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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성 Dec 03. 2015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운 기쁨

부부 세계여행, 함께 지구를 거닐다_해변에서 느끼는 자유

여행 초반에는 해변에 가면 비키니 위에 꼭 티셔츠나 스카프를 걸쳤었다. 모자가 없어서 쓰지 못하는 것이 내내 신경 쓰였다. 한국인은 한 명도 없던 다낭의 해변에서도 누가 볼 새라 내 몸 가리기에 급급했다. 직장 생활과 병치레, 결혼 등으로 갑자기 살이 쪘고, 자기 관리에 실패했다고 느껴지는 내 몸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애교라 하기엔 과한 뱃살이 창피했고, 미끈하지 못한 허벅지에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살이 조금씩 빠졌다. 딱히 뭘 하는 건 아니었지만 어지간한 거리도 버스나 지하철 대신 걸어 다닌 덕분이다. 아쉬운 점은 정말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빠졌다는 것.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신기한 것은 여행 기간이 더해질수록 해변이나 풀장에서 남을 신경 쓰지 않는 내가 되어간다는 점이다. 살 빠진 것과는 분명 별개의 사실이다. 날씬하든 그렇지 않든 그것에 대해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을 계속 봐왔기 때문이다. 몸매가 뛰어난 사람이 아니고서야 비키니를 입지도 못하는 분위기가 되어버린 해운대 같은 비치가 여기에는 없다. 옆구리가 두툼한 여자를 보며 비난하는 이가 없고 아랫배가 불룩한 남자를 두고 쑥덕거리는 사람도 없다. 타인의 이목이 중요치 않고 타인을 함부로 평가하지도 않는 것. 한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느끼는 자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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