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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여행자 Dec 25. 2022

햇살이 멈춘, 투명한 물컵

“ 햇살 너무 환한데 괜찮으세요?”

“ 아, 네에 그럼요~~”     


햇살이 그린 그림을 보느라 건성으로 대답한 듯 

    

투명한 물컵에 멈춘 겨울 햇살은 물컵의 표면을 전혀 다른 모습으로 그려 냈다.

소리 없이 뻗친 사선들이 원통형의 형태에 명료하게 새겨져 있다.   

  

메뉴판 위엔 눈송이 하나 어른거렸다.   

  


B선생님과 오랜만에 만났다.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씩은 만나야 되는 거 아냐?” 

    

삶이란 엉뚱한 곳에서 바쁘다.    

 

“그러게요. 그리 못했네요. 얼마만의 함께(좋음) 식사~ 그렇죠!!” 

    


시간을 나타내는 말로  크로노스(Κρόνος)와 카이로스(Καιρός)가 있다. '크로노스'는 2022년에서 2023년으로 변화되는 규칙적인 시간적 흐름을 가리키고, '카이로스'는 어떤 특별한 때(시간), 시기를 뜻한다.    

 

겨울 햇살이 아주 짧게 머물다 사라졌다. 그걸 보았던 건 행운이다.  

    

그때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익숙한 바쁨의 시간만이 나답다 생각한 것 아닐까?” “나는 마땅히 A이고, A일 수밖에 없지만, 또한 B이며 C일 수도 있음”(안규철 『사물의 뒷모습』)을 생각해야 는 거 아닐까?"




다가오는 2023년에는 지금보다 더 멈춤이 필요한 것 아닐까?

햇살은 또 어떤 그림을 그릴까?  사뭇 궁금해함, 머뭇거림, 기다리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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