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선택은?
어린이집을 보내고 그동안 조금이나마 엄마의 휴식 시간을 가지며 좀 더 편안한 육아를 할 것인가, 내 몸은 고되지만 아이와 함께 충분한 시간을 보내며 밀착 육아를 할 것인가의 문제였다. 나는 결국 후자를 택하기로 했다. 선택의 문제에서 결코 정답이란 없고, 내가 택한 것의 장점만 취하고 단점을 보완할 방법을 강구하면 되지 않을까. 물론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육아에서 얻는 스트레스는 '하루 한 시간 남편찬스'를 이용해 혼자 온전히 쉴 수 있는 시간을 보내면 어느 정도는 해소가 될 것이라 믿어보면서.
한동안 책을 잊고 살다가 요즘 다시 책을 펼치고 있다. 바야흐로 독서의 계절이다. 그리고 지역에 오는 강사들의 강연을 듣기 위해 찾아다닌다. 코로나로 대규모 강연은 많이 취소되었지만, 소그룹으로 진행하는 강연은 종종 있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강연에 참석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잠깐이라도 시댁이나 친정에 맡길 수 있다면 꼭 참여하려고 하는 편이다. 책과 강연은 둘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인데, 육아로 인해 무기력감과 고립감에 종종 빠지는 내게 더없이 좋은 자극이 된다. 얼마전에 들었던 그림책 작가 김지연 님의 강연에서 나는 언제 아이를 어린이집을 보내야 할 것인지 고민이 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때 강사님은 '그것은 오로지 엄마의 선택이에요. 그리고 기억할 것은 옳고 좋은 일에는 분명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법이에요.' 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 순간 마음이 쿵 하고 울렸다. 나는 바로 그 말을 듣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아이를 키워내는 일은 내가 전에 겪어본 적 없는 위대하고 어려운 일이지만, 그것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아주 오랜 정성과 애를 써야 하는 법. 사람을 기른다는 것이 찰흙으로 작품을 뚝딱 빚는 것처럼 쉽고 단순하게 이뤄질 리 없을 것이다. 그러니 육아가 왜이리 어렵냐고 한탄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훌륭하고 위대한 일을 하고 있음을 이해하고 정성을 다해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가야겠다. 이걸 잘 기억한다면 아이가 내 뜻대로 안 된다고 해도 덜 화가 나고, 육아의 끝이 보이지 않아 막막할 때에도 조금은 덜 속상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