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적 인간들이야. 동양, 서양, 전통과 근대, 혼돈 속에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갔지. 김수영이 한국의 그 자리야. 인간 정신의 최전선
아름답고 지독한 관계였네요
어쩌면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처럼 아름다움(美)의 다른 얼굴은 미완(未完)이에요. 미완성인 채로 가는 거지.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는 걸 알면, 집에 갈 가능성도 있거든
여기서 하염없이 시를 기다립니까?
그런데 다시 쓸 수 있을까? 얼마든지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다리 부러져 침상에 있다가 깁스 풀면 금방 걸을 수 있을 것 같잖아. 그런데 안되지. 근데 또 뱀 한 마리 들어오면 진짜 걸어(웃음) 뱀이 오면 나도 쓸 수 있을까?
시인의 시는 삶의 위기와 불길을 노래했지만 실제 삶은 그 어떤 문인보다 평안했다는 말에 자신을 오리에 비유 ‘어쩔 땐 내가 오리 비슷하다 싶어. 날지도 못하고 헤엄도 시원하게 못 친 것 같은 기분’
“시 쓰는 게 별개 아니라 타인을 위해 신발을 바깥쪽으로 돌려놓는 행위”... 써야 할 시는 스물다섯부터 스물일곱(1977년~1979)년까지 다 써버리고 남은 생은 망가진 잉크병처럼 헛도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지만 그가 싱크대 수납장에서 노트 몇 권을 꺼내왔다. 그렇게 둥글고 참한 글씨가 거대한 입이 되어 생의 비참을 말했다는 것이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