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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여행자 Jan 09. 2023

청소하다가, 문득

불안과 공포를 여과 없이 그린 영국 최고의 표현주의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1909~92, Francis Bacon)에 대해 그의 여행 친구였던 데이비드 실베스터가 쓴 『나는 왜 정육점의 고기가 아닌가?』를 읽고 있었다.    

 

베이컨은 회색빛을 표현할 때 물감 대신 작업실의 ‘먼지’를 모아 사용했다.   

  

베이컨 : 나는 바닥의 먼지를 아주 얇게 한 겹으로 발라 옷을 회색을 표현했습니다. 먼지는 영원하고 영원토록 지속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도 40년 전 내가 그림에 붙여 놓은 상태 그대로 생생해 보입니다.    

 

실베스터 : 데이트 갤러리의 도록을 찾아서 재료에 대한 당신의 묘사가 맞는지 확인해 봐야겠군요.     


베이컨 : 미술관은 작품의 재료가 먼지라는 사실을 공개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겁니다. 아마도 미술관은 그것이 파스텔이나 그와 유사한 것이라고 생각하겠죠. 하지만 그것은 그저 먼지일 뿐입니다.

     

(베이컨처럼 나도 먼지를 모아 볼까? 소파 밑엔 늘 어느샌가 먼지가 수북하다. 하지만 무언가의 쓸모를 위해 먼지를 그러모은다는 것이 베이컨이 말했듯이 “지독히 힘든 일”일 것이다.)     


실베스터 : 정말로 보는 사람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그림을 그립니까?   

  

베이컨 : 나는 나 자신을 위해 그림을 그립니다. 그것 말고 달리 무엇을 위해 그림을 그리겠습니까? 보는 사람을 위한 작업을 어떻게 할 수 있는 겁니까? 보는 사람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상상하는 겁니까? 나는 나 말고 그 누구도 흥분시키지 못합니다(베이컨은 그 자신의 흥분을 위해 그림을 그린다. 따라서 생계를 유지하려면 다른 일을 해야 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작품 <앉아 있는 인물>은 지난 2014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4496만 5000달러(약 611억 5240만 원)에 팔릴 만큼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가 중 한 명이 되었다)

     

베이컨 : 비평가들은 내 그림을 두고 공포를 말합니다. 하지만 나는 내 작품이 특별히 무섭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육점에 들어가서 고깃 덩어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살피고, 다른 생명을 잡아먹고사는 우리의 삶에 깃든 공포를 깨달을 수 있습니다. 내 그림을 두고 공포를 말하는 비평은 고기를 즐겨 먹으면서도 투우가 잔인하다고 항의하는 것과 같습니다.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교황 인노첸시오 10세의 초상'에서 출발한 습작 (1953)

미국 아이오와주 소재 드모인 아트 센터 소장, 캔버스에 유채 (출처 : 나무위키) 


    


청소하다가, 문득 먼지에 깃든 베이컨의 감각과 만난다. 먼지라는 것, 그 자체와는 또 다른 어떤 것을   

  

#일상여행 #일상기록 #영국 #표현주의화가 #프랜시스베이컨 #먼지#먼지의 쓸모 #회색빛 #난 왜 정육점의 고기가 아닌가 #디자인하우스 #감각의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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