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달 30일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전략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준금리의 인상은 이미 예고된 수순이였다.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돈을 풀던 ‘유동성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긴축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한은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기존 연 1.25%에서 연 1.50%로 올렸는데 기준금리 인상은 2011년 6월 이후 6년 5개월 만이다. 이로써 지난해 6월부터 17개월 동안 지속된 사상 최저 금리 시대는 막을 내렸다.
저금리의 가장 큰 수혜자는 역시 부동산이였다. 덕분에 부동산 시장에서도 분양시장이 가장 호황기를 누렸다는 평가다.
한국은행이 6년5개월 만에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부동산 시장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저금리 효과로 좀처럼 열기가 식지 않는 부동산 시장에 기준금리 인상이란 ‘경고등’이 커졌다. 금리는 대출과 맞물려 주택공급량, 정부 규제와 함께 부동산 시장을 좌우하는 한 축으로 꼽힌다. 예상했던 수순이지만 정부 출범 후 잇따라 나온 부동산 대책과 지난달 29일 발표한 ‘주거복지 로드맵’에 이어 금리까지 오르면서 부동산 시장에 몰린 돈이 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8·2부동산 대책과 가계부채대책으로 대출 규제가 대폭 강화된 가운데 금리 인상까지 이뤄지면서 빚을 내어 부동산에 투자한 사람들의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특히 이미 시장 금리가 선제적으로 높아진 상태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됨에 따라 향후 급격한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경우 부동산 시장 전반이 휘청거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금리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재개발·재건축과 같은 투자 상품이나 레버리지를 많이 이용하는 상업용 부동산 등에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신혼부부나 사회 초년생 등 초기 자금이 부족한 실수요자들도 중소형 아파트 구입에서 대출 의존도가 높았던 점을 감안하면 거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내년부터 입주물량이 급증하는 경기도와 일부 지방 아파트는 집값 하락에 따른 역전세난이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금리 인상은 대출 의존도가 높은 신규 분양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다만 대출을 통한 투자가 많지 않은 토지시장은 금리 인상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일련의 정부 규제로 인해 앞으로 주택 가격이 오르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주택 임대사업 등록에 대한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고, 양도세 중과 등 세부담도 커짐에 따라 다주택자들이 금리 인상 폭을 봐가며 주택 매도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또 이번 금리 인상과 주거복지로드맵에서 발표한 공공주택 100만가구 공급, 입주물량 등으로 내집마련시기를 늦추는 사람이 많아질 것으로 보여 집값도 약세가 예상되는 부분이다.
물론 이에 비해 집값이 단기에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이고 유입을 원하는 수요가 많은 만큼 당장 가격이 내리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금리 인상 레이스가 본격화된 만큼 과거처럼 과도한 대출을 통한 부동산 매입은 자제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미국도 추가 금리 인상이 예고돼 있고 내년에는 신 DTI와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도 도입되는 만큼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며 집값의 30∼40% 이내로 대출을 제한하는 것이 좋다.
중도금 대출이 어려워졌고 대출이자도 계약률과 연계될 가능성이 큰 만큼 새 아파트도 인기지역, 유망단지 위주로 청약하는 게 안전해 보인다.
이번 금리인상으로 입주 물량이 많은 수도권과 지역 경제가 좋지 않은 지방 위주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금리에 민감한 오피스텔·상가·중소형 빌딩 같은 수익형 부동산이 타격을 받고, 이어 주택 수요자에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금융 시장에 후행하는 부동산 특성상 빠르게 바뀌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금리가 올라도 대체할 만한 뚜렷한 투자대상이 없기 때문에 투자수요가 유지될 것으로 보는 이유다.
금리인상기엔 부동산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이 많다. ‘바람이 불 땐 누워야 한다’는 격언이 있듯이 섣불리 투자하기보다 숨을 고르는 게 낫다는 얘기다. 장기적으로 시장을 이기는 정부, 단기적으로 정부를 이기는 시장은 없다는 주장이다.
결국 대출을 극대화하는 전략은 바람직하지 않아 공격적인 부동산 투자보다 보수적인 안전 위주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가령 집을 살 때 ‘집’에다 ‘보유자금’을 맞추기보다 ‘보유자금’에다 ‘집’을 맞추는 알뜰·실속 투자가 필요한데 대출금은 집값의 30% 이내에서 빌리고 매달 갚는 대출 원리금은 월급여의 30% 이내로 맞추는 ‘30% 룰’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위 조건 아래서 내집 마련을 위한 실수요자라면 지금이 적절한 구매시기라고 추천한다. 금리가 오르더라도 월세보다 이자 부담이 적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구매력만 갖춘 실수요자라면 공급과잉 지역을 제외하곤 매수해도 좋다는 것이다. 따라서 금리 인상 충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임대 수요가 풍부하고 확실한 개발호재 등이 있어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곳 위주로 공략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익형 부동산의 경우 관망세라는 분석이 다수였지만 다른 의견도 있었다. 금리 상승은 경기 개선의 신호로 해석되므로 임대수익률도 오를 것으로 보기 때문에 수익형 부동산 투자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대출을 통한 투자가 많지 않은 토지시장에 금리 인상이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 정부의 부동산 규제의 주 타깃이 다주택자인 만큼 토지 투자 등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토지 투자의 경우 일반 매매보다는 희소성이 높아지고 있는 택지지구, 신도시 용지를 분양받는 것이 대중적이다. 특히 근린상업용지, 점포주택용지, 주차장과 주유소 등을 포함한 특수분양용지 등이 유망하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의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통해 주택시장뿐 아니라 수익형 부동산에도 대출규제가 적용되면서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주택 시장의 불확실성이 워낙 큰 만큼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하고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 틈새 수익형 부동산의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또한 수익형 부동산 대출 규제에도 시중 유동성이 풍부한데다 예금금리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인 것도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
다음은 수익형 부동산 규제에도 여전히 주목할 만한 틈새 상품들이다. 대표적으로 4가지 정도룰 꼽을 수 있는데 ▲중도금 무이자 제공 수익형 부동산 ▲선임대 상가 ▲항아리상권 ▲생활형 숙박시설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금리인상에 대한 대처가 가능하거나 수익성이 좋아 금리가 인상되더라도 수익률 하락이 적은 상품들이다.
▲중도금 무이자 제공=최근 가계부채종합대책, 경제 성장률 3% 달성 등으로 금리인상 직격탄이 다가오면서 수익형 부동산 투자에 적신호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투자처를 잃은 시중 부동자금이 예금금보다 높은 수익형 부동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에 대출이자에 대한 걱정이 없는 ‘중도금 무이자’ 수익형 단지에 수요자들의 관심을 집중되고 있다.
상가, 레지던스, 오피스 등으로 대변되는 수익형 부동산은 아파트와는 달리 청약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중복 청약이 가능하고 전매제한이 없으며 중도금 무이자 혜택을 통해 투자자들은 대출이자 상승에 대한 부담을 덜 뿐만 아니라 대출이자만큼 분양가 인하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선임대 상가=최근 상가 분양시장에서 '선임대 상가'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우량 임차인'을 확보한 선임대 상가가 화두고 떠오르고 있다.
우량 임차인이란 경험이 풍부하며 장기간 운영이 가능해 매월 고정적으로 임대료를 납부할 수 있는 임차인으로,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나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 병원, 기업형 슈퍼마켓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우량 임차인 확보가 업계 화두로 떠오른 이유는 상가 투자에 있어서 임대관리가 중요한 성공 포인트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임차인이 돈을 벌어야 임대료를 높게 받을 수 있고 더 나아가 매각 시 시세차익도 누릴 수 있다.
이에 분양업계도 우량 임차인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상가 활성화와 마케팅에 주는 효과도 큰데다 임대를 맞추면 투자자들의 반응도 좋기 때문이다. 더불어 철저한 상권 검증과 시장 조사를 기반으로 매장을 오픈하는 우량 임차인의 특성상, 상가의 입지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항아리상권=최근 유망한 수익형 부동산으로 ‘항아리상권’이 주목 받고 있다. 항아리상권은 특정 지역에 상권이 한정돼 소비자가 타 지역으로 빠져나가지 않는 상권을 뜻한다.
항아리상권은 대체로 인근에 3천여 세대 이상이 거주하는 아파트들이 밀집해 있고, 기업, 관공서, 학교 등 풍부한 고정 배후수요가 존재해 안정적 수익기반이 확보된 것이 특징이다.
최근 정부의 강도 높은 주택, 부동산시장 규제로 갈 곳 잃은 뭉칫돈이 항아리상권에 몰려들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생활형 숙박시설(=레지던스)=정부가 아파트는 물론 오피스텔에 대한 각종 규제 정책을 내놓자 틈새 투자처인 ‘생활형숙박시설’이 주목 받고 있다. 전매제한 규제가 없는데다 청약통장도 필요 없고 적게는 1억원대 투자도 가능해 부담이 덜해 투자자들이 몰리며 최근 분양에서 두 자릿수 경쟁률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이 경기 남양주 별내택지개발지구에 공급하는 생활형숙박시설 ‘별내역 아이파크 스위트’가 지난달 6~7일 이틀간 청약을 실시한 결과 1,100실 모집에 9,600건의 청약이 접수돼 평균 경쟁률 8.7대1을 기록했다. 74㎡형의 경우 120실 모집에 2,760여명이 몰려 경쟁률이 23대1에 달했다.
생활형숙박시설은 ‘레지던스’라고도 불리며 호텔과 오피스텔을 조합한 주거상품으로 숙박업이 가능해 언뜻 보면 호텔과 비슷해 보이지만 내부에는 취사나 세탁시설도 갖춰 오피스텔처럼 주거시설로도 쓸 수 있다.
또 개별 등기가 가능하고 숙박용으로 활용할 경우 ‘주택’으로 분류하지 않아 다주택자 규제를 받지 않는다. 숙박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매달 고정적인 월 수입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공실 위험은 없는지, 환금성은 좋은지 잘 살피고 투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