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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딩인가HR인가 Jan 05. 2021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나의 정체성을 설명하기 위한 용기와 자신감

SNS에서 종종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설명하는 글을 본다. 


'OOO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서 나름의 고민과 사색 끝에 조금 더 명확하고 간결하게 자신의 정체성을 정리한 글일 테다. 


그중에 나와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은 간혹, '나는 다른 사람의 성장을 돕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조직 내에서 인재육성과 관련된 업무를 하거나 강의를 하거나, 혹은 어찌 됐건 '교육'과 관련된 일을 하다 보니 그들이 '성장'을 돕는 사람이라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정의 내리는 것이 일견 당연한 듯 보인다. 물론 나 역시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타인의 성장을 돕는 사람'으로서 나의 정체성을 정의 내린 적이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라는 사람을 '타인의 성장을 돕는 사람'으로 정의 내리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내가 진정으로 다른 사람의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일까?'

'성장은 과연 다른 사람에 의해 도움받을 수 있는 성격의 것일까?'


그리고, 


'누군가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라고 물었을 때, 만일 내가 '저는 타인의 성장을 돕는 사람입니다'라고 답한다면, 그 답은 정녕 나의 정체성을 제대로 설명하고 있는 말일까?'


'성장'이라는 말은 어쩌면 이미 판단을 내포하고 있는 단어일지 모른다. 나의 정체성을 누군가의 성장에 기여하는 것으로 정의 내린다면, 어쩌면 이 말은 나의 존재 자체가 누군가의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전제를 이미 가지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일 터, '과연 나는 그렇게 존재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나는 쉽게 '그렇다'고 이야기하기 어렵단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정체성'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관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존재방식'이다.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가'에 대한 답이 바로 정체성이다. 두 번째는 '전체성(온전함)'이다.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가에 대한 답이 온전하게 나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누군가의 성장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라고 나의 정체성을 정의 내리고자 한다면 내가 실제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서 존재하고, 그것이 나라는 사람을 전체적으로 설명하기에 충분해야 한다.


물론 사람은 - 설령 자신을 설명하는 것이 본인 스스로라고 하더라도 - 자신을 100% 완벽하게 설명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가치와 철학의 변화에 따라 자신의 정체성을 다르게 설명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의 시점에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설명으로 다소 부족하다고 느껴진다면 본인의 멘탈모델 안에 있는 또 다른 가치를 고민해 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또 다른 가치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말이다. '나는  OOOOOO 한(하는) 사람'이라고 정의를 내린다면 적어도 현재 시점에서 그 정의에 본인뿐만 아니라 타인도 납득이 되고 수용 가능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 맞아, 나에겐(너에겐) 이 가치가 가장 우선순위고, 어쩌면 지금 현재로선 이 말이 나를(너를) 온전하게 설명할 수 있는 말이야'라고 말이다. 


나의 역할과 내가 지금 하고 있는 말, 행동 그리고 내가 조직 안에서 존재하는 방식이 누군가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면 먼저 내가 성장의 롤 모델이 될 만큼 그렇게 존재하고 있어야 하고, 타인의 성장에 대한 가치가 나의 멘탈 모델을 온전히 설명해 줄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가치여야 한다. 그래서 나는 내 정체성이 '타인을 돕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하기가 시간이 갈수록 조심스럽다. 


누군가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나를 설명하기 이전에, '과연 나는 누군가의 성장에 도움이 될 만큼 - 그런 자격이 충분하다 여겨질 만큼 - 지금 그렇게 존재하고 있는가?'를 나 스스로에게 물어봐야겠다. 


그러고 보면,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라는 질문에 어떠한 거리낌 없이 '저는 OOOOOO 하는 사람이에요'라고 말하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 용기인가. 얼마나 큰 자신감인가. 


나는 아직 타인에 어떠한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고 나 스스로를 정의할 만큼 용기 있거나 자신감 있는 사람이 되지 못한다. 


다만, 

지금보다 나은 용기와 자신감을 위해 오늘 하루도 뚜벅뚜벅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면서 나를 발견해나가는, 그동안 가보지 못했던 곳으로 한 걸음씩 나를 이끌어가는, 그래서 이 세상에서 함께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씩 깨닫고 있는, 하지만 여전히 변화되지 않는 내 모습을 보며 좌절하다가, 이따금 희망과 격려를 해주는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위해 다시 용기를 내보는, 그냥 그런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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