일을 쳐내는 효율성보다, 낯선 변화를 받아들이는 학습 민첩성, 내 논리가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겸허함을 갖추고 있는 동료가 소중하다. 그리고 텍스트 이면에 있는 동료의 맥락을 읽어내고, 나의 연약함을 드러냄으로써 타인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성찰적 태도를 갖춘 인재가 귀하다.


7.

우리가 지향해야 할 스마트함은, 논리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 아니라 연약한 직관들까지도 안전하게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함께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지 않을까. 논리는 일을 '되게' 만드는 도구일 뿐, 그것이 우리를 가두는 감옥이 되어서는 안 된다. 텍스트가 지배하는 세상일수록, 행간을 읽어내는 감각과 성찰의 힘이 절실하다.


조직이 커질수록, 기술이 발전할수록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건 더 인간적인 역량들이다. AI가 데이터와 논리를 책임진다면, 인간은 그 위에서 관계와 의미를 책임져야 한다. 똑똑함(Smart)을 넘어 지혜로움(Wisdom)으로. 그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스마트함의 미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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