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➀ ‘누구나’란 문장에 위로가 됐다
책꽂이에서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장편소설 <상실의 시대>를 꺼내 읽는 중이다. ‘누구나 울창한 숲 속 한 그루 나무 같은 고독 속에서 꿈과 사랑과 정든 사람들을 차례차례 잃어가는 상실의 아픔을 겪게 마련이다’라는 문장 앞 ‘누구나’라는 말이 나를 위로했다.
가족과의 이별, 반자 발적 퇴사, 단기 프로젝트 이후 재취업의 어려움 등으로 상실의 아픔을 겼고 있는 지금 나의 상실감도 특별하진 않는 거구나 라는 마음 들었다.
언제, 어디서든 상실이란 게 있을 수 있고 마음만 잘 추스르면 ‘재생’에 다다르는 ‘과정’ 일 수 있겠다고 나를 위로했다.
무언가 먹고 싶은 게 있는 건 몸이 필요하기 때문이란 말이 있잖은가.
나는 내가 필요한 문장을 먹을 테다. 살기 위해 책을 읽는다.
<상실의 시대>는 ‘문학과 사상사’에서 1989년 6월에 초판이 나왔다. 1994년 5월에 초판 24쇄, 2000년 8월에는 3판 86쇄, 2006년 1월에는 3판 35쇄(...) ‘민음사에서는 <노르웨이의 숲>이란 제목으로 2013년 9월에 1판 1쇄, 2017년 10월에 1판 14쇄 (...)가 나왔다. 소설의 원제는 존 레넌 작사 비틀스 노래 ‘노르웨이의 숲’을 상징적으로 원용한 것으로 <노르웨이의 숲>이지만 나는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이 가슴속에 더 남는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한국어판에 부치는 서문>에서 말했다.
‘사람이 사람을 진실로 사랑한다는 건 자아(自我)의 무게에 맞서는 것인 동시에, 외부 사회의 무게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는 건 참 가슴 아픈 일이지만 누구나 그 싸움에서 살아남게 되는 건 아닙니다’
사람이든, 일이든, 나의 신념이든 무언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고독하고 애절하고 그럼에도 황홀하다. 그러니 내가 할 일은 한 가지밖에 없다. 기꺼이 사랑해야겠다. 단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테다. 무라카미의 문장을 빌려와 나의 생각을 정리한다. ‘모든 사물과 나 사이에 거리를 둘 것, 그것뿐이다’
어쨌든 작가의 표현처럼 격렬하고, 조용하고, 슬프고, 더없이 흥미 있고, 감동에 찬 ‘연애소설’을 흥미롭게 읽고 있다. 여전히 해결되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지라도 <상실의 시대>를 읽으며 새로운 날들과 새로운 나를 만나는 중이다
<상실의 시대> 첫 문장은
'그때 서른일곱 살이던 나는 보잉 747기의 한 좌석에 앉아있었다 '로 시작한다.
'비행기가 착륙하자 금연 등이 꺼지고 기내의 스피커에서 조용한 배경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건 어떤 오케스트라가 감미롭게 연주하는 비틀스의 <노르웨이의 숲(Norwegian Wood)>이었다. 그리고 그 멜로디는 늘 그랬던 것처럼 나를 혼란 속에 빠트렸다. 아니 다른 때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격렬하게 내 머릿속을 뒤흔들어 놓았다.
소설 속 장면 속에 있는 듯 나는 내 오른쪽 그리고 왼쪽 양손가락으로 머리를 감싼 채 잠시 그대로 꼼짝 않고 있다 <노르웨이의 숲> 노래를 찾아들었다. 노래를 따라 부르니 마음이 다시 밝아졌다
https://youtu.be/5 OhSjwp0x2 g
소설 속 주인공인 나 와타나베는 다시 1969년 곧 스무 살을 맞이하는 가을의 시간, 그가 사랑했던 아름다운 나오코와 함께 했던 시간 속으로 가 있다.
초원의 풍경, 풀냄새, 차가움을 머금은 부드러운 바람, 하나하나 손가락으로 만져질 듯한 그 풍경 속을 함께 걸었다. 그녀는 나를 보며 생긋 웃고, 갸웃이 고개를 기울여 말을 걸고, 그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나 나오코에 관한 기억은 시간이 흐를수록 희미해져 가고 소설 속 주인공인 나는 이미 너무나 많은 것들을 잊어버렸다.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까?”
세월이 흐를수록 거기에 필요한 시간은 점점 길어진다. 슬픈 일이지만 그건 사실이다. 처음엔 한 5초면 떠올랐는데, 그것이 10초, 30초가 되고 1분이 된다. 마치 저녁 무렵의 그림자처럼 그것은 자꾸만 길어진다. 그리고 마침내는 땅거미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될 것이다.
그런데 그때 그녀와 무슨 말을 했더라?
그래, 그때 그녀(나오코)는 내게(와타나베) 들판에 있는 우물 이야길 했다.
우물이 진짜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그것은 그녀 안에만 존재하는 이미지나 상징이었을지 모른다.
우물은 초원이 끝나고 숲이 시작되는 경계선 바로 언저리에 있다. 대지에 뻥 뚫린 직경 1미터 정도의 어두운 구멍을 풀이 교묘하게 가렸다. 둘레에는 울타리도 없고 조금 높이 둘러친 돌담도 없다.
“생각만 해도 털이 곤두서는 것 같아. 누군가 찾아내서 울타리라도 쳐야지”
“하지만 아무도 그 우물을 찾을 수가 없어. 그러니까 제대로 된 길을 벗어나면 안 되는 거야”
“절대로 안 벗어날래”
소설을 읽으며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한다.
자발적 퇴사, 반자 발적 퇴사든 지금껏 내 인생의 어떤 길을 선택할 때면 어두운 구멍이 크게 입을 벌리고 있는 우물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일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아니다 만일 충분한 시간이 있었을지라도 나는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직경이 1m 정도 우물이라고?”
“뛰어넘으면 되지”
“우물에 빠지지 않도록 연습해 볼까?”
“하나, 두울 세엣... 훌쩍” “하나, 두울 세엣... 훌쩍”
“그러다 보면 우물을 뛰어넘을 수 있을 수 있지 않을 까? ”
“우물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대도 뛰어넘을 수 있을 것 같아?”
“음음 우물을 만나지 않기를 바라야지 뭐”
오늘 <상실의 시대> 탐독은 여기까지가 좋겠다.
아직 단기 프로젝트 일이 남아있다. 오늘 포함 4일 동안 출근날이 남아 있다. 출근 전에 간단히 식사해야지. 브로콜리와 당근, 계란을 삶아뒀다. 발사믹 소스를 얹으면 요리 끝이다.
<노르웨이 숲> 음악을 들으며 식사를 할 것이다.
<노르웨이의 숲>_ 존 레넌 작사 / 비틀스 노래
Norwegian Wood written by John Lennon
‘예전에 난 한 여자와 사귀고 있었어요. 아니 그녀가 날 사귀고 있었다고 할까요
I once had a girl, or should I say she once had me
그녀는 나를 자기 방으로 안내했지요. 내가 얼마나 좋아했는지 아시겠어요?
She showed me her room, isn’t it good?
노르웨이의 숲에서,
Norwegian Wood
그녀는 나에게 편히 쉬어 가라고 하며, 어디든 편히 앉으라고 권했어요
She asked me to stay and she told me to sit anywhere
그래서 방 안을 둘러보았지만 의자 하나 없는 곳이라서,
So I looked around and I noticed there was’t a chair
그냥 양탄자 위에 주저앉아, 그녀의 와인을 홀짝거리며 있었지요
I sat on a rug biding my time, drinking her wine
우리 두 사람은 새벽 두 시까지 이야기 꽃을 피웠지요
그런데 “이젠 잠잘 시간이에요”라고 말하며
아침이면 일을 하러 가야 한다고 말하며 깔깔대며 웃었지요
We talked until two, and then she said, “It’s time for bed”
She told me she worked in the morning and started to laugh
(...)
난 홀로 벽난로에 불을 지폈지요, 그래도 좋지 않아요?
so I lit a fire, isn't it good?
노르웨이의 숲에서
Norwegian Wood
상실감을 정면으로 마주하기엔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제 출근시간이다.
오늘 <상실의 시대> 잠시 안녕!
2022.03.02 이른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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