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시절
하루하루 정처 없이 흘러가는 강물처럼
웃음을 잃은 표정과 감각을 잃은 육신
허공을 떠도는 먼지와도 같은 때
어긋난 오판을 탓할 수도
그렇다고 미련을 가질 수도 없고
이미 모든 것은 달려가는 열차와 같아
뛰어내릴 엄두조차 낼 수 없어
기차 화통엔 귀를 닫고 몸을 낮추었던 시절
먹구름 드리운 하늘
끝 간 데 없는 오리무중 안개 밭 길
망망대해 편주와도 같았고
소슬바람 등에 업고 허공을 도는 낙엽처럼
헤매며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던 시절
한바탕 소나기 퍼부어 씻기어지길
한낮의 일장춘몽이기를 바라고 바랐건만
마음속 파도가 잦아들기만을 기다리던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그 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