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투이스트 이서하 "타투 합법화, 단계적 해법 고민해야"
거리에서 타투한 사람들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굳이 젊은 세대가 많이 모이는 종로나 홍대를 나가지 않아도. 그러나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타투를 바라보는 인식이 좋지만은 않았다. 조폭 영화에 등장하는 용과 호랑이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뭔지 모르는 불편함을 만들었기 때문에.
타투(Tattoo)는 한자어로 문신(文身)이다. 살갗을 바늘로 찔러서 먹물 등의 물감으로 글씨, 그림, 무늬 따위를 새기는 행위. 최근에는 스티커로 피부에 붙이는 헤나가 유행을 타기도 했지만 타투와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 타투의 목적은 몸을 치장하기 위함이며, 가축에게 도장을 찍어 상표나 확인용으로 사용된다. 프로 운동선수는 상대방에게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서 문신을 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타투의 역사는 조선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에게 먹물로 죄수의 신체에 죄명을 새기는 형벌인 '자자형'이 기원이다. 이처럼 문신은 죄수에게 수치심을 주기 위하여 사용됐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문신한 사람을 삼청교육대에 보내기도 했다.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이런 문신이 일탈의 상징이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유행과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거리뿐만 아니라 일하는 직장에서도 타투를 보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국과 일본에서 타투는 불법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병역법 제86조 위반이다.
"음지에서 양지로 나온 타투를 예술로 볼 것인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그것이 합법이든 불법이든 예술의 한 영역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에 반기를 드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타투를 통한 사업의 영역 점차 확대되는 추세이며,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아주 중요한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평범한 직장 생활을 했지만 유럽에서 타투 전문 과정을 이수한 후 현재 합정에서 활동하고 있는 젊은 타투이스트를 만났다. 그녀는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공공기관 홍보 담당자였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꿈을 좇아 지구 반대편으로 건너갔다. 그녀가 말하는 타투의 허와 실에 관한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평범한 회사원에서 타투이스트로 직업이 바뀌었다. 이 직업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아쉽게도 특별한 계기는 없다. 포르투갈에서 돌아온 후 만나는 지인마다 '어떻게 타투를 접하게 되었냐?'라고 묻는다. 모두 특별한 대답을 기대하지만 딱 부러지게 한 단어로는 설명하기가 어렵다. 원래 이것저것 배우고 기웃거리며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성격 때문인 것 같다. 공공기관 퇴사 이후에는 삶이 도전 자체였다. 인도에 가서 요가 자격증을 따고 자카르타와 말레이시아에서 에미레이트와 싱가포르 항공사 면접을 지원했었다. 마지막엔 싱가포르의 태양력 발전 선박회사에 취직했지만, 처음부터 구체적 계획이 있던 것은 아니다. 싱가포르의 비자를 기다리던 중 시간 있을 때 유럽 한번 가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경제적으로 조금 만만했던 것이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였다. 이미 힐링이나 자아발견이라는 주제로 한 차례 유행을 거쳐 간 여행이었지만 나의 목적은 그보다는 저렴한 경비로 유럽을 여행하며 많은 사람은 만나는 것이었다. 사실 개인적인 종교의 영향도 조금 있었는데, 묵주 기도를 하며 하루 30키로미터 이상을 걷는 것은 고행이자 특별한 경험이다. 그때의 기억을 평생 간직하고 싶다는 욕구가 솟구쳐 무작정 타투스튜디오를 찾았는데 결국 정착한 곳이 포르투갈이었다. 장황한 설명이지만 결국 모든 일에는 그 이유가 존재하듯 나의 밭 끝에 따라 선택된 게 아닌가 싶다."
- 요즘 유행하는 '욜로(You Only Live Once, YOLO)'를 실천하고 있는 게 아닌가?
"유행에 휩쓸리는 타입은 아니다. 욜로는 나에겐 꽤나 비현실적인데, 그 의미와는 다른 나만의 원칙이 있다. 예를 들면 '언제까지는 좀 더 이것저것 배우고 부딪쳐 보자'는 것이다. 물론 그 기한은 종종 바뀌기도 한다. (웃음) 욜로족은 그 순간을 즐기며 사는 부류라면 나의 삶은 자신을 귀찮고 고달프게 하는 면이 더 많다. 성격이 급하고 새로운 분야에 쉽게 흥미를 느끼고 빠르게 질리는 고유의 성격도 한몫한다."
- 유럽에서 생활하면서 '타투'의 직업을 새롭게 찾은 것이라 보면 되는가? 어려움 점은 없었는가?
"모든 것이 어려웠다. 여행 중이기에 경제적 비용과 두 달 동안 하숙할 수 있는 장소, 수강이 가능한 스튜디오를 찾는 것이 먼저였다. 타투를 배우는 순간부터 여행이란 본질은 정착으로 바뀌었기에 다른 환경에 급격히 적응해야 했다. 한국과 다른 문화도 한몫했다. 타투를 배우려면 나의 등 전체를 강사에게 먼저 타투를 받아야 한다는 조건도 있었다. 당시 꽤나 무서웠다. 여행 중이었기에 가장 큰 고민은 경제적인 비용이었는데 결국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했다. 이미 60대이신 부모님께 생경한 분야인 타투에 대해 유선상으로 이해시킨다는 것이 힘들 거라 여겼는데 별말 없이 지원해주셨다. 한국에서는 아직 불법임을 알고 있었기에 귀국 후에도 계속 작업할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그곳에서 나는 철저한 이방인이었기에 마지막 실기 시험 때 나에게 타투를 받을 대상자를 구하는 것도 큰일이었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시도는 그만큼 하나부터 열까지 그냥 넘어갈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현실적인 확신을 두고 시작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 외국에서는 합법적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이다. 단순히 미용이 아니라 의학적 견해로 인해 불법이라는 의미인데 이에 대한 견해는?
"현재 우리나라와 일본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타투에 대해 합법으로 지정되어 있다. 여러 가지 의견이 분분하지만, 요지는 의사 면허증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 침습적 행위를 한다는 것에서 첨예하게 갈린다. 사실 이 부분은 위생 때문인데, 그에 대한 적절한 가이드라인이 선행되는 것이 우선이다. 타투 작업을 받은 추정 인구가 100만 명이라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한 번에 모든 타투이스트와 의료계를 만족시키는 방안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안 없이 무작정 타투 합법화를 반대할 게 아니라 양쪽의 입장에서 단계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포르투갈에서 수강했던 타투 인증서가 한국에서 어떤 식으로 도움이 되나?
"한국에서 인증서의 유무는 사실 별 의미가 없다. 수강을 위해 발품을 팔아가며 여러 스튜디오를 찾아보던 중 포르투갈 보건부의 타투인증서를 받을 수 있는 곳을 최종적으로 선택했다. 기술만 가르쳐주는 곳과 달리 이론 교육이 따로 배분되어 더 믿을 수 있었다. 필기시험을 통하여 70% 이상의 득점과 실습 이후 부여되는 자격증이다. 필기시험이 포르투갈어로 되어있었는데, 선생님이 영어로 해석하여 문제를 읽어주고 그것을 듣고 답을 적는 과정을 거쳤다. 인증서 취득 시에는 감격스러웠지만, 한국에서 도움이 되는 부분은 딱히 없다. 온라인 홍보 계정의 사진첩 한구석을 예쁘게 차지하고 있다. 더러 물어보시는 손님도 계시지만 인증서의 유무보다는 유럽 끝쪽에서 타투를 배워왔다는 사실에 신기해하시는 정도다. 언젠가 해외로 진출하여 타투할 시기를 고대하며 예쁘게 액자에 장식해두었다."
-타투를 두고 영원을 남기는 예술이라고 했다. 여기에서 '영원'이란 무엇인가?
"타투를 괴이하거나 혐오스럽게만 여기는 기존의 편견에 강렬하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타투는 기본적으로 영구성을 가진 멋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시적으로 멋낼 수 있는 타투 스티커나 헤나도 있지만 결국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것은 타투이다. 게다가 영구적인 특성 때문에 더 의미 있다. '반영구' 같은 단어보다는 '영원'이라는 말을 강조하고 싶다. 사실 삶에 영원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때에 따라 타투도 조금씩 변하고 지워지기도 한다. 하지만 본래 있었던 것이 아닌 의지를 가지고 만드는 영원한 동반자 혹은 친구라는 의미로 이해해주면 좋을 것 같다. 그로 인해 작업하는 사람으로서 신중하게 임해야 한다는 마음가짐도 있다. 타투는 영속성을 지닌 나를 표현하는 자신감, 신념 이 모든 걸 '영원'이라는 단어에 담고 있다."
-영원을 남기기도 하지만 그 흔적이 몸에 영원히 지속되기 때문에 오는 장단점이 있을 것이다.
"확실히 타투는 영구적이다. 그 속성 때문에 타투를 받기 전 도안이나 위치에 대해 신중해야 하는 것도 맞다. 우리나라의 사람의 경우 그 속성 때문에 지나치게 꺼리거나 젊은이만의 문화로 치부한다. 나도 그랬다. 포르투갈에서 처음 타투를 받을 때는 온갖 의구심이 머릿속을 지배했지만, 지금은 뭐 그렇게까지 깨끗한 피부를 평생 가져가야 하는 생각이 있다. 사실 타투를 받아도 경우에 따라 다른 모양으로 변형도 가능하다. 평생 찍히는 낙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앞으로의 본인의 미래와 사회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나는 타투를 가지게 된 이후 나에 대한 확고한 정체성을 느꼈다. 그리고 설령 영구적이라 한들, 모든 것이 너무 지나치게 가변적인 세상에 영구적인 나만의 것 하나쯤 있는 건 괜찮지 않을까 싶다.
-이제 본격적으로 타투이스트로 삶을 살아가기 시작했다. 타투에 대한 외국(특히 유럽)과 한국의 차이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한국에서 타투는 아직은 소외받는 문화이다. 지금 나에게 타투받는 이의 60%는 외국인이다. 그들에서 작업 전 유의사항과 함께 '타투는 현재 한국에서 불법이다'라는 말을 같이 하면 모두 의아한 표정을 한다. 'Why?'라는 질문에 수많은 대답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많지만 그중에 가장 적합하게 그들을 이해시킬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리고 느긋하다. 물리적인 자세가 아닌 타투에 대한 기본 생각이 더 느슨하다. 작업 도중 갑자기 마음이 바뀌거나 넌 타투 예술가, 즉 아티스트니 네 기분에 따라 해보라는 즉흥적 요구를 하기도 한다. 그보다 우리나라는 경직된 것은 사실이다. 외국인과 작업할 때는 나의 기분조차 즉흥적이 되기도 하는데 작업 이후 정해지지 않은 즉흥적 가격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래서 너는 이게 얼마 정도면 적합하니?' 대부분 내 예상보다 후하게 쳐준다. (웃음)"
-타투이스트에 대한 직업을 미래에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내가 알고 싶다. 아직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에는 생각보다 많은 타투이스트들이 있다. 서울이 빠르게 떴다 식는 유행의 중심지이기에 몇 년 사이에 폭발적으로 많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상업예술 장르와 마찬가지로 자신만의 색이 있는 아티스트라면 전망과 상관없이 어디에서나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타투는 평생을 새롭게 도전하며 배울 수 있는 직업이다."
-타투이스트를 꿈꾸고 있는 젊은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타투는 기본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직업이다. 계속 도전하고 노력해야 하는 직업이다. 정확성, 세밀함, 창작력 많은 것이 요구될 수 있지만, 그중 도전정신이 있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하면 할수록 더 정진하고 겸손해야 한다는 것을 느낀다. 타투는 끝이 없다. 그렇게 정진할 수 있게 좀 더 다양한 작업이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다. (웃음)"
타투이스트 이서하는?
1987년 서울 출생으로 세종대학교를 졸업했다. 서울문화재단 홍보팀에서 온라인 홍보담당을 역임했으며 그 이후 홍익대학교 인근에서 타투이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lil_p__tat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