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면접 쉐도잉을 하며 배웠던 것들
이번 주에 면접에 참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처음으로 면접관 입장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그간 면접을 보면서 '이 면접은 꽤나 잘 본 것 같은데 떨어져서' 의아했던 경험도 있고 의외로 면접을 못 본 것 같은데 붙었던 경험이 있었다. 그 회사의 내밀한 사정은 모르기 때문에 면접자 입장에서는 대체 내가 왜 떨어졌는지 알 수 없어, 떨어질 땐 답답하기만 했었는데 이번에 내가 처음으로 면접관 입장이 되어보니 그간 내가 떨어졌던 면접들에 대한 이유를 간접적으로나 스스로 알 수 있었다.
이번에 면접 쉐도잉을 하면서 배울 수 있었던 주요한 사항들을 정리해 봤다.
(1) 내 경험을 얘기할 때는 STAR 기법으로 얘기하되, '그 사람이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끔' 설명해야 한다.
흔히 경험을 얘기할 때는 STAR 기법으로 얘기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STAR 기법은 면접자의 경험을 면접관이 이해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기본 장치라는 생각이 이번에 더욱 들었다. STAR는 Situation (상황) -Task (그 상황에서 내가 맡은 역할/목표는 무엇이었는지) - Action (그 역할/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어떤 행동을 취했는지) - Result (그 결과는 어땠는지)를 설명하는 장치이다.
그럼 STAR 중에서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하냐?라고 했을 때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Situation/Task'을 잘 설명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면접관이 그 상황을 자기의 이해 수준으로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야지 (공감을 해야지) 그 이후에 액션을 들을 때도 의문이 들지 않고 면접자가 이끄는 플로우대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쉐도잉을 들어갔었던 면접에서, 면접자가 나름대로 STAR 기법에 따라 질문에 맞는 경험을 소개하는데, Situation 측면에서 이해가 가지 않으니 계속 의문이 들었던 것 같다. 예를 들면 '어려운 난관 속에서도 달성한 경험이 있냐'라는 질문에는 , 그 상황을 잘 모르는 처음 듣는 사람도 이해가 갈 수 있게끔 어려운 상황을 잘 설명해야 한다. 예를 들면, 갑자기 예산이 삭감된 상황에서 광고 성과를 냈던 상황이라면, 단순히 예산이 삭감된 상황에서~라고 얘기하기보다는 어떤 이유 때문에 예산이 삭감된 상황이었는지 (e.g. 회사의 영업이익률이 떨어져, 광고예산이 삭감된 상황에서~)를 얘기해 줘야지 면접관 입장에서는 그 상황을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면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이 상황에서 내가 맡은 목표 (Task)를 설명할 때는, 예산이 삭감되었지만, 왜 내가 이 목표를 이루는 게 중요했는지를 설명해줘야 한다.
기본적으로 나의 주요한 경험 몇 가지는 STAR 형식으로 Script를 준비해서 가까운 친구한테 이 상황이 이해돼?라고 얘기하면서 첨삭을 받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2) 경험에 대한 결과는 갖다 붙인 결과가 아닌, 논리적으로 인과관계가 명확한 숫자를 얘기해야 한다.
이번에 면접을 들으면서 느꼈던 것은 '그럴듯하게 갖다 붙인 결과'는 티가 난 다는 점이다.
앞에서 면접자가 X 제품을 기획해서 만들었다는 것을 Situation &Task & Action으로 얘기했는데 결과는 생뚱맞게 X제품 자체가 아니라 X제품이 포함된 브랜드 전체에 대한 결과를 얘기했다. 이에 대해 백업질문을 여러 번 했지만, 여전히 결과 숫자는 X제품 자체가 그 브랜드에 대한 얘기만 해서, 속으로 혹시 결과를 끼워 맞춘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도 면접을 준비했던 경험이 있기에 이 Result 부분을 만들어내는 게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알고 있다. 거의 대다수의 사람이 업무를 하면서 하나하나 경험들을 결과로 기록해놓지 않기 때문에 보통 면접을 준비할 때쯤 돼서야 기존의 경험을 돌아보면서 결과를 트래킹을 하는데, 이때 이 경험 자체는 좋은데 결과가 명확하지 않을 경우 여기저기서 데이터를 갖다 붙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설프게 (?!) 결과를 갖다 붙인다면, 또는 진짜 사실이라 하더라도 앞에 얘기했던 거랑 논리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면접관 입장에서는 이에 대해 의심하거나 믿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승전'결'과에 대해 논리적으로 이어질 수 있게끔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3) 면접관의 합이 중요하다 - 그 회사가 어떤 스타일의 사람을 뽑고 싶어 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이건 반은 노력, 반은 운의 영역일 것 같다. 결국 면접관과의 합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느꼈는데,
이번에 인터뷰를 보면서 여러 가지 경험을 면접자가 이야기를 했는데, 몇몇 경험들은 내 사고방식과 틀에서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아 설득이 되지 않은 반면, 어떤 경험들은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고의 흐름과 동일하게 면접자가 얘기해서, 괜찮다고 생각이 든 것도 있다.
정말 주관적인 것 같은, 면접관의 합. 운의 영역에서 노력을 통해 그래도 운의 확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나는 그 시작은 결국 그 회사의 기업문화를 파악하고 가능하다면 실무자와의 원오원을 통해서 그 회사가 어떤 스타일의 사람을 선호하는지 알아내는 것이다. 일단 기업문화는 기본적으로 기업 사이트, 블라인드를 통해서 알 수 있을 것 같다. 기업 나름의 페르소나가 있을 것 같은데 (예를 들면 컨설팅펌은 냉철하고 인간적인 면은 없지만 유능할 것 같은 사람, 토스는 합리적인 걸 좋아하고 일 자체에 미친 것 같은 사람) 블라인드를 통해서 이 페르소나가 어떤 것인지를 알아내면 좋다. 그다음으로 해야 하는 것은, 사실 어려운 영역이긴 한데, 가능하다면 그 팀의 실무자와 1:1을 통해(링크드인을 통해 부탁하던지 등) 그 기업이 현재 뽑고자 하는 포지션이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지를 알아내는 것이다.
나도 지금 다니고 있는 외국계 기업에 면접을 보기 전에 인터넷에서 대표 인터뷰 자료를 샅샅이 뒤져가면서 평소에 대표가 가지고 있는 철학과 비즈니스를 바라보는 관점이 무엇인지를 철저히 익혀갔었다. 그래서 대표 면접 때 '이커머스란 무엇인 것 같냐'라는 질문을 할 때 대표가 예전에 했었던 인터뷰들을 떠올리며 그 관점에서 답변을 이어나갔고 그 이후로는 되게 수월하게, 또 인터뷰도 빠르게 끝낼 수 있었다.
(4) 면접관의 부담이 엄청날 것 같다.
항상 면접자의 입장, 그리고 팀원의 입장에서만 생각했는데 처음으로 면접관의 입장, 사람을 뽑아야 하는 리더의 입장에서 생각하니 우리 팀 리더가 갖고 있는 부담감이 얼마나 큰 지 체감할 수 있었다. 아무리 1:1 면접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 면접에서 그 사람이 우리 회사랑 잘 맞을지 아닐지 알아내는 게 쉽지 않다. 예를 들면 이 사람이 원래는 똑똑하고 주도적인 사람인데, 다만 면접자체를 준비를 많이 못해서, 또는 내가 질문을 면접자가 이해하지 못하게 던져서, 마음에 들지 않은 대답이 나와 떨어뜨릴 수도 있는 것이고, 내 입맛에 딱 맞는 대답을 했다 하더라도 막상 뽑아놓으면 그와 반대로 움직일 수도 있다는 리스크는 존재하는 것 같다.
이번 면접 참관을 통해 리더가 갖고 있는 문제에 대해 더욱 공감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가다
면접에 떨어지더라도 낙담하지 말자
결과엔 제일 중요한 것은 면접관의 합인데, 만약 내가 열심히 준비했는데 떨어졌다라면 결국 나랑 내가 지원하는 조직이 잘 맞지 않아서 그런 거일 수도 있다. 내가 행동력이 빠르지만 디테일이 약한 스타일인데, 나를 뽑는 상사가 디테일 꼼꼼함을 중요시 여긴다면? 운 좋게 합격해서 들어간다 하더라도 오히려 힘들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경력이직일수록 내가 가진 강점을 회사에서도 가치 있게 여겨야지 강점을 강화하면서 커리어를 한 단계 더 높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