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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보문동 오목탕 여탕 후기

여기서 싸면 어떻게 해!

by 럭키비너스


이번에는 서울 보문동에 있는 오래된 목욕탕에 갔다.

보문역에 내려 성북천을 따라 걷다보면

멋진 오목탕 벽돌 굴뚝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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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고 현대적인 서울 한복판에

당찬 목욕탕 굴뚝이 듬직해보였다.

목욕비 9천원으로 서울 시내에서 저렴한 편에 속한다.

목욕탕 이름에 '탕'이 들어가고

목욕비가 1만원 이하라 현금을 드렸다.

엑셀 함수로 풀이하자면

=if(오목탕=AND(*탕,<=1만원),"현금","카드")


여자 탈의실 옆에 목욕탕 규모에 비해

꽤 넓은 황토찜질방이 있다.

꽤 후끈후끈해서 땀이 잘 나올거 같다.

한 아주머니가 맨몸으로

유튜브에서 자주 보던 스트레칭 자세를 하고 있었다.

여기 찜질방은 찜복을 입지 않고

맨몸으로 이용하면 된다.

오목탕은 9000원에

목욕과 사우나, 찜질까지 가능한

가성비 좋은 목욕탕이다.


그날, 그 시간에 있었던 손님 중

급하셨는지 탕내 하수구에

방뇨 이슈가 있었다.

실제로 보게 될 줄이야...

"여기서 싸면 어떡해!"

사우나실에서 나오던 단골 아주머니가

극대노하며 소리쳤다.


그러고 보니, 여전에

자주 가던 동네 목욕탕에서

한 아주머니가 입식샤워기 구석자리에서

쪼그려 앉아 작은 볼일을 해결하는 걸 봤다.

목욕 도중 소변이 급할 때

젖은 몸을 닦고 화장실까지 가는 건

번거로운 일이긴 하다만,

남의 오줌 줄기를 눈 앞에서

목격하는 건 무척 당황스러웠다.


집에서는 샤워하면서

소변을 흘러보낼 수도 있다.

예전 예능에서 가수 이효리와 영화배우 문소리가

집에서 샤워하면서 소변 본다고 말했다가

남자 게스트가 뜨악 놀라워했다.


어느 목욕탕인지는 모르겠지만

'샤워하면서 소변 금지' 문구도 봤었다.

하늘과 본인만 알 수 있도록,

은근슬쩍 샤워 물과 함께 소변을 흘러보내는 사람이

없다고는 할 수 없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이 소변 이슈에 대해서, 온탕, 냉탕은 자유로울 수 있을까?

이런 생각에 사로 잡히면 목욕탕에 못 들어간다.


사실, 목욕탕에서 더 뜨악하고 불쾌한 건

목욕탕 내 스마트폰 사용이다.

헐벗은 여자들이 천지인데

워터파크에 온 것처럼 온탕에 앉아서

SNS를 하던 젊은 여자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탕내 소변 사건에 비할 바가 아니게 불쾌했다.

오목탕 여탕 구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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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탕 영업시간

05:00 - 19:00

정기휴무 (매주 수요일)

목욕비 대인 9천원

세신 전신 기본 2.5만원

냉커피 3천원 AS확실함

커피 간이 맞는지 마셔보라고 하심

세신 아주머니가 냉커피까지 담당


열탕, 온탕, 냉탕

황토사우나, 옥사우나

바가지탕 2개

입식샤워기 3개

좌식샤워기15개

세신 기본 2.5만원

목욕탕은 작지만

있어야 할 것은 다 있는

화개장터 같은 목욕탕


옛날식이라 열탕, 온탕, 냉탕에는

수도밸브가 있다.

단골들은 자격을 부여 받은 듯

밸브를 여는데 거침이 없지만

새얼굴은 만지기도 쭈뼛거려진다.

수유리에 있는 삼양탕에서

온탕 밸브 돌렸다가 세신 아주머니에게

바로 제지 당했다. 깨갱.


내가 갔을 때 젊은 여성 두 분이 씻고 계셨는데

가고 난 자리 비누통에

일회용 샴푸가 세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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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댕기머리 뉴골드 샴푸’

뜯어져 있었는데 양이 꽤 많이 남아 있었다.

한방 냄새가 강해서

안 쓰고 놔둔 것일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고

일부로 세워둔 것이

공중전화 하다가 동전이 남아

다음 사람을 위해

수화기를 올려둔 것 같은

90년대 감성이 느껴졌다.

내 샴푸보다 좋아보여

댕기머리샴푸로 머리를 감았다.

내가 쓰고도 양이 꽤 남아서

필요한 사람을 위해 세워두었다.


가끔 등밀이 품앗이 제안이 들어오면 수락하지만

내가 먼저 옆 사람에게 때밀자고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내 옆에 아주머니가 때밀이 수건으로

손 닿는 허리 부분만 벅벅 미시길래,

“혹시, 등 밀어드릴까요?” 했더니

괜찮다고 거절하셨다.

그러면서 내 등을 밀어주겠다고 했다.

난 이미 등밀이 수건으로 밀어서

괜찮다고 거절했다.

잠시 후, 아주머니가 또 물었다.

“손 안 닿는 가운데 좀 밀어줄까요?”

웃으면서 거절했다.


목욕을 하고 나오니 오후 4시가 되었다.

목욕 후 식사를 맛있게 하려고 점심을 먹지 않았다.

요즘은 맛있는 거 먹으려고 목욕하러 가는 거 같다.

가고 싶은 목욕탕이 있으면

그 주변 맛집을 검색한다.

맛집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으니

생활의 달인 식당을 선호하는 편이다.

지금까지 생활의 달인 식당은

대부분 만족스러웠다.


이번에는 함박스테이크가 먹고 싶었는데

운명처럼 근처에 윤휘식당이 떴다.

성북천을 따라 걸으며

성신여대역 근처에 있는

함박스테이크 생활의 달인

윤휘식당으로 갔다.

5시도 안 된 시각이라

브레이크 타임인 줄 알았는데

2층 식당으로 올라가자

미리 리허설을 한 듯이

직원이 반갑게 문을 열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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