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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숙 Aug 12. 2024

열정의 아이콘
스칼렛 오하라를 떠올리며

아직 공기 중의 차가움이 가시지 않은 어느 봄날 우연히 마주친 그녀는 소설 사랑방 손님에 나오는 순박하고 부끄럼 많은 어머니처럼 느껴졌다. 단정한 옷매무새에 약간은 상기된 듯한 수줍음과 미소를 띤 여인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봄날처럼 따스한 마음은 가득하지만 어딘지 많은 그리움을 지닌 여인의 마음이 나에게 전해졌다. 

그리고 어느덧 같은 해 가을의 언저리에서 만난 그녀는 조금은 다른 모습이었다. 봄날의 순수함보다는 오렌지빛깔로 불타오르는 열정을 숨긴 여인으로 변해 있었다.  순간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한 여인이 있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여주인공 ‘스칼렛 오하라’였다. 뉘엿뉘엿 지는 붉은 노을을 바라보는 그녀는 가슴에 열정과 사랑을 가득 안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흔들림 없이 자신의 존재감을 내뿜으며 우뚝 서 있었다.  늦가을 스산함의 농도는 짙어지고 서쪽으로 기울어지는 석양에 그녀로부터 발산되는 사랑의 갈망이 투영되어 한 편의 서사시처럼 감동적이게 다가왔다. 지금도 기억한다. 먼 곳을 응시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배어 나오는 그 쓸쓸함의 향기와 검붉은 장미의 우아함이 만들어 낸 멋진 실루엣은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해 겨울 우연히 만난  여인은 치맛자락을 날리며 겨울의 차가운 바람 속에 있었다.  부드러움 속에 감추어진 여인의 강인함이 고스란히 배어 나오는 듯했다. 하지만 바스락 거리는 낙엽과 얼음장처럼 차가운 겨울의 공기 속에서 우아함을 잃지 않는 그녀의 고고함이 내 가슴에는 애달프게 다가왔다. 

다른 계절에 만난 수줍음 가득한 사랑방 어머니, 다홍색 열정의 스칼렛 오하라, 그리고 오롯이  강인함을 품은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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