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길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사회생활을 하느라 바삐 차를 타고 다녔어야 하니 그렇다고도 한다. 일리가 있는 듯하다.
요즘엔 되도록 지하철을 타고, 걷고, 하다 보니 길을 걸을 때 새삼 보이는 존재들과 조응한다. 그렇다. 찬찬히 걸은 길에 대한 기억은 쉽게 잊히는 것 같지 않다.
거의 8~9년 전쯤 걷던 길을 다시 함께 걸었다. 이번 주제는 '일제 강점기 흔적(건물에 한함)을 찾아 사진에 담는' 사진가 서영일 선생님과 동행했다.
일본 동경과 한국에서 <That day That time>이란 제목으로 사진전을 했던 이후 달라진 그곳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는 것이 목표. 이번에 찍은 사진을 모아 내년 8월쯤 사진전을 열 예정이다.
“어쩜 길을 그렇게 잘 기억하세요?”
“사진 찍느라 브라브라 걸으니 그러지”
“유진 씨는 빨리빨리 다니고”
“이 사진전도 유진 씨가 글 써줘야 돼”라고 말했다.
(지난해 갤러리 아원, 서울에서 열렸던 <스트리트 스냅 도쿄(Street Snap Tokyo)> 사진전 및 책 출판(눈빛)할 때 짧은 글 썼다)
“작가가 직접 쓴 글이 저는 그 어떤 글보다 좋던데...”
그러면서도 오랫동안 사용된 공간이 사라진다는 건 그만큼의 시간 중지를 뜻한다. 사진에 대한 내용도 글로 쓰겠지만 사용된 공간이 ‘사라지고’, ‘지워짐’ 부서진 그 자리에 새로운 무언가를 짓는 행위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글에 담아야겠구나 생각했다. 또한 ‘기억’에 대한 사유를 덧붙임(ㅎㅎㅎ나나 일중독) 해얄까? 생각
우리는 특히 역사적 상황에 대해 누군가에 의해 의도된 역사적 지식을 학습하고 의도적 기억하기에 이른다. 얀 아스만(Jan Assmana)은 말한다. “기억은 사회화 과정을 통해 사람의 내면에서 성장한다” 기억을 하는 사람은 개인이지만 기억은 사회 안에서 성립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억도 개별화되는 것이 사실이다. 과거의 무의식적 연속성에서 벗어나 지금까지 주목받지 못했던, 잠재해 있던 요소들을 브라브라 걸으며 무의도적으로 발견하는 <That day That time>의 사진적 기록은 사진가 서영일 선생님에 의해 시간의 틈, 잊힘의 매듭을 잊는다.
지금 우리에게 없는 ‘그 자취의 순간’들을 주체로 변모시킨다.
이는 벤야민(W. Benjamin)이 말한 것처럼
“역사의 결을 거꾸로 솔질(die Geschichte gegen den Strich zu btirsten) ”하는 행위와 같다고 할 수 있겠다.
서영일 SUH, YOUNGIL 徐英一
1949 전라북도 남원
1997 도쿄종합사진전문학교 (東京綜合寫眞專門學校 卒業)
1999 도쿄종합사진전문학교 연구과 졸업 (東京綜合寫眞專門學校硏究科 卒業)
개인전
2021 스트리트 스냅 도쿄 Street Snap Tokyo / 갤러리 아원, 서울
2019 겨울장미 / 갤러리 브레송, 서울
2017 겨울장미(冬の バラ) / Gallery Mestalla, 東京
2013 That day, That time 2006-2013 / Gallery Mestalla, 東京
2009 Pilgrims around Tokyo station / 빈스 서울 갤러리, 서울
That Day, That Time / 정 갤러리, 군산
2008 재일한인 역사자료관 특별기획전시-재일동포 1세 / 재일한인 역사자료관 전시실
2007 That Day, That Time / Gallery Mestalla, 東京
2005 1st generation of Korean resided in Japan / 김영섭 사진화랑, 서울
1st generation of Korean resided in Japan /Gwangju & Gana art gallery, 광주
2003 Pilgrims around Tokyo station / 九美洞 갤러리, 긴자 東京
2001 어느 날 우에노 / Egg Gallery, 東京
2000 Snap Street 1997~1999 / 인사 갤러리, 서울
1999 어느 화창한 날, 긴자 / 갤러리 아트 그래프, 東京
1998 步道上의 遠近法 / EggGallery, 東京
단체전
2020 <PTS 2020_Photograph_Tokyo_Seoul>/ 빈스 서울 갤러리, 서울
1997 약속 없는 하루 / 平永町橋 갤러리, 東京
1996 微熱夜景 / 平永町橋 갤러리, 東京
1996 他者의 圈域 / LE DECO, 東京
출판
2005 사진으로 돌아온 재일동포 1세
1st generation of Korean resided in Japan /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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