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란 여기가 아닌 저기 지금이 아닌 다른 때로 넘어감 일 것이다. 그 누군가에게 어느 곳은 누군가에게 늘 떠나고픈 ‘그곳’이지만 그곳 누군가에겐 단조로운 일상의 시간들이 가득한 곳일 수 있다.
나는 어떤 감각으로 광주를 바라보고 있을까? 내가 머물며, 일하고 있는 광주의 시간 그리고 장소는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내 의식을 지배하는 개인사, 나를 둘러싼 사회문화를 통해, 때론 역사적 지식으로 광주를 느끼고 장소를 되살리겠지
광주, 2023년의 광주
광주 문화적 여행에 대한 리빙랩에 참여하고 있다. 내일이면 3회 차 모임, 키워드, 콘텍스트로 가장자리를 두른 채(프로젝트 마감일이 2월 10일 무렵이니 미리 주제와 맥락을 정하는 수밖에) 참여자가 각기 다른 자신의 몸, 경험, 시선으로 느끼는 광주 이곳저곳, 여기저기의 매력을 3~4개의 프로그램에 넣어 내용을 발전시키는 중이다.
이럴 때면 생각나는 문장이 있다. 김승옥의 <무진기행>에서의 무진으로 가는 버스 속 주고받는 말들이다.(버스 안의 좌석들은 많이 비어 있었다)
“무진엔 명산물이.... 뭐 별로 없지요? ” 그들은 대화를 계속하고 있었다. “별개 없지요. 그러면서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건 좀 이상스럽거든요”(...) 웃음 끝에 한 사람이 말하고 있었다.
무진에 명산물이 없는 게 아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것은 안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사이에 진주해 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삥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 무진을 둘러싸고 있던 산들도 안개에 의하여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유배당해 버리고 없었다.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이 있어서 매일밤 찾아오는 여귀가 뿜어내는 입김과 같았다. 해가 떠오르고, 바람이 바다 쪽에서 방향을 바꾸어 불어오기 전에는 사람들의 힘으로써는 그것을 헤쳐 버릴 수가 없었다. 손으로 잡을 수 없으면서도 그것은 뚜렷이 존재했고 사람들을 둘러쌌고 먼 곳에 있는 것으로부터 사람들을 떼어 놓았다. 안개, 무진의 안개, 무진의 아침에 사람들이 만나는 안개, 사람들로 하여금 해를 바람을 간절히 부르게 하는 무진의 안개( 나는 이 즈음에서 통영을 떠올리곤 한다. 안개에 덮힌 이순신공원, 서피랑 그 아래의 풍광들을), 그것이 무진의 명산물이 아닐 수 있을까!
지금도 많은데 무얼 또 만든다는? 동시대적 감각으로 새롭게 만들어져야 한다. 달성하고자 하는 것을 향해 창의적 마찰을 부추긴다. 관계인구, 혼자여행,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여행까지 사용자관점, 나라면이 아닌 너라면을 위해 자유롭고 감각적인 시선으로 그러려면 나부터 깨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