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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유랑자 Jan 29. 2021

나와 부모님의 시계는 다르게 흘러간다

해외생활의 가장 큰 걱정 바로 부모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에세이 중 하나인 김한길의 “눈뜨면 없어라”가 있다. 김한길씨는 현재 저명한 정치가지만 원래는 직업으로써 소설가이며 글을 아주 잘쓰신다. 그분이 전부인과 함께 힘든 미국생활의 일기를 책으로 엮은 책이다. 그 책의 에필로그 부분에 모든 행복을 뒤로 미룬 댓가를 쓴 부분이 있다. 현재의 행복을 희생하면 결국 그 시간이 지난뒤에 행복을 찾을 수 없는 내용이 적혀있다.


결정적으로 스웨덴에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 계기 중 하나는 어머니의 병환이였다. 해외에서 살면서 항상 머리속에 되뇌이는 가장 두려운 순간은 엄마가 아픈 것이였다. 인생에서 가장 후회로 꼽는 나의 큰 실수 중 하나는 아빠의 환갑때 내가 유럽여행을 떠난 것이였다. 그때는 아버지는 건강했고 우리 가족은 영원할 줄 알았다. 그리고 환갑은 요새 일반 생일이나 마찬가지라고 하여서 나 역시 그랬다. 당시에 나는 5년가까이 한 직장에서 일을하고 휴식이 필요한 찰나였다 하지만 그 시간이 아빠의 환갑과 겹칠지 몰랐다 아빠 환갑날 한국으로 전화했을 때 아빠는 “아빠 환갑인데 유럽가니까 좋냐?”며 농담섞인 어조로 섭섭함을 드러냈지만 나 역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아빠 칠순 때 내가 잘해줄게 미안해”라고 했지만 난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아빠는 그 다음해 가을에 돌아가셨다. 인생에서 처음 겪는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 아빠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고 천년만년 함께 있을 거 같았던 가족은 영원한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었다. 앞서 말한 김한길씨의 에세이처럼 장래를 약속하거나 미래에 좋은일을 현재를 희생해서 하는 건 바보같은 짓임을 깨달았다는 말이다.


스웨덴에 살면서 내가 상상한 가장 두려운 순간은 내가 현지적응에 실패해서 한국에 돌아가는 게 아닌 언젠가 한국에 돌아갔을 때 엄마에게 너무 늦은 시간이 되는 것이 두려웠는데 두려움은 현실이 되었다. 갑작스레 코로나로 전세계 전염병이 창궐하면서 모든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가 잠시 중단 되었었다 게다가 스웨덴은한국으로 바로 가는 직항이 없었기에  유럽내에서도 스웨덴으로부터의 입국을 제한하는 조치로 모든 비행기가 막혀버렸다. 21세기에 한국을 가고싶어도 못 갈 날이 올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하였다, 어쩌면 나는 정말 중요한 순간에 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 등골이 오싹 할 정도로 무서웠다. 그러던 중 설상가상으로 엄마의 췌장에서 무언가가 발견되었다는 연락이였다. 나는 백방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알아봤지만 비행기를 예약하기가 쉽지 않았고 예약한 비행기가 5번정도 취소되는 일을 겪으며 나는 초초했다. 내가 가장 두려워 한 그 순간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였다.


겨우 비행기를 잡고한국에 도착해 자가격리를 하였는데 슬프게도 내가 본 유일하게 엄마가 그래도 건강한 순간이였다 자가격리가 끝날 때 즈음 엄마는 입원을 하고 항암을 시작하고 거동이 힘들어졌다. 내가 스웨덴에서 내가 좋은 회사에 들어가고 좋은 연봉을 받으면 그것이 엄마에 대한 효도라 생각했다 좋은 커리어를 스웨덴에서 쌓아 한국으로 돌아가 좋은 직장에 다니면 그것이 엄마를 가장 기쁘게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중간중간 휴가를 받아서 한국에 올 때마다 엄마는 내 가방에 본인이 직접적은 손편지를 주었다. 그 편지를 보고 울으면서도 나는 그것이 가장 좋은 일이라 생각했다. 엄마의 시계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나의 그 어떠한 사회적 위치보다 조금이라도 엄마와 함께 오랜시간 있어주는 것이 효도라는 것을 알면서도 외면했던 거 같다.


막상 스웨덴에 돌아와 바로 한국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괜찮을 보수를 받으면서도 나는 엄마에게 해 줄 수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돈 많이 벌어서 엄마에게 좋은 옷을 해주고 좋은음식을 사 줄 수 있는 건 건강하고 엄마가 오래살 때나 가능 한 일이다. 오히려 돌아와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오히려 평생을 아껴와서 본인에게 거의 쓰지 않은 엄마의 얼마되지 않은 돈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


해외에서 생활하다보면 가장 소홀한 것이 부모님이다 그리고 대부분 부모님이 버텨주실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그들의 시계와 우리의 시계는 다르다. 나는 그 시계가 다름을 잠시 잊었고 이미 늦었다. 해외 생활을 고려한다면 부모님의 나이나 연령도 고려한다면 좋겠다 물론 부모님을 위해 모든것을 포기하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훗날의 기약은 사실 아무힘이 없다 훗날은 오지 않을지 모른다. 현재의 행복을 희생하며 미래의 행복을 약속하는 것 처럼 부모님께 잘 하는 것도 거창한 것이 아닌 지금 현재 함께 있는 것 임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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