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레길을 걸으면 정말로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긴 산행을 준비해서 배낭을 단단히 어깨에 둘러메고 등산 스틱으로 땅을 굴리면서 걷는 사람들, 알록달록 등산복으로 한껏 멋을 낸 중년의 여인들, 높게 라디오 볼륨을 높이고 천천히 걷는 어르신들, 삼삼오오 친구들과 산책하는 사람들, 강아지와 함께 걸으며 교감하는 사람들, 산에서도 핸드폰을 내려놓지 못하고 보이지 않는 많은 대상들과 목소리만으로 대화하는 사람들, 맨발로 땅과 이야기하는 사람들, 자연으로부터 치유를 받고자 하는 나와 유사한 사람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 속에서 둘레길에 만들어지는 이름 모를 돌탑들 역시 같은 모양은 없다.
‘하나 둘 올려져 있는 돌멩이마다 담겨 있는 의미들은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들 때가 많다. 들키고 싶지 않은 기원과 무엇인가라도 붙잡고 싶은 애절한 마음, 혹은 이곳을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나눔의 마음, 자연에 대한 인사, 다녀간다는 흔적의 의미 등등 정말 다양한 이유가 그 속에 남아 있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오늘 나는 한 남자의 차분하고 정적인 기도를 보았다. 가지런히 모은 두 손에 올려진 촛불 하나… 무엇을 위해 염원하고 기도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한편으로는 아련한 마음보다는 조용하며, 굳건히 흔들리지 않는 마음으로 자신을 성찰하는 사람처럼 여겨졌다.
믿음이었다.
하나를 바라보는 그 마음이었다. 그를 바라보는 내 마음은 고운 향기로 가득했다.
고요함 속 촛불 하나에 온 마음을 싣고 정진하는 누군가의 ‘믿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