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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하다가, 문득

by 일상여행자

불안과 공포를 여과 없이 그린 영국 최고의 표현주의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1909~92, Francis Bacon)에 대해 그의 여행 친구였던 데이비드 실베스터가 쓴 『나는 왜 정육점의 고기가 아닌가?』를 읽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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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컨은 회색빛을 표현할 때 물감 대신 작업실의 ‘먼지’를 모아 사용했다.

베이컨 : 나는 바닥의 먼지를 아주 얇게 한 겹으로 발라 옷을 회색을 표현했습니다. 먼지는 영원하고 영원토록 지속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도 40년 전 내가 그림에 붙여 놓은 상태 그대로 생생해 보입니다.

실베스터 : 데이트 갤러리의 도록을 찾아서 재료에 대한 당신의 묘사가 맞는지 확인해 봐야겠군요.


베이컨 : 미술관은 작품의 재료가 먼지라는 사실을 공개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겁니다. 아마도 미술관은 그것이 파스텔이나 그와 유사한 것이라고 생각하겠죠. 하지만 그것은 그저 먼지일 뿐입니다.

(베이컨처럼 나도 먼지를 모아 볼까? 소파 밑엔 늘 어느샌가 먼지가 수북하다. 하지만 무언가의 쓸모를 위해 먼지를 그러모은다는 것이 베이컨이 말했듯이 “지독히 힘든 일”일 것이다.)


실베스터 : 정말로 보는 사람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그림을 그립니까?

베이컨 : 나는 나 자신을 위해 그림을 그립니다. 그것 말고 달리 무엇을 위해 그림을 그리겠습니까? 보는 사람을 위한 작업을 어떻게 할 수 있는 겁니까? 보는 사람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상상하는 겁니까? 나는 나 말고 그 누구도 흥분시키지 못합니다(베이컨은 그 자신의 흥분을 위해 그림을 그린다. 따라서 생계를 유지하려면 다른 일을 해야 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작품 <앉아 있는 인물>은 지난 2014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4496만 5000달러(약 611억 5240만 원)에 팔릴 만큼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가 중 한 명이 되었다)

베이컨 : 비평가들은 내 그림을 두고 공포를 말합니다. 하지만 나는 내 작품이 특별히 무섭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육점에 들어가서 고깃 덩어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살피고, 다른 생명을 잡아먹고사는 우리의 삶에 깃든 공포를 깨달을 수 있습니다. 내 그림을 두고 공포를 말하는 비평은 고기를 즐겨 먹으면서도 투우가 잔인하다고 항의하는 것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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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고 벨라스케스의 '교황 인노첸시오 10세의 초상'에서 출발한 습작 (1953)

미국 아이오와주 소재 드모인 아트 센터 소장, 캔버스에 유채 (출처 : 나무위키)



청소하다가, 문득 먼지에 깃든 베이컨의 감각과 만난다. 먼지라는 것, 그 자체와는 또 다른 어떤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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