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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Nov 12. 2022

시니어 상담 일기

붕어빵을 잡숫고 계신 할아버지

구파발 지하철 역사 벤치에 앉아 하얀 봉투에서 무언가를 계속 꺼내서 잡숫고 있는 할아버지가 계시다.

멀찍이 맞은 켠 의자에서 잠시 전화를 받고 있던 내 눈에 어르신이 들어왔다. 약간의 웃음을 띄며 어르신 옆에 다가가 “어르신 맛있는 것 드시나 봐요? 잠시 옆에 앉아도 될까요? 서울시 노인 복지관에서 어르신들과 말씀을 좀 나누려고 나왔습니다.”     


흔쾌히 앉으라며, 계속 드시는데 붕어빵이다.

어르신께선 올해 93세이고 구파발 성모병원에서 84세 아내의 기관지 약을 처방받아 집에 가는 중인데 점심식사가 애매해서 붕어빵으로 때우고 있다며 맛있게도 드신다.   

  

어르신은 허리 협착 수술 후 조금 힘든 것 말고는 특별히 먹는 약은 없으며 등산을 다니고 별일 없을 땐 종로 3가 일대에서 극장 구경도 하면서 소일하고 있다고 하신다. 불과 3년 전 90세까지 사무실도 운영했고 젊을 때 고생은 좀 했어도 돈은 쓸 만큼 벌어놔서 연금 없이도 살만하다 하신다.     


이 나이에 젊어서 고생 안 한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열심히 살아온 당신의 93세 삶의 궤적을 너무도 당당하고 자신 있게 얘기하시며, 지금은 행복하다 신다.


어르신이 멋있어 보였다.

삶을 긍정하는 자세가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인 듯싶다.

요즈음은 인간 수명이 100세 시대를 넘어 120세 시대라고까지 얘기한다. 어르신을 보니 그 말이 빈말이 아닌 것 같다.

이 어르신께선 120세까지도 살아내실 것 같다.     


건강을 진심으로 기원해 드렸다. 나의 93세는 어떤 모습일까? 이 세상에 살아있기나 할까? 잠시 생각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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