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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앙성탄산온천 목욕 후기

탄산원탕에서 만난 사람들

by 럭키비너스



충주 앙성탄산온천

영업시간 : 05:00 ~ 22:30

사우나 입욕료

대인 1만원

소인 6천원

여탕 세신 기본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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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사이다처럼

따끔따끔 알싸한 탄산온천이 있다는 걸 알고

한 번쯤 경험해보고 싶었다.

지난주 아이 여름방학을 맞아

충주에 물놀이 갔다가 앙성탄산온천에 다녀왔다.

남편과 아이는 자는 이른 아침에

나만 혼자 다녀왔다.


충주에는 유명한 탄산온천이 두 곳 있다.

능암탄산온천과 앙성탄산온천

두 곳 다 지척에 있는데

나는 앙성탄산온천을 선택했다.


옷장 여는 걸로

세신 아주머니와 트러블이 있어서

살짝 기분 잡치고나니

능암에 갔어야 했나?

후회 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탄산원탕에서 만난 사람들 때문에

불쾌했던 기분이 사그라들었다.


사이다처럼 톡톡 터지는

탄산을 기대하면 실망한다.

오래전부터 다닌 사람들 말에 의하면

예전에 비해 탄산이 많이 약해졌다고 한다.

그래도 탄산수에 몸을 담그고 가만히 있으면

미세한 탄산이 느껴지긴 한다.


앙성에는 탄산수 원탕 안에

마실 수 있는 탄산식수가 있다.

궁금해서 마셔보고 싶은데

아무도 마시는 사람이 없었다.

원탕에 앉아있는 분에게

탄산수 마셔도 되냐고 여쭤봤더니

그분도 탄산수 궁금했다면서

함께 손에 받아 마셨다.

탄산이 약하게 느껴졌다.

트레비탄산수 기대하면 안 됩니다.

입안의 피부는 피부보다 예민한지

탕에 있는 탄산보다 강하게 느껴졌다.


탄산온천욕은 10~15분 경과해야

온몸이 따뜻해지며 피부가 홍조를 띤다.

피부가 약한 분은 온천욕을 멈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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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서 충주앙성탄산온천까지

두 가지 길 중 시골길을 택했다.

숙소에서 앙상탄산온천까지 가는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며 힐링 드라이브를 했다.

이른 시간이라 다니는 차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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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0분 달려 앙성탄산온천에 도착

간판은 손님을 엄청 반기는데

카운터 직원은 간판만큼 반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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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성탄산온천 바로 앞에 버스정류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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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비가 저렴하다.

예전에는 24시간 영업 했다고 하던데

현재는 밤 10시 30분까지 운영한다.

시골 목욕탕 치고 엄청 늦게까지 하는거다.

참고로 능암탄산온천은 저녁 6~7시에 영업 종료.


"지역할인이나 경로할인 있나요?"


없습니다!

없어요!

그냥 없어요!

물어봐도 안 나와요!!

월래가 없어요!!

대한민국 건국 이래로 없어요!!

-지역할인, 경로할인에 대한 안내문-


지역할인이나 경로할인 없답니다.

물어보지 마세요.

서로 기분만 상합니다.


대한민국 목욕탕 수건 국룰은

여자는 수건 2장 배급제

남자는 남탕에 수건 쌓여 있음.

과거 우리네 어머님들이

그렇게 목욕탕 수건을 쌔벼가셨답니다.



SE-935ACF7D-11F8-47D0-BE43-DCBFB03C37F7.jpg 열탕에 들어갔다가 다리가 벌겋게 익은 상태




앙성온천은 수건을 두장 주셨다.

파란색은 보통 두께의 수건,

얇고 빨간 수건은 목욕탕에서 머리 감싸기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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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질방 운영 안 함!!

안합니다!

안 해요!

물어봐도 안 해요!

월래는 했는데 지금은 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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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장키, 옷장키 따로 시스템이 문제의 화근이었다.

신발장키와 옷장키가 호환 되는 줄 알고

신발장키로 옷장을 열려는데

좀처럼 열리지 않아서 헤매고 있었다.

그때,

노랑머리 세신 아주머니가 교관처럼 소리쳤다.

"몇 번이야?"

"(어떨결에)265번요."

"몇 번?"

"265"

웬지 모르게 굴욕적인데...

그제서야 수건 위에 올려진 옷장키 발견.

나는 신발장 키로 옷장을 열고 있었던 것.

관등성명 하듯 따박따박 대답한 상황이 짜증나서

세신이 더 말하기 전에,

"그만 말씀하세요."

단호히 말하고 관등성명 끝!


목욕 다 하고 탈의실로 나왔는데

그 세신아주머니도 탈의실에 나와 있었다.

넓은 탈의실에 나와 세신 두명만 대치 상황.

파우더룸에서 로션을 바르다가

흡연실 유리창을 통해

나를 보고 있던 세신과 눈이 마주쳤다.

깜짝이야!

내가 나갈 때 세신은 출구에 멀뚱히 서서 아무말이 없었다.

앙성탄산온천은 간판이 가장 환대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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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성탄산온천 여탕 구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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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탕 43~44도로 너무 뜨거웠다.

다리만 담궜는데 빨갛게 익었다.

나만 뜨거운가 해서 물어보니

서울에서 오신 분도 너무 뜨거워서

못 들어갔다고 했다.


온탕 35도

탄산수원탕은 미지근한데

오래 있다보면 으슬으슬 추움.

냉탕 벽화 by 예원아트

건식사우나

습식사우나인데 건조함이 특징

입식샤워기 8개

좌식샤워기 38개

바가지탕 2개

세신 기본 3만원

하얀 알비누가 있었는데

거의 다 쓴 알비누를 뭉쳐서

원래 크기만큼 만들어서 또 사용 ㅎㅎ

이걸로는 얼굴 못 씻겠더라.

새 알비누는 입구 바구니에 있음.

치약도 있다.


충주가 한 번 오기 힘든 곳이라

원래는 1일 2탕 뛰기 위해 아침 일찍 나왔는데

앙성온천에서 만난 사람들과 얘기 하느라

능암온천에는 가지 못했다.

여기에 오래 다녀 본 사람은

앙성이 좋다고 하길래,

충주에 언제 또 오게 될지 모르겠지만

능암은 다음 기회로 미뤘다.


탄산수원탕에서 사람들과 도란도란 얘기하다가

각자 어디서 왔는지

아이엠그라운드 자기소개 시간이 왔다.

"서울에서 왔어요."

"성남에서 왔어요."

나는,

성남이라고 할까? 분당이라고 할까?

고민하다가

'분당에서 왔어요' 라고 했는데

성남이라고 할 걸 그랬다.

기분이 탄산수원탕 색깔처럼 찝찝했다.

근대 판교에서 온 사람은

분당이라고 안 하고

'판교에서 왔어요' 라고 했을 거 같다.


씁쓸한 현실이지만 성남에도 서열이 나눠진다.

판교 > 분당 > 성남(구성남)

분당에 사는 사람이 어디가서

"성남에 살아요" 하는 소리를 못 들어봤다.

서울 강남에 사는 사람은 어디 가서 꼭

강남에 산다고 할 거 같다.


남의 동네 목욕탕에서

서울사램1, 성남사램 2명이 탕 안에 앉아

노래방에 와서 마이크 주거니 받거니

니 한곡 내 한곡 노래하듯 담소 메들리로 이어갔다.

빠지지 않는 목욕탕 진상 이야기가 나왔다.

목욕용품을 아무 것도 안 챙겨와서

샴푸, 바디워시 빌리는 사람이 있는데

멘트도 정해져 있단다.

"벌초하러 내려 왔다가

아무것도 안 챙겨와서...."

머리도 짧은 사람이

5번은 감을 양을 짜더라면서

그런 사람들 상습범이라고, 욕했다.

목욕바구니에 비싼 제품 넣어두면

그것만 쏙 가져간단다.


내가 가진 정보도 공유하고 싶어서

서울사람도 잘 모르는 서울3대온천이

있다고 알려주려고 했는데


노원에 서울온천,

자양동에 우리유황온천

.....

마지막 하나가 생각이 안 났다.

찾아보면 바로 나오겠지만

며칠 걸리더라도 스스로 생각해내면

치매예방에 도움 될까봐,

기다렸는데, 며칠 후 불현듯 생각났다.

봉천동 봉일온천(봉일스파랜드)

서울3대 온천은 툭 치면 나올 정도로

줄줄 외고 다녀야겠다.


탄산수원탕에서 얘기를 많이 나눈 사람은 따로 있다.

70살 언니인데 피부가 맑고 생기가 있었다.

나보고 말랐다며 살을 좀 찌우라고 하셨다.

그분은 젊었을 때부터 좋은 거 찾아먹고

아침 공복 걷기 운동을 꾸준히 하셨다고 했다.

탕에서 나갈 때 그분 아랫배가 출렁해서

좋은 걸 많이 드시긴 하신가 했다.


사람은 믿음이 있어야 한다길래

교회 다니시는 분인가 했는데

절에 다니시는 분이셨다.

이분 덕에 여승들만 지낸다는

수원 봉녕사를 알게 됐다.

찾아보니 지금 봉녕사 능소화가 한창이었다.

능소화가 피는 계절이 오면

항상 박완서 작가의 문장을 찾아본다.


'분홍빛 혀가 날름 드러내보이곤 나풀나풀 멀어져갔다'

'흐드러진 능소화가 무수한 분홍빛 혀가 되어 그의 몸 도처에 ...'

'능소화가 만발했을 때 베란다에 서면

발밑에서 장작더미가 활활 타오르면서

불꽃이 온몸을 핥는 것 같아서 황홀해지곤 했지'


능소화 꽃을 안다면 이 문장에서 허벅지를 탁! 칠 것이다.

박완서 작가가 소설 <아주 오래된 농담>에서

능소화를 관능적으로 표현한 문장이 압권이다.

박완서 작가는 대외적으로는

교양있고 얌전한 모습이었는데

글에서는 거침없고 과감한 표현에

놀랄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이 문장과 절에 핀 능소화는 어울리지 않지만

여름이 끝나기 전에 봉녕사 능소하를 보고 싶다.


봉녕사 템플스테이도 하니깐 참여해보라고 하셨다.

오랫동안 절에 다닌 분이시라

내가 법륜스님 즉문즉설을 자주 듣는다 하니

그 분은 법륜스님은 자기와 맞지 않다고 하셨다.

절에 다닌다고 다 법륜스님을 좋아하는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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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평화로운 시골길을 달려서

숙소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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