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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딩인가HR인가 Dec 26. 2019

심리적 안전감에 대한 오해와 편견

신뢰와 갈등, 그리고 심리적 안전감 (feat. 두려움 없는 조직)

최근에 읽고 있는 '두려움 없는 조직(The Fearless Organization)'이란 책에서는 심리적 안전감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오해와 편견들을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는 Psychological Safety를 심리적 '안정감'으로 번역했지만, 최근의 조직문화를 다룬 많은 책들과 아티클에서는 심리적 '안전감'으로 번역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개인이 안전하게 느끼는 정서와 상태가 개인보다는 조직의 환경에 기인한다는 가정 때문이다. 즉, 조직에서 자신이 어떠한 의견을 제시해도 불이익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상태가 개인의 마음가짐에 달려있다고 보면 '안정감'이라는 말이 어울리겠지만, 그보다는 조직이 어떻게 환경을 조성해주느냐에 초점을 맞춘다면 '안전감'이라는 말이 적합하다고 보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개인의 내적 상태에 초점을 맞추어 개인에게 귀책을 돌릴 게 아니라, 조직이 느끼는 환경과 분위기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터널브랜딩]에도 '심리적 안정감'으로 표현을 했었는데, 중쇄를 하게 되면 얼른 수정해야겠다) 



여하튼,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심리적 안전감에 대한 오해를 정리해본다.




1. 심리적 안전감은 친절함과 다르다


심리적 안전감은 친절함이나 상냥함과 거리가 멀다. 비슷한 맥락으로 편안함이나 안락함을 뜻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듣기에는 조금 거칠고 쓴 말일지라도 생산적인 갈등을 통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학습하는 여건이라고 볼 수 있다.




2. 심리적 안전감은 개인의 성향을 초월한다.


'누구나 할 말은 하는 분위기'는 개인의 성격적인 특징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오히려 이는 조직 전반에 흐르는 기류, 즉 심리적 안전감에 달려있다. 심리적 안전감은 외향적이든 내향적이든 누구에게나 유사한 형태로 영향을 끼쳤으며, 내향적인 사람도 심리적으로 안정된 조직에서라면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했다.




3. 심리적 안전감은 신뢰감과 다르다. 


심리적 안전감은 특정 개인이 아닌 '조직 전체'를 향한 감정이다. 반면 신뢰감은 개인이 '특정 인물'이나 '조직'을 향해 느끼는 감정이다. 
...
'신뢰감'은 특정 조직이나 개인을 향해 기대하는 장기적인 반응과 관계가 있다면, '심리적 안전감'은 좀 더 일시적이고 즉각적인 반응과 관계가 있다. 
...
문제 제기의 혜택이 타인을 향해 있다면 이는 신뢰감과 관련이 있고, 그 혜택이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이라면 심리적 안전감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4. 심리적 안전감이 성과의 기준까지 낮추진 않는다.


심리적 안전감과 업무 수행 기준은 서로 별개의 영역이다. 두 요소는 모두 복잡하고 상호의존적인 업무 환경에서 팀과 조직 전체의 성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출처: [두려움 없는 조직], P143의 표를 변형


가장 문제가 되는 조직은 '두려움이 만연한 조직'이다. 여기서 말하는 '두려움'은 비즈니스 환경에서 비롯된 두려움이 아닌 조직 안에서 구성원 간에 느끼는 감정을 뜻한다. 이러한 조직에서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금기시되어 있다. 업무 성과나 자리 보전에만 급급한, 오늘날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조직이 탄생하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이러한 조직의 관리자들은 업무 수행 기준을 높게 설정하는 것이 관리자로서의 당연한 임무라고 착각한다. 그러나 상호의존적인 업무를 수행하거나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 혹은 이 두 요소가 혼재하는 조직에서는 '낮은 심리적 안전감'과 '높은 업무 수행 기준'의 조합이 종종 암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5. 동기부여 없이는 결코 안전할 수 없다.


심리적 안전감이 보장된다고 해서 높은 성과가 자동으로 따라오는 건 아니다. 아니, 결단코 그러지 않다. 다만 심리적 안전감은 두려움으로 주저하는 마음속에 브레이크를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로써 각 구성원은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게 된다. 




#

최근에 심리적 안전감과 갈등과의 관계를 연구한 아티클에서는, 다음과 같이 심리적 안전감과 신뢰의 차이를 언급한다.



'신뢰'는 상대방에 대한 나의 믿음,

'심리적 안전감'은 상대방이 나에게 보내는 신뢰에 대한 믿음, 부정적일 수 있는 나의 행동의 의도를 상대방이 어떻게 해석할지에 대한 나의 믿음



에드먼슨(Edmonson)은 심리적 안전감이 설령 내가 상대방이 불편할 수 있는 반대 발언을 하더라도 상대방이 이해하고 나에게 어떤 불이익도 가하지 않을 것이며, 반대 발언에도 상대방과 나의 관계가 손상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임을 강조하였다.



즉, 팀원에게 다소 불쾌하거나 상처받을 수 있는 생각을 솔직하게 전달해도 이에 대해 팀원들이 발언 이전과 다름없는 일관된 태도와 행동을 보여주는 경험을 공유하면서 생겨나는 믿음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믿음은 다른 팀원에게 반대 의견을 이야기했을 때, 상대방의 반응을 통해 학습되는 믿음이다.



결국 심리적 안전감은, 역설적이게도 갈등 경험을 전제로 한다. 

즉, 조직 안의 심리적 안전감은 발전적인 갈등 경험을 필요로 한다. 


※ 참고 : 오선영, 김영식, 김인혜. (2019). 갈등과 심리적 안전감 그리고 팀효과성: 온건한 과업갈등과 관계갈등의 작용에 대한 팀수준 분석, 한국심리학회지



실제로 위에 명시된 연구에 따르면, 온건한 과업갈등을 더 많이 경험한 팀일수록 팀원들 간에 높은 심리적 안전감을 공유하여 보다 높은 성과를 이루고 팀원들이 팀에 대해 높은 애착을 갖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관계갈등은 심리적 안전감을 낮추었고, 팀원들의 팀애착도 낮게 나타났다.




#

중요한 것 하나 더,

연구에 참여한 팀은 '상호의존적 목표'를 추구하는 팀이다.



즉 팀원들 각자 독립적으로 역할을 수행하는 팀이 아니라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있으며, 그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적 차이'에 의해 의견 차이를 보일 수 있는 팀이다. 만일, 각자의 업무가 독립적이며 업무 성과가 서열화되는 경쟁적인 환경에서의 팀이라면 과업갈등은 서로에 대한 공격으로 여겨졌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보통 갈등이라는 표현을 '경쟁 상황에서 대립된 이해 관계'로 해석하고 부정적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 연구에서의 갈등은 팀원들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효과적인 방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견 차이를 뜻한다. 그래서 이 연구에서는 과업갈등을 [불일치하다 / 논쟁하다 / 다른 관점을 표현하다] 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다루었다. 



우리 구성원들은 갈등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가? 

우리 조직은 갈등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



조직 안에 심리적 안전감을 조성하고 발달시키기 위해서, 먼저 위와 같은 질문에 대해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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