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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여행자 Dec 30. 2023

광주 100년, 일상이 반복되는 이곳

2023년을 마감하며 읽고 있는 책올해 12월에 발간된 <광주 100년>(펴낸 곳 광주문화재단만든 곳 푸른 사상,)이다.  2023년 제2회 광주박선홍 학술상을 수상한 소설가 겸 평론가인문학자심영의 작가의 열세 번째 책으로 특별히 광주의 전통시장과 마을과 몇몇 거리의 문화사를 다뤘다역사가 아닌 문화로 보면 달리 보인다는 말이 실감 난다문화는 늘 사소한 일들로 만들어지는 것 아닌가 어떻게 살았는가보다 광주 사람들에게 그 공간들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 찾고 기록했다

     

원래 시장의 형성은 제사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대인들은 우주 자연의 현상과 변화를 신이 주관하는 것으로 여겼으며하늘과 자연그리고 조상 등에게 제사 지내는 것을 매우 중요한 일로 여겼다제사가 거행되는 재단 부근에는 많은 사람이 모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각종 소식과 정보가 전달되었고, 또 필요한 물건의 거래가 이루어졌다(p13) ‘하지만 시장의 풍경상품 그리고 상인과 그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시장의 역사 속에는 그 시절그곳 사람들의 생활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말한다.     


양동시장은 1980년 5월 민중항쟁과도 인연이 깊다시장상인과 인근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주먹밥을 만들어 시민군들에게 제공했던 역사적 장소인데 주먹밥뿐만 아니라 봄철에 한창이던 딸기를 시민군들에게 아낌없이 나눠줬다, (p32)     


대인시장은 유일하게 시내에 자리 잡고 있어 그 인기와 효용가치가 컸다.‘ 시내에 볼일이 있어 나왔다가 몇 걸음만 걸으면 대인시장이 있어 겸사겸사해서 장을 보기에 적절한 곳이었다시골에서 갓 올라온 온갖 채소와 어물건어물은 대인시장을 유명하게 만드는 물산이었다대인시장은 광주의 대표적 제수용품 시장이었다.(p35)    

  

곽재구 시인의 시 <사평역에서>의 공간적 배경인 남광주시장과 상무 금요시장오랜 전통시장으로서의 면모를 잃어가고 있는 다른 시장들과 달리 500여 개의 점포와 900여 개의 노점으로 활발한 소비가 이뤄지고 있는 말바우 시장광주최초의 싸전’ 서방시장까지를 말하며 전통시장과 지역주민의 상호관계성을 확장유지하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전통시장이 갖는 공공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전통시장은 매우 평범한 일상생활공간으로 물리적으로는 다른 공간에 비해 열악하지만 사회적 활기와 문화적 다양성으로 대표되는 질 높은 공공공간으로 마을 공동체의 소속감건강행복 등이 전통시장이 갖는 사회적 가치라고 말한다   

  

양림동 근대역사문화마을에서는 음악가 정율성에 대한 그동안의 평가가 지나치게 음악가로서의 측면에 한정되었음을 말하며 정율성은 최전선을 마다하지 않는 투사로서의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었음을 설명한다.    

 

그의 아내 딩쉐쑹은 19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반 사이 네덜란드와 덴마크 대사를 지낸여성으로서 대사의 자리에 오른 중화민국 최초의 여성이다그는 김일성의 교조주의도 중국의 문화혁명에 대해서도 그것이 인간의 본질적인 자유를 억압하는 것으로 보아 결코 동조하지 않았다정율성은 항일운동가 이기도 했지만 뛰어난 예술가이기도 했다. 중국에서 추앙하는 그의 고향이 광주라는 사실은 광주라는 도시의 역사성과도 매우 긴밀한 관계가 있다중국과 남북 모두에서 추앙받는 그를 매개로 남북과 중국이 동북아의 평화공존을 만들어나가는 마중물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3년에 그에 대한 매카시즘적 선동이 시작되고 있는 것에 대해 말한다. (p104~105)    

 

마을거리에 담긴 이야기도 재밌다그는 앎(이성)이 아닌 함(신체)으로 공통적인 것을 만들기를 제안 헸다 

    

글 속에서 손수 찍은 사진 속에서 저자의 긴 발걸음이 느껴졌다저자의 말처럼 나도 광주에 꽤 오래 살았지만 광주를 너무 띄엄띄엄 알았구나 싶다 

    

삶을 지속하는 한 일상은 반복되고 문화는 살아 움직인다책을 읽으며 광주의 다음 100년으로 가는 ’이 느껴졌다. 그 따스함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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