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아트 플랫폼 온’ 기획자로 참여했었다.이스라엘, 벨기에, 프랑스, 몽골, 한국의 기획자와 작가가 참여해 한국 광주에서 전시 및 연계 컨퍼런스를 열었다. 순차적으로 2023년도 올해는 개최지를 이스라엘에서 하자 했었고 전시 주제를 <예술과 노마드 : 또 다른 자연>으로 하자고 했다. 하지만 여기까지, 나는 직장인이 되었고 직장일하느라 이와는 점점 멀어져 있었는데 이 일을 시작부터 지금껏 계속 이어 나가고 있는 노정숙 큐레이터(한국)로부터 급하게 연락이 왔다.
“ 전시 연계 컨퍼런스 진행을 이스라엘에서 할 수 없다고 연락 왔어요” 줌 기반으로 진행하는 거긴 하지만 전쟁 상황이 여기까지 미치네요(...)어렵네요”
컨퍼런스 사회를 맡았다. 한국 관계자 우리들은 메이홀 3층에 모였다. 시차가 각자 다른 각국의 상황을 감안해 저녁 7시에 컨퍼런스를 시작하기로 했다.
“지금부터 ‘2023 아트 플랫폼 온 컨퍼런스’를 시작하겠습니다. 라미 오 제리(Rami Ozeri) 이스라엘 비엔날레 감독님 이어서 일리아 로도브(ILia Rodov) 이스라엘 바르일란대학교 유대예술학과장님이십니다”인사말 청하겠습니다를 하고선 인사말이 이어졌는데 인사말 중에 “감사합니다”를 말하고 말았다.
“이걸 어째... 제발 내 머릿속 지금 이 순간으로 리셋되어야지 이유진...”
다행히 발제 1마이클 워그만(Michael Wogman)‘유목주의와 유대인 예술’ 순서부터 제정신이 좀 돌아왔다. 주홍작가의 발제 4 ‘디지털 시대의 디아스포라 예술과 노마드’ 순서가 되니 시간이 너무 빨리 가네 싶음, 질의응답시간이 되니 오랬만에 만난 나탈리아 카메네 스카야,갈리나 브레이크(이스라엘) 이본느(벨기에), 알렉산드라 디멘티에바(멕시코에 체류 중, 시차가14시간이라서 비디오 영상으로 참여), 슬롱고 채후(...)반가웠다. 새로운 만남도 마찬가지로(...) 슬롱고 채 후는 광주 갤러리 생각 상자에서 전시 중이라 광주에 있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지리적 한계를 넘어 실제와 가상을 자유롭게 넘나 든다.우린 이스라엘 예루살렘이 아닌 광주에 있었지만, 기술로 인해 다시 만났지만 근간에는 예술과 예술가의 연결의 힘이 있기에 가능했음을 증명하는 자리였다.
우리는 ‘떠남’과 ‘머묾’을 반복한다. 이동은 현대에 이르러 일상이 됐다
자끄 아탈리는 말한다.
‘문명의 미래는 노마디즘과 정착민 사이의 선택을 통해서가 아니라 동시에 그들 모두를 받아들임으로써 진행될 것이다’.
노마디즘(nomadism)은 어느 한 곳, 특정한 가치에 붙박이지 않고 끊임없이 다양한 사유, 삶의 방식을 창안한다. 이번 컨퍼런스는 유목론과 유목주의에 대한 의미 추적, 이동과 관련해 체화된 지역의 문화적 특수성 그리고 무엇보다 노마디즘의 개념이 내재된 작품의 표현 양식과 예술관을 분석하며 정서적인 교감과 관점을 나눈 의미 있는 자리였다.
흰 눈이 도시를 뒤덮었다. 긴박했던 시간들을 뒤로하고 평온한 일요일을 시작한다.
노마디즘적 태도는 사실 거리상의 문제가 아니다. 질 들뢰즈식으로 말하면 ‘앉아서 하는 유목’이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위치와 정체성을 설정하는 데 있어 하나의 공동체, 국가 또는 문화적 배경에 의존하지 않고 자유롭게 여러 지역과 사상을 넘나듦을 통해 소통하고 공존하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