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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유랑자 Mar 29. 2022

프리랜서로 살아가기

한국에서도 스웨덴에서도 프리랜서를 해보면서 느낀 점

이전에 글에서도 스웨덴에서도 개인사업을 냈었다고 쓴 적이 있다. 한국은 단순 아르바이트나 프리랜서를 할 경우 간이과세자나 일용직 신고등 다양한 루트가 있지만 스웨덴은 의외로 그런 제도가 없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디자인을 전공한 스웨덴 청년들은 소득이 발생하지 않아도 사업자가 있다. 어차피 소득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별도의 비용을 내지는 않는다. 사업자가 없으면 같이 일 한 회사와 세금처리 등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사업자가 없을 경우 쿨컴퍼니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쿨컴퍼니는 우리로 치면 용역 같은 곳이다 세금신고나 사업자가 없다면 쿨컴퍼니에 등록하여 회사와 일을 하고 일정 이상 수수료를 쿨컴퍼니에서 기본 세금 등을 떼고 나에게 지급한다. 단점은 수수료가 아주 비싸다 보통 내가 받는 급여의 50% 정도는 세금과 쿨컴퍼니 수수료로 나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아무 연고도 없이 일을 받긴 쉽지 않다. 나 역시도 다니던 스웨덴 회사의 동료가 다른 회사로 이직하면서 요청했었다. 그리고 지인의 집 등을 디자인해 드렸다. 스웨덴은 작은 공간을 공사하는 것도 돈이 많이 든다. 그래서 셀프 인테리어가 발달한 것이다. 이것도 사실 넓게 보면 인건비에 대한 존중이다


사실 스웨덴에서는 프리랜서로 일하나 회사 소속으로 일하나 삶의 질에 아주 큰 차이가 없다. 스웨덴 회사는 다른 건 몰라도 워라벨은 그래도 한국에 비하면 너무 편하다 앞서 말한 휴가일수나 병가 재택근무의 일반화를 제외하고도 소위 한국 기업에 있는 “의전”문화가 별로 없다. 한국은 아무리 회사에서 직급을 없애고 프로님 님이라고 불러도 의전문화가 사라지진 않는다고 생각한다(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의견입니다) 어차피 회장님 사장님에겐 여전히 남아있고 그 의전을 위한 업무가 따로 할당된다. 또한 회사의 성과를 위하며 미국식으로 경쟁체제를 만든다 그래서 경쟁을 별로 안 하고 싶은 사람도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물론 스웨덴 회사도 윗선으로 갈수록 파벌이나 그런 것이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거의 입사동기부터 경쟁을 시키니 사실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로도가 상당히 크다. 내가 운이 좋았을 수도 있으나 스웨덴에서 일할 때 적어도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받는 일은 없었다 나의 팀은 남녀가 딱 반반이었고 전체 부서장은 여성이 팀장은 남성이 맡고 있었고 나와 비슷한 나이의 팀원 2명과 나이차가 꽤 나는 2명이 있었다. 어차피 나이는 상관없이 일하는 곳이긴 하지만 거기서 날 서게 쓸데없이 각 세우는 사람은 없었다 특히 나와 긴밀하게 일하는 페닐라라는 노르웨이 출신의 주니어 디자이너가 있었는데 그녀는 정말 천사같이 착했다. 그래서 일을 하는데 전혀 어려울 것이 없었다. 그녀는 오히려 내가 가끔 이상한 사람들에게 인종적 차별로 기분이 상해있을 때 좋은 이야기도 해주었고 특히 나를 채용하고 나를 정규직으로 2달 만에 올려준 부서장도 역시 너무 멋진 여성이었다. 그래서 꽤 수월하게 일했다고 생각했다. 물론 개개인의 인간성 탓도 있지만 사내에서 되도록 예의를 갖추고 상하 복종을 안 시키는 문화 탓이 나는 크다고 본다 출퇴근도 자율 출퇴근인 경우가 많고 일이 없을 땐 일찍 집에 가는 것도 문제 삼지 않기 때문에 사실 삶의 질면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심지어 코로나 전부터도 워킹 프롬 홈(재택)이 일반적이었다. 또한 스웨덴은 파트타임이나 비정규직도 노조(유니온)가 있다 무엇을 하던 유니온은 필수다 참고로 프리랜서로 임금이 일정 이상 들어오지 않으면 실업급여도 가능하다


그런데 한국에서 와서는 프리랜서로 일 할 때와 회사 소속으로 일할 때의 차이가 상당히 크다. 나는 사람은 일 할 때 받는 스트레스는 사실 업무보다는 사람인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나의 업무적 능력도 중요하지만 사실 윗선을 위한 일을 한다던지 그런 사실은 솔직히 쓸모없는 업무도 꽤 많다. 예를 들어 당장 비딩을 해야 하는 일은 따로 있지만 오늘 회장님이 뭐를 보고 싶어 하시니 회장님 일부터 하자 이런 식의 일 말이다. 즉 회사는 일정 이상 인건비가 소요되는 것을 처리해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해야 할 일 들이 매우 많다. 굳이 업무와 직접 연관이 없어도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아진다. 정치적인 면도 스웨덴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스웨덴이 신라면이면 한국은 핵불닭볶음면 정도는 되시겠다


한국에 와서 개인 사정으로 퇴사를 하며 자연스레 프리랜서일을 하게 되었다. 우선은 어머니가 소천하시고 처리할 일이 많아졌으며, 때문에 낮시간에 일을 하는 것이 힘들었다. 게다가 스웨덴에서도 가끔 한국의 일을 프리랜서로 처리했던지라 일이 꾸준히 있었다. 그것 역시 다행이었다 프리랜서는 장단점이 있지만 알려진 바와 같이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지만 반대로 마음대로 쓸 수 없고 따로 휴일이 없다 장기계획적인 계획을 짜기 조금 힘들다 언제 또 일이 들어올지 모르기도 하고 갑자기 일이 들어오는 경우도 생긴다. 물론 경우에 따라 거절해도 되지만 거절이 반복되면 아무래도 일이 끊길 수 있다. 그리고 외주를 주는 순간 모든 것이 돈이 기 때문에 대부분은 스스로 처리해야 한다. 그리고 주말이 따로 없다. 이것은 성향에 따라 장점도 단점도 될 텐데 나는 원래 남들이 놀 때 일하고 남들이 일할 때 노는 것을 좋아해서 이것은 장점이다. 그리고 가장 충격적인 것은 사실 세금 문제다 회사를 다닐 때는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을 사업주와 내가 각각 반반씩 낸다. 그런데 혼자 내면 다 혼자 내야 한다. 그리고 그 금액이 생각보다 아주 크다. 일 년을 기준으로 세전 4000만 원일 때 월 36만 원이나 내야 한다 게다가 여기에 차량이나 집전세나 월세도 있다면 아이러니하게 월세도 자산으로 잡혀서 세금이 오른다. 한국 건강보험은 단점이 없다고 생각했다가 사실 충격적인 부분이었다 수입의 10% 이상이 건강보험을 내는 것이다. 거기다 연금이나 소득세 등은 별도다 사업자를 내는 순간 세무사도 필요해서 기장료도 들어간다. 그리고 실업급여는 인정받기가 좀 어렵다. 그래서 많이 벌어도 적게 벌어도 불안하다 많이 벌면 휴일이 없고 적게 벌면 미래가 불투명해서 두렵다. 그리고 월급은 매달 들어오기 때문에 적금이나 기타 계획을 세우기 쉽지만 정확한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 늘 예비비를 이자를 얼마 주지 않는 통장에 넣어야 한다. 사실상의 비상시를 위한 생활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트레스는 줄어든다. 직주근접에 살지 않아서 불편했던 출퇴근 교통문제가 사라지는 것만 해도 매우 크다. 그리고 인간관계와 팀을 위해 마음에도 맞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한다던지 그런 것들이 줄어든다. 물론 프리랜서도 업무적인 만남이 없지는 않으나 내가 선택 가능하다. 정말 싫은 사람과 함께 하지 않아도 되지 것이다. 한편으로는 지금은 내가 회사에 소속되지 않아서 스웨덴보다 한국이 좋다고 느끼는 것이 아닐까도 한다.


다른 이야기지만 나 역시도 스웨덴 관련 글을 쓰다 보니 한국과 스웨덴을 비교하게 된다. 처음에는 거기 가서 정착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적어 내려가려 했지만 사람이 쓰는 글이고 수학적으로 계산해서 나오는 값이 아니기 때문에 주관적이긴 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처음 이주하여 정보를 찾으니 너무 오래된 것이라던지 실용적으로 쓸 수 없었던 것 그들의 문화를 이해 못 해서 오는 것들 등에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쓰게 되었다


나는 스웨덴이 나쁘다고도 혹은 한국이 나쁘다고도 말하진 않는다 둘은 그냥 다른 사회이다 사회는 복잡하고 다양한 구조라 뭐가 좋다 나쁘다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스웨덴이 복지를 한다고 경제가 망하지도 않고 알려진 바와 다르게 4차 산업혁명이나 인터넷 지수는 우리보다 높기도 하다. 딱히 불행하게 살지 않는다 내가 본 스웨덴의 사람들이나 한국사람들 모두 개개인이 어떻게 사냐에 따라서 많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상류층 이상의 삶은 스웨덴에 사나 한국에 사나 둘 다 좋을 것이고 중산층은 아마도 한국이 좋을 것이지만 사회적 약자이거나 소외 자라면 아마도 스웨덴이 좋을 것이다. 최근에 장애인 분들이 지하철 시위를 했다. 거기서 어느 정치인은 망언을 한 것으로 안다. 사회적 약자가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것을 월권처럼 표현하였다 최근에 나온 어느 책에서는 스웨덴 노인빈곤이 한국보다 심한 것처럼 적었더라 객관적인 지표로 장애인 관련 시설의 열악함이나 노인빈곤율은 우리가 압도적으로 스웨덴보다 높다. 우리가 경제대국이고 내 가족이랑 내 친구가 누리고 잘 산다고 꼭 잘 사는 게 아니란 말이다. 그 책에서는 빈부 차이가 커서 스웨덴 사람들은 평등하고 불행한 것처럼 묘사했다 삶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우리가 열심히 살고 경쟁하는 것은 사회발전을 이룩하기 좋았지만 그 기저에는 어쩌면 한국에서 빈곤의 나락이나 신체적 불편함을 가졌을 때 나에게 주어지는 사회적 위치의 위기감이 다르게 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슬프지만 스웨덴보다 성평등지수도낮고 청소년 자살률도 높으며 출산율도 낮다. 생각보다 많은 소수자들도 스웨덴에 이주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결혼 때문에 동성인 배우자를 따라 스웨덴에 이주한 한국인도 여럿 보았다 그렇다고 스웨덴이 편하다는 것은 아니다 사실 싱글로 평범하게 사는 사람은 한국이 여가도 많고 누릴 것도 많다. 그리고 주거환경의 범위나 직주근접의 조건도 더 유연해서 집을 구하기도 현실적으로 쉽다 그리고 한국도 알게 모르게 생각보다 다양한 복지가 있다. 예를 들어 가정에 고령의 중병의 환자가 있다면 장기요양보험으로 요양사의 도움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사회가 불행하나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다른 나라의 닮을 것은 닮고 우리식으로 차용할 유연한 해석은 필요한 것 같다.


나는 무조건 북유럽을 따라 해야지 같은 것은 동의하지 않으나 반대로 거기는 다 별로고 알고 보면 다 이상하 다식의 결론도 이상한 것 같다. 자조 섞이게 우리나라 이상하다고 무조건 서구사회를 모델로만 삼기에는 우리는 이미 훌륭하고 성장했지만 사회가 발전할수록 지켜야 할 균형이나 분배 등은 소홀했다고 생각한다. 혐오를 취향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회는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때 해외여행을 가기 힘든 시절에야 일본은 없다나 미국분 미국인 미국 놈 같은 책이 팔렸지만 지금은 21세기고 우리는 잠시 코로나로 멈췄어도 아무 데나 가고 살 수도 있다. 흑백논리는 펼치기 좋고 자극적이기에 팔리긴 하니까 하겠지만 최근에 아직도 스웨덴 현지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환상적으로 만든 미디어도 그리고 불만만 가득한 글도 불편하다는 이야길 들었다. 떠난 자야 자유롭게 쓸 수 있지만 남겨진 자들은 이미지에 신경 쓰고 살 수밖에 없다, 반대로 우리나라에 외국인 노동자가 일하고 글을 쓰고 그 사회 알고 보면 곳곳이 썩었고 별로라고 하면 우리나라의 반응이 어떠한가? 비판이 정당성을 가지려면 그 사회 속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판을 위한 비판은 그 사회속에서 살며 좋은 사회로 바꾸려는게 아니라면 아무 의미없는 일이다 우리는 우리가 배울 것은 배우고 지킬 것은 지키면 된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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