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에서 일하면 좋은 점이 몇 개 있다. 순환근무제. 짧은 시간에 다양한 일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 사기업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대개는 특정 분야로 입사했으면 그 일로 끝장을 보기 마련이다. 물론 일반 기업도 순환보직을 하는 경우가 더러 있기는 하지만 공공기관처럼 이동이 잦은 것은 아니다. 여기선 보통 3년마다 한 번씩 다른 일을 한다고 한다. 필자가 공공기관에 발을 들여놓은 지 어느덧 15년이 넘었다. 정확히 오늘부로 15년 11개월 27일이니, 다음 주면 16년이 되는 셈이다. 그동안 여러 일을 진행했다. 기획파트에도 있었고, 사업부서에서 축제와 행사도 진행했다. 시설을 조성하는 것부터 지원사업까지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다양하게 경험했다. 지금은 홍보일을 맡고 있다. 그것도 여기서 가장 오랫동안 맡은 일이다. 지금도 하고 있는데 어느 일보다 홍보의 순리를 이해한다고 자부한다. 16년 중 8년 동안 한 업무만 하고 있으니 그럴만도 하다.
"홍보가 뭔가요?"
대학에서도 홍보와 비슷한 학과가 넘쳐난다. 예전에는 '신문방송학과'(군대를 다녀오고 복학생의 신분이었을 때, 처음으로 들었던 수업이 신문방송학과였다)라고 불렀는데 지금은 뭐라고 부르는지 다 기억도 못할 정도다. 이름도 다양하다. 광고홍보학과도 있다. 여기서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은 '광고'다. 광고는 홍보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무엇이 다르냐고 묻는다면 나는 "돈의 유무"라고 대답하겠다. 돈을 주고 해 줄 수 있는 것과 돈을 줘도 할 수 없는 것으로 구분한다. 해줄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비슷하게 들리지만 그 차이는하늘과 땅 차이다. 광고는 돈을 주면 다 해준다. 심지어 어느 일간지에서는 광고료만 내면 신천지 광고까지 실어주는 것도 봤다. 자신의 신념과 다르다 할지라도 돈을 주면 안되는 게 없을 정도다. 그런데 홍보는 전혀 그렇지 않다. 홍보와 광고의 차이는 여기가 핵심이다. 나는 광고와 홍보는 엄격하게 구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업 담당자가 말하는 홍보와 취재원(보통 홍보하는 사람들을 이렇게 부른다.)이 말하는 홍보는 그 어감이나 영역이 상이하다. 홍보의 종류에는 뭐가 있을까? 보도자료, 소설미디어, 간행물, 리플릿, 방송, 옥외광고, 구전효과 등종류만 나열해도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우리는 이런 다양한 홍보의 수단을 아무런 구분 없이 섞어 쓰고 있다. 하지만 취재원이라면 최소한 광고와 홍보는 구분했으면좋겠다.
홍보 vs 광고?
광고와 비교되는 홍보의 가장 큰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 이는 '뉴스가치(News Value)'를 우선으로 꼽는다. "뉴스로서 가치가 있는가?" 여부인데, 자료를 받아 든 기자가 신문이나 방송에서 뉴스를 내보낼 가치가 있는가를 묻는 것이다. 뉴스로서 가치를 판가름하는 것은 해당 소스가 몇 가지 요소를 충족하느냐와 관련이 깊다. 그 '몇 가지'를 파악하냐 마냐에 따라 뉴스가 될지 말지를 결정짓게 된다. 뉴스가치에 대한 부분은 나중에 다시 설명하기로 하겠다. 이 밖에 '반복해서 보도가 되는지'도 중요하다. 광고는 제한된 곳에만 내보내는 경우가 많다. 즉, 돈이 많다면 모든 언론사에 써도 되겠지만, 광고주 입장에서는 광고할 곳을 선별해서 진행하기 때문에 극히 제한적이다. 반복해서 모든 언론사에서 써주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그만큼 돈이 무한대로 샘솟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홍보는 매체에서 거부, 재편집, 재구성할 수 있다. 우리가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언론사에서 기사를 게재할 때, 홍보는 기자의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물론 팩트가 바뀌는 것은 금물이다. 우리가 A라고 얘기했는데, 기자가 B로 해석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팩트가 달라지지 않는 것은 기본인데, 이 부분도 정확한 설명은 뒤에서 따로 하겠다. 무엇보다 광고와 홍보의 가장 큰 차이는 기사의 시기, 지면 양, 배정을 매체에서 직접 관리한다는 것이다. 광고는 우리가 원하는 곳에 돈을 준만큼 원하는 크기대로 할 수 있다. 1억을 주면 신문의 배면을 원하는 곳에 넣을 수 있다. 가끔 전면 광고의 경우가 그렇다. 마지막으로 신뢰도의 문제다. 광고는 돈을 주면 다 해주기 때문에 광고의 책임은 광고주가 지면 된다. 그것의 진위여부는 나중에 논하더라도 팩트 여부는 끝까지 논쟁거리다. 과장광고 심의가 종종 문제가 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그러나 편집부에서 게재된 정식 기사의 경우는 기자와 언론사가 책임을 지게 된다. 그래서 데스킹이 있는 것이고, 그래서 더욱 광고보다 믿음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