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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Nov 12. 2022

시니어 상담 일기

심장병 할아버지

아파트가 꽤 높은 지대에 있었다. 임대 아파트이며 이백여 세대가 살고 있다고 한다.

그리 넓지는 않지만 아파트 두 동의 연결 통로에 벤치가 몇 개 있고, 지붕이 있기에 그늘져서 시원했다. 동네 분들이 쉬어 가는 곳인 것 같다.     


할아버지는 부채를 연신 부치면서도 그늘져서 시원한 게 덥지 않다고 하신다. 모자를 쓴 얼굴엔 피부병으로 하얀 꽃이 많이 피어 있다.    

 

더위도 잠시 식힐 겸 할아버지 옆에 앉으며 말씀을 여쭈었다. 마침 심심하셨던지 여쭤보는 말씀보다 얘기가 더 많으시다.     


어르신은 77세이시고 오래전부터 자식들 분가 후 홀로  살고있으며, 경제적으로 어려워 수급자 혜택을 받고 계시다. 큰 아들도 생활이 넉넉하지 못하다 하고, 작은 아들은 일찍 하늘나라로 갔단다. 

어르신은 피부병도 있지만, 심장병으로 3급 장애자이며 현재 허리 수술 예약을 해 놓은 상태이다.     


하루를 이렇게 아파트 마당에 나와 쉬는 게 유일한  일이라고. 복지관 이용을 권해 드리니 숨이 차서 아파트 밑을 내려가기가 쉽지 않다 하신다.

병원에 갈 때나 돼야 쉬엄쉬엄 아파트 아래 언덕을 내려가신 단다. 가톨릭 신자인데 성당도 잘 못 간다고 하시니 많이 안타깝다. 아파트가 너무 높은 위치에 있다.     


오히려 높은 곳이라 바람이 시원하고, 공기 좋고 경치도 좋은 동네라고 자랑이시다. 기초 수급자로 나라의 도움을 받아서, 심장병으로 숨이 찬 게 문제이지 그래도 살만하다 신다.     


여러 가지 다발성으로 병을 갖고 있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을 겪고 계신 어르신을 뵙고 무어라 위로를 드리기도 쉽지 않았다. 어르신께선 본인의 상황을 남들이 걱정하는 것을 알고 있다며, 오히려 어렵게 사는 아들 걱정뿐이다.     


누구나 어려운 삶을 살고 싶지는 않으리라 그러나 삶이 우리를 속이지 않는가? 

복지관의 수급자 혜택과 필요시 연락 가능한 복지관 전화번호를 드리고, 어르신의 허리 수술이 잘 되기를 기원드린 후 아파트 언덕을 내려왔다.     


복지관을 못 나오는 분들의 또 다른 이유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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