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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딩인가HR인가 Dec 25. 2019

드디어 팔리기 시작했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만든다는 것

브랜드에서 배우기, [드디어 팔리기 시작했다, 안성은 지음] 

가나이 회장은 경쟁사들과 무인양품의 차이를 '사상의 유무'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무인양품에는 사상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고 단언했다. 그의 말을 들어보니 무인양품에는 애초에 브랜드가 필요 없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사상이 이미 브랜드였다. 브랜드는 억지로 만드는 게 아니라 애초에 존재하는 것이었다. 브랜드가 존재하는 이유 자체가 브랜드였다. 자연스레 생겨나는 것이었다. 사명을 좇고 고객의 필요를 채워주는 기본에 충실하면 브랜드가 되는 것이었다. 브랜드는 감동받은 느낌이었다. 고마움이었다. 기대감이었다. 존경심이었다. 


_

'어떻게 하면 이 제품을 (혹은 서비스를, 조직을, 사람을) 브랜드로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애초에 잘못된 질문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질문은 어쩌면, 

'이 제품은 왜 존재해야 할까?'로 바뀌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브랜드를 만든다는 것은 존재의 이유를 발견해서 정리해나가는 과정 아닐까.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목적, 

이 세상에 태어나고 창조되었을 때부터 가지고 있던 그 목적을 발견하고 거기에 집중하는 것이다.



목적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걷어낸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만든다는 것은

창조 목적의 발견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제품이든, 서비스든, 조직이든, 사람이든. 



그러고 보면, 

섭리는 늘 동일하다. 





전북대 강준만 교수는 <뿌리깊은 나무>가 특별했던 이유를 '우리 것 사랑하기' 캠페인이 아니어서라고 했다. 대신 이 잡지는 '우리 것에 대한 제대로 된 감상'을 도왔다. 구호가 아닌 제안이었다. 사랑은 캠페인이 되는 순간 망하니까. '느낌'으로 통할 일을 '외침'으로 대신하는 순간 바로 죽어버리니까.


_

조직 안에서 Value를 이야기하고, Culture를 이야기하는 것. 

'우리가 원하는 조직문화는 이쪽이에요. 이런 이미지라구요. 그러니까 이렇게 행동하세요.'

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실은 헛된 에너지 낭비 아닐까.



조직에서 사람들이 상호작용하고, 우선순위의 가치가 만들어지고, 특정한 문화가 형성되는 것은

자연스럽게 스스로 만들어지고, 역동적이며, 끊임없이 변하고 진화한다.



더욱 집중하고 고민해야 하는 것은 어쩌면

'조직 안에서 우리가 함께 일하는 것에 대한 의미'를 계속해서 고민할 수 있도록 하는 '제안'일지 모른다. 



구호가 아니라 제안이다.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하게 한다. 

스스로 느끼게 하고, 깨닫게 만든다.

각자의 느낌을 우리의 느낌으로 연결한다.

그래서 우리 안에 거대한 유대감을 만든다.



브랜드에 대한 고유의 이미지는

판매하는 이가 아니라 소비하는 이가 느끼는 감정이다.



조직에서 경험하는 가치와 문화는

경영진이 아니라 다수의 구성원이 느끼는 감정이다.







문득 살펴보니

책의 제목도 

[드디어 '팔리기'시작했다] 이다. 



드디어 팔기 시작했다가 아닌, '팔리기'시작했다.



팔지 않고 팔리게 한다. 

만들지 않고 만들어지게 한다.

가르치지 않고 느끼게 한다.

강요하지 않고 움직이게 한다. 



되게끔 과도한 힘을 쏟지 않는다.

조금은 힘을 뺀다. 

되어지게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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