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핵심에 위치한 용산구 일대가 여러 개발 사업들이 속속 본궤도에 오르면서 천지개벽 중이다.
그간 중단됐던 용산국제업무지구 일대 마스터플랜이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후 다시 속도를 내고 있으며 전통 부촌으로 불리던 이촌·서빙고동 일대에서는 지구단위계획이 확정되면서 정비사업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에 용산구가 여러 개발 호재에 힘입어 기존 서울 부동산 시장을 이끌었던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를 넘어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용산구는 지난 6월 16일부터 용산구 한강로2가 15일대(용산전자상가 일대)에 대해 개발행위허가제한 열람공고를 진행하고 있다. 개발행위허가제한이란 향후 개발 가능성이 큰 지역에 신축이나 토지 분할 등 지분 쪼개기를 막는 수단을 말한다. 본격적인 개발에 앞서 구역을 정할 때 필수적인 단계로, 향후 건축행위제한 고시를 거쳐 사전타당성 조사를 시작으로 정비계획안 수립 절차에 들어간다.
용산구는 개발행위허가제한 사유에 관해 전자상가 내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된 지역에 대해 서울시에서 재정비 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도시관리계획 변경이 예상되고, 이에 개발행위허가 기준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지난 6월 15일 서울시는 용산전자상가 일대를 인근 용산정비창에서 조성되는 국제업무지구와 연계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용산전자상가 일대를 소프트웨어, 디지털 콘텐츠 등 인공지능(AI)·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신산업 혁신지역으로 육성한다고 밝혔다. 신산업 용도를 연면적의 30% 이상 의무 도입하고, 이에 상응하는 도시계획시설 폐지에 따른 공공기여 중 30%를 완화해 부담을 줄인다. 또 직주혼잡을 위해 주거용 건축도 허용할 계획이다.
또 서울시는 지난 6월 22일부터 서빙고아파트지구를 지구단위계획으로 전환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지구단위계획으로 전환하면 공동주택 재건축 시 용적률, 높이, 용도 등 규제가 유연해지게 된다. 대규모 주택단지의 경우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해 혁신적인 디자인 등을 도입하면 용적률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이에 따라 이촌·서빙고동 일대 정비사업에도 속도가 날 전망이다. 현재 한강맨션, 왕궁맨션, 한강삼익아파트, 신동아아파트 등 4곳이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강맨션은 현재 최고 68층으로 짓는 정비계획 변경안을 마련하고 있다. 한강삼익아파트는 기존 30층에서 35층으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외에도 강촌·코오롱·우성·한가람·현대 아파트 등에서는 리모델링 사업이 한창이다.
한강변과 맞닿아 노른자 땅으로 꼽히는 한남 뉴타운 일대 역시 개발에 속도가 붙었다. 한남3구역은 최근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았다. 관리처분계획이란 건물에 대한 조합원별 지분 비율과 분담금을 확정하는 단계로, 이후 이주 및 철거만 남아 정비사업의 9부 능선으로 불린다. 한남5구역은 8월 건축심의 통과를 목표로 사업이 진행 중이다. 한남2구역은 지난해 말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이처럼 용산구 곳곳에서 여러 개발 사업이 진척을 보이면서 아파트 가격도 강남3구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서울 집값 ‘톱3’를 굳건히 지켜온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용산구의 3.3㎡당 아파트 가격은 6509만원으로, 강남(8564만원)·서초구(7835만원)에 이어 서울에서 세 번째로 비쌌다. 송파구(6327만원)는 4위로 밀려났다.
지난해 8월만 해도 송파구가 3.3㎡당 6135만원으로 용산구(6106만원)보다 비쌌지만, 그다음 달 용산구가 3년 만에 역전하더니 격차가 3.3㎡당 180만원대로 벌어졌다.
부동산R114 조사도 시차가 있을 뿐, 추세는 비슷했다. 부동산R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용산구 3.3㎡당 평균 아파트 가격은 5232만 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25개 구 가운데 △서초구(7335만 원) △강남구(6988만 원) △송파구(5288만 원)에 이어 4번째로 비싸다. 특히 3위인 송파구와 차이는 56만 원으로, 2013년 12월(49만 원)이후 113개월 만에 차이가 가장 작았다.
장기적으로 용산이 송파구에 이어 강남·서초구까지도 따라잡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남뉴타운과 유엔사 부지, 국제업무지구 개발과 이촌동 재건축 등이 이뤄지면 용산공원 주변에 아파트 4만 가구가 들어서며 강남구와 쌍벽을 이루는 고급 주거지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장경철 부동산퍼스트 이사는 “용산구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강남 3구 중 한 곳인 송파구 자리를 넘보는 모습인데 대형 개발 호재가 몰리는 만큼 당분간 용산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장 이사는 이어 “용산구는 지난해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오 시장 취임 후 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 재추진 등으로 하락장에도 선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