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혼자 살아보는 것 매우 추천합니다
어머니는 내가 이주를 할 때 결혼도 안 하고 가는 것을 걱정하셨다. 어머니는 6.25 이전에 태어난 분으로 박막례 할머니와 동갑이시다. 아직은 옛날 분이시라 부끄러워하셨다. 스웨덴에서 누구랑 사는 것을 한국에 숨기라고도 했지만 엄마께는 미안하지만 전혀 숨길 생각이 없었다. 엄마에게 늘 나는 결혼은 선택이라 생각한다고 알렸지만 듣지 않은 건 엄마 자신이었고 나는 이주할 때도 결혼 생각이 없었고 그냥 누구랑 살아보는 걸 선택했을 뿐이다 그리고 더더욱 그런 사실을 숨길 생각이 없고 엄마가 말하는 혹시 새 사람이 생겼을 때 흠이 될까 봐 라고 하시지만, 역시 부모는 자식을 제일 모른다고 그런 걸 문제 삼는 사람과 사귈 사람이 아니라는 걸 엄마는 모르는 듯했다.
일 년 반 정도를 같이 살고 우리는 헤어졌고 나는 본격적으로 혼자 살았다. 인생 최초의 자취를 독립을 해외에서 처음 시작했다. 처음 헤어져서는 조급 갑자기 헤어지는 바람에 집이 없어서 집 없이 두 달간을 여기저기를 전전했다. 게스트하우스 에어비앤비나 호텔 그리고 친구 부모님 집 등에 살면서, 아침마다 출근을 했다. 그것 역시 헤어짐의 후유증에 도움이 되었다 어떻게 살아가느냐 여기 남느냐 떠나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였기에 헤어짐의 고통의 시간이 현격히 줄었고 내가 다니던 회사는 비자 지원을 해 줄 테니 남으라고 권하였다. 나는 회사에 워크퍼밋 사인을 하고 드디어 내 집을 계약했을 때는 솔직히 그냥 기뻤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고향에 돌아간다면 금의환향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데 금 옷까진 아니더라도 남루하게 돌아가진 않겠구나 생각했다.
스웨덴 하면 한국에선 라테 파파 육아 유직 등이 유명하지만 스웨덴 스톡홀름을 알고 보면 싱글의 도시다 전 세계에서 싱글 인구의 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다. 과반수가 싱글라이프라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타 유럽에 비하면 또 싱글 생활이 그다지 외롭지 않다. 데이트를 하기도 편하고 친구를 사귀기도 어렵지 않다 단점은 싱글이 외롭지 않으려면 강제로 외향적이어야 한다는(흔히 말하는 인싸) 단점이 있지만 싱글 생활을 즐기기엔 충분하다. 겨울을 제외하면 말이다.
내 생애 첫 아파트는 100년이 넘은 오래된 건축물에 현대식으로 지어진 아파트였다 스웨덴은 인맥 사회라고 앞에서 설명했지만 이것은 직장뿐 아니라 집을 구하는 대도 통용된다. 나의 아파트도 내가 다니던 회사에서 친해진 친구 남편의 사촌이 나의 집주인이었다. 나의 아파트는 시내에 위치하였고 시청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그런 집이었다. 작았지만 내가 꿈꾸던 전형적인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의 아파트였고 회사에서도 걸어서는 30분 버스로 15분 거리였었다. 살림은 이전 세입자를 통해서 그 사람이 쓰던 걸 그대로 받았다. 처음 독립을 해서 사니 슬픔보다 기쁨이 컸다. 내 마음대로 집을 꾸미고 그릇 컵 하나도 내 취향으로 채우는 것이 기뻤다. 처음으로 내 집 즉 내 이름이 등록된 집을 사는 게 꿈이 되는 순간이었다 한국에서 늘 부모님과 함께 살았고 내 방이 있었지만 이렇게 온전히 나만의 집이 생긴 것이 참 좋았다.
그리고 또 하나는 집부터 하다못해 치약까지 다 내가 번 돈으로 나를 오롯이 책임져야 하는 압박이 있었지만 너무 기뻤던 것은 그 나를 오롯이 책임지고 사는 기쁨도 컸다. 나는 원래 내가 번 내 돈 쓰는 걸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다. 비로소 완전한 어른이 된 것 같았다. 나는 이제 어디 가서도 혼자 잘 살겠구나 하는 자신감이 붙었다 부모님이랑 살면서는 돈을 꽤 흥청망청 쓴 편이고 택시비나 스트레스로 나가는 지출이 컸지만 스웨덴에서 혼자 살면서는 매우 검소해져 갔다. 검소해져 갈수록 지난날의 사치가 꽤 후회되고 왜 일찍 이렇게 나와 살지 않았나, 후회만 되었다. 나는 독립적인 사람이라고 말만 하고 실천하지 않았었구나...라고 생각했다. 혼자 사는 장점은 혼자 사는 데서 오는 외로움보다 더 컸다. 38살이 돼서야 드디어 혼자 살다니 1살이라도 일찍 나올 걸 하며 싱글 생활을 마구 즐기기 시작했다.
게다가 인생에서 처음 독립한 곳이 유럽의 어느 수도라니 그 자체로 좋았다. 지금도 나의 첫 아파트의 창 밖 풍경이 생생하다. 그곳은 전형적인 유럽식 건축물을 한 아파트여서 내가 유럽을 산다고 누리고 살기에는 너무 좋은 곳이었다. 비록 살인적인 월세를 지불하며 살았지만 말이다. 사람들이 흔희 말하는 혼자 살면 외롭고 아무도 없는 텅 빈 집에 가기 싫고 밥을 혼자 챙겨 먹기도 힘들다고 하지만 전혀 내 생각은 다르다 퇴근 후 아무도 없는 집의 적막함이 좋았고 해외로 이주하면서 새로 생긴 취미인 요리를 오직 나를 위해서 정성껏 준비한 한 끼를 만드는 것 역시 기쁨이었다. 물론 단점은 아플 때였지만 혼자 살 때 강박적으로라도 건강을 챙기고 또 챙기고 규칙적으로 운동도 하게 되었다. 말하자면 생존 전략 같은 것이다. 식사 역시 나를 위해 챙기고 유럽에서 사는 싱글 커리어우먼의 느낌을 느끼기엔 너무 좋았다
외국이 아니더라도 결혼을 꿈꾸던 비혼을 꿈꾸던 한 번쯤 독립해서 나와 살길 바란다. 월세는 길에 돈을 버리는 행위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집을 구해보고 혼자 살아보고 내 살림은 사는 것은 생각보다 값 진 시간이다. 나는 인간의 인생의 여정은 내가 무엇을 정말로 좋아하는 알아가는 여정이라고 생각한다. 혼자 사는 것은 아주 사소한 나의 취향을 구체적으로 그리고 디테일하게 알아가는 과정 중 하나이며 매우 중요한 단계다. 부모님과 살 던 때와는 전혀 다른 내가 내 안에 존재한다. 한 번이라도 혼자 사는 것을 적극 권장하는 바이다. 나는 지금도 결혼은 선택이지 필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혼자서 오롯이 잘 살 수 있는 사람이 둘이 살아도 잘 살 수 있다고 믿는다. 해외에서 싱글로 살아보는 것을 할 수만 있다면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