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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유랑자 Jul 17. 2020

복지천국이라는데 최저시급이 없다?

최저시급이 존재하지 않는 곳의 맹점

스웨덴에 이주하여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최저시급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급으로 일하여도 합법이다. 복지천국이라고 알려졌으면서도 최저시급이 법에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충격이었다. 가끔 다큐멘터리나 이 부분을 좋게 포장하는 미디어에서는 스웨덴은 유니온이 존재하니까, 알아서 잘 지켜지는 것처럼 포장한다. 사실일까? 아니다 스웨덴 사람들이 뭐 천사 같은 유전자를 타고나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을 운영하면서도 법에서 보호하지 않은 최저시급을 챙겨줄 만큼 착할 리가 있겠는가? 없다.


실제로 젊은 스웨디시들 마저도 이 부분 때문에 악용당한다. 특히 타 EU에서 와서 소액이라도 소득이 있어야 할 경우 말도 되지 않는 월급을 받으며 스타트업 기업에서 일한다. 내가 스웨덴에서 본 가장 충격적인 시스템은 바로 "무급인턴"이다. 스웨덴은 공채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대규모로 기업에서 신입을 뽑는 시스템이 없다. 주로 티오가 비었을 경우 공고를 낸다. 그마저도 인맥이 아니면 경력자를 위주로 뽑기 때문에 사회초년생일 경우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로컬 스웨디시라도 쉽지 않다. 그리고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 스웨디시들은 그 경력을 채울 때까지 무급이나 혹은 차비 정도의 급여만 받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일한다. 이 시기가 그들에겐 가장 힘든 시기라고 한다. 학생일 때는 CSN이라는 생활자금과 모자란 생활자금은 대출해주는 제도가 있는데 학생이 아니면서 실업 상태일 때는 그 혜택마저도 없기 때문이다.


많은 스웨덴의 스타트업 기업들이 실업급여가 없는 점을 이용하여 젊은 사회초년생 혹은 이민자들을 이런 식으로 고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럴 경우, 가장 큰 문제점은 앞서 말한 유니온에서 가입도 쉽지 않다. 유니온은 원칙적으로 고용자를 위하여 있는 제도이기 때문에 최소 급여의 상한선이 있고, 만약 이민자여서 워킹홀리데이나 삼보 비자나 학생비자 당을 워크퍼밋으로 전환할 시에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회사들은 이 점을 잘 알고 있고 힘없는 젊은이들이 이것에 대하여 크게 항의하지 않는다. 스웨덴은 대학교육의 무료이므로 일부는 학생 때는 공짜로 공부했으니 이 정도는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최저 시급제도 반대론자들은 한국의 최저시급 인상 반대론자들과 마찬가지의 논리로 적은 돈을 받고라도 일하고 싶은 자들의 권리를 빼앗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한다.


스웨덴에서는 영구 고용을 하면, 유니온 때문에 해고가 힘들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어느 회사이든 일 시작 후 6개월의 계약기간을 갖는다. 보통을 계약 후 연장을 해 주지만 많은 회사들은 이 계약기간만 악용하거나 그 시기에 턱없이 모자란 금액을 제시하고, 아무 때나 이유 없이 고용해지 역시 가능하기에 이 점을 매우 이용한다. 회사란 결국 이윤 추구를 하는 집단이고, 어떻게든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면 그 제도를 최대한 활용하는 집단이기 때문에 스웨덴의 많은 회사들은 최저시급이 존재하지 않은 점을 악용한다. 그리고 그 제도적 허점에 노출되기 쉬운 건 그중에서도 우리 같은 이민자이기 때문에 더 슬프다.


스웨덴도 청년실업률이 높은 나라에 속하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급에서라도 경력을 쌓고 싶은 자들이 많기 때문에 오늘도 취업이 잘 되는 IT 몇몇 특정 업종을 제외하면 언젠가 올 날을 대비하여 다들 힘들게 일하고 있다. 그러기 때문에 스웨덴에 이주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면 특히 워홀러이면서 뭔가 경력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면 얼마간의 생활비를 저축해 오는 것을 추천한다. 그렇지 않다면 힘든 해외생활 속에서 무급과 생활고를 견디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비교적 인지도가 있고 규모가 있는 회사는 무급인턴은 잘하지 않지만 그만큼 입사가 어렵다. 새로 오시는 분들에게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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