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팀원은 왜 나에게 무례했을까?

자율성의 배신

by 브랜딩인가HR인가

"알아서 하라고 믿고 맡겼더니, 돌아오는 건 은근한 무시와 불만이네요."


최근 리더십 코칭이나 조직문화 워크숍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듣는 리더들의 하소연이다. 과거처럼 '까라면 까' 식의 권위적인 리더십을 휘두른 것도 아니다. 오히려 시대의 흐름에 맞춰 수평적으로 소통하려 노력했고, 마이크로매니징의 욕구가 솟아오르는 순간에도 꾹 참아가며 업무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 주었다. 리더 입장에서의 배려가 도리어 무시와 짜증으로 돌아오니, 허탈함을 넘어 도대체 어떻게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회의 시간에 미묘하게 내 말을 자르는 팀원, 메신저 답장이 한참 늦거나 단답형으로 일관하는 태도, 업무 피드백을 주면 마치 부당한 간섭을 받은 것처럼 짓는 표정... 왜 어떤 팀원들은 리더의 피드백에 냉소적으로 반응하거나, 지시를 은근슬쩍 뭉개는 무례함을 보이는 걸까?


조직심리학적 관점에서 우리가 믿었던 '자율성'이 어떻게 '무례함'이라는 칼이 되어 돌아오는지, 그 심리적 메커니즘을 살펴보자.



1. 선의의 배신: 자율성의 역설


최근 몇 년간 HR의 화두는 단연 '수평적 조직문화'와 '임파워먼트'였다. 우리는 구성원에게 업무 방식과 의사결정의 통제권을 넘겨주면 그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더 몰입할 것이라 믿었다. 물론, 대다수의 건강한 구성원들은 자율성을 신뢰로 받아들이고 책임감으로 보답한다. 하지만 심리학 연구들은 자율성에는 우리가 간과한 어두운 이면이 존재한다고 경고한다.


바로 '심리적 특권의식(Psychological Entitlement)'의 발현이다.


2. "나는 특별하니까"라는 착각


높은 자율성이 주어지면, 어떤 사람들은 뇌에서 묘한 인지적 오류를 일으킨다.


'조직이 나를 간섭하지 않는 건, 내가 그만큼 특별하고 대체 불가능한 존재이기 때문이야.'


처음에는 '고마움'이었던 자율성이, 시간이 지나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로 변질된다. 이것이 바로 심리적 특권의식이다. 특권의식이란 자신의 실제 기여도나 성과와 무관하게 "나는 남들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믿는 심리 상태를 뜻한다.


높은 자율성을 누리게 된 팀원은 서서히 자아가 비대해진다. 그리고 이 특권의식이 강해지면, 리더의 정당한 업무 지시나 꼭 필요한 피드백조차 '나의 소중한 자율성을 침해하는 부당한 간섭'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 그래서 방어적이고 공격적인 태도가 튀어나오게 된다.


3. 상향적 무례함 (Upward Incivility): 소리 없는 공격


이러한 특권의식은 대놓고 소리를 지르거나 욕을 하는 '공격'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대신 아주 교묘하고 은밀한 방식으로 표현된다. 이를 학계에서는 '상향적 무례함(Upward Incivility)'이라고 부르는데, 이를테면 아래와 같은 행동들이다.


중요한 보고를 일부러 늦게 하기

리더의 질문에 건성으로 대답하기

회의 중 딴청 피우기

리더의 의견을 은근히 무시하거나 비꼬기


이런 행동들은 "몰랐어요", "바빴어요"라고 변명하기 쉽기 때문에 리더 입장에서는 지적하기도 애매하다. 결국 리더는 속으로만 끙끙 앓다가 스트레스를 넘어 번아웃에 빠지게 된다.


4. 누가 자율성을 독으로 만드는가?


그렇다면 자율성을 부여받은 모든 팀원이 특권의식에 빠져 무례해질까? 물론 그렇지는 않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이 바로 개인의 성격 특성, 특히 '나르시시즘(Narcissism)'이다.


조직심리학의 '특성 활성화 이론(Trait Activation Theory)'에 따르면, 사람의 숨겨진 성향은 그 성향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특정 '환경'을 만났을 때 폭발한다. 나르시시즘 성향이 높은 팀원에게 '자율성'이라는 멍석을 깔아주면 어떻게 될까?


건강한 성향의 팀원들은 자율성을 '호혜적 신뢰'로 받아들이고 성과로 보답하려 한다. 반면, 자기 위주 편향이 강한 나르시시스트들은 자율성을 "내가 뛰어나기 때문에 당연히 누려야 할 특권"으로 해석한다.


즉, 상황(자율성)이 기질(나르시시즘)을 깨워, 결국 리더를 향한 무례함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 겸손한 사람에게 자율성은 '책임'이지만, 나르시시스트에게 자율성은 '통제받지 않을 권력'이 되어버리는 셈이다.


5. 리더를 위한 처방


구성원에게 자율성을 주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방임'이 되지 않기 위해 리더는 무엇을 해야 할까?


자율성은 '공짜'가 아님을 명확히 하자. 자율성은 당신의 권리가 아니라, 조직이 당신을 신뢰하여 빌려준 '재량권'임을 인지시켜야 한다. 자율에는 반드시 '책임(Accountability)'이 따른다는 원칙을 세워보자.


무례함의 선을 넘을 때는 단호해야 한다. 성과가 좋다는 이유로 태도의 문제를 눈감아주면, 그 팀원의 특권의식은 괴물처럼 커진다. "방금 그 태도는 우리 팀의 존중 문화를 해치는 행동입니다"라고 명확하게 피드백하자.


'나르시시스트'를 구별하고 맞춤형으로 관리하자. 자율성을 주었을 때 감사함보다 우월감을 먼저 느끼는 구성원이 있다면, 그에게는 무한한 자율보다는 구체적인 마일스톤과 중간 점검이 더 효과적인 처방일 수 있다. 때로는 적절한 개입(마이크로매니징)도 팀원의 성향을 존중하는, 가장 현실적인 리더십의 방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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