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색, 파란색을 내 감정 그대로 느끼고 싶다

- 앞으로 D-3일 이번 20대 대선 후면 그럴 수 있겠지? 그러겠지..

by 일상여행자


<색깔이 속삭이는 그림> 최영주(지은이), (아트북스) 책을 꺼내 읽는 중이다. 책 표지그림 속 금발머리 샤를은 검정과 흰색이 교차하는 줄무늬 스웨터를 입고 있다.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꽉 다문 입, 우수에 찬 눈빛으로 생각이 일시 정지된 듯 무언가를 응시하고 있다.


책표지.jpg <색깔이 속삭이는 그림> 2008. 최영주(지은이). 펴낸 곳(아트북스)


프랑스에서 미술사를 전공한 저자는 "색으로 그림을 읽는 색다른 매력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고 말한다.


책을 펼친다. ‘빛이 내려 앉은자리에 색이...’라고 적혀있다.

그다음 책장을 넘긴다. '색이 지나간 자리에 그림의 탄성이 들린다 '라고 쓰였다.


또 그다음 책장을 넘긴다.


‘색이 있어 세상은 아름답다’ 라는 문장을 읽다 말고

나도 모르게 휴우 우하고 한 숨을 내쉬고 말았다. 20대 대통령 선거 D-3 일이다. 특정 정당이 내세우는 정치적 색의 상징성, 이미지메이킹에 나도 모르게 얽매어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윤석열2.jpg 국민의 힘 대선 후보자 현수막인데 더불어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국민의 힘을 상징하는 빨간색, 두 개의 색이 담겨 있다.


어제 아침 출근을 위해서 파란색 바지를 입었다가 흰색 면바지로 바꿔 입었다. 빨간색 둥근 모양의 네크라인 블라우스를 모처럼 꺼내 입으려다가 서머 그린색 니트를 입었다. 색의 정치학으로 인해 더불어민주당 1번 정당의 상징색은 파란색, 국민의 힘당 2번은 빨간색 3번 정의당은 노란색 등으로 해석된다. 색으로 이미지를 만들고 이념적 동질감을 확인하고, 지지층을 결집한다.


진입금지.jpg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텐데... 나도 모르게 강박,.. 다르게 읽히고 다르게 해석되고 있음에 스스로 놀란다


그러다 보니 파란색 또는 빨간색, 노란색 옷 입기가 망설여진다. 신경이 쓰인다. 대선이 끝나고 나면 요즘의 이런 파란색은 더불어민주당을, 빨간색은 국민의 힘을 지지하는 사람으로 해석되고 읽힐 수 있겠다는 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지겠지?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색을 내 방식대로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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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어제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푸른 마트’ 앞을 지나면서도 ‘푸른 마트’라는 이름에서처럼 푸른색이 주조색인 마트 출입구 쪽에 놓인 빨간색 간이 의자의 조화가 눈에 들어왔다.


다시 <색깔이 속삭이는 그림> 책장을 넘기며 본래의 색 이야기 속으로 들어간다. 책을 읽다 보니 요즈음 정치적 상징색과 연관되어 특정색에 대해 불편해졌던 마음에서 벗어나 편안한 마음 되어 다행이다.


끌로드 모네 <개양귀비>,1873, 오르세 미술관


p39 개양귀비 꽃을 소재로 한 그림 중에 가장 유명해진 작품이 하나 있다. 끌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의 <개양귀비>가 바로 그것이다. 화면은 하늘과 들판 둘로 나뉘어 있다.(...) 구름 사이에 얼굴을 내민 파란색 하늘은 대지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산책하는 아이와 엄마의 모습(...) 화면을 가득 메우는 붉은색 물결이 등장한다. 바로 개양귀비이다.


p40 아이의 손엔 산책하며 딴 꽃 뭉치가 쥐어져 있다.(...) 친숙하고 정겨운 아이와 엄마의 발걸음, 빨간 꽃들 사이에서 행복한 두 사람은 대지의 여신이 겨울 내내 간절히 기다리는 날의 모습이다.


p87 하늘의 색은 파란색이다. 하늘이 파랗다는 것은 사실일까 아니면 우리가 그렇게 인식하는 것뿐일까.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 파란 하늘을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사실이다. 푸른 톤의 기운은 청명한 하늘을 더없이 드높이고 사람들의 마음을 끝없이 끌어당기기도 한다. 공간에 동반된 색채에 인간의 감정이 움직이는 것이다. 넓고 광활한 자연의 영적 심연에 있는 색이 인간의 마음을 흔든다.


괴테의 말처럼 파란색은 마지못해 바라보는 게 아니라 자신도 모르게 끌려서 바라보게 되는 경험을 선사하는 색이다.


말레비치 빨간색의 사각형.jpg 카지미르 말레비치 <빨간색의 사각형>,1915, 러시아 국립박물관


p179 말레비치 (Kazimir Severinovitch Malevitch, 1878~1935)의 <빨간색의 사각형>을 만나보자. 흰색 바탕에 빨간색의 사각형이 보인다. (...) 그런데 정사각형은 아니고 위의 선이 왼쪽으로 조금 기울어져 있는 사각형이다.


p181 현실계에 존재하는 모든 형상들이 완전히 사라지고 최고 지점에만 존재하는 가장 순수한 형상, 즉 기하학적 형상이 탄생할 때까지 말레비치는 정신의 빛을 발산하며 정교한 붓질을 했다.


p 206 붉은색은 다른 색들보다 가장 먼저 이름을 지명받은 색상이기도 하다.(...) 원시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 사냥이 펼쳐진 들판에는 창에 찔려 피를 흘리는 동물이 보인다, 붉은 피를 빼앗긴 동물은 생명을 빼앗긴다. 이렇게 살육에 의해 피를 쏟아낸 고깃 덩어리에 인간은 만족해한다.


p 207 가장 원시적인 색감, 피의 색감, 그리고 무엇보다 생명의 색감(먹히는 자와 먹는 자의 색)이 바로 붉은색이다.


15세기 초 장 말 루엘(Jean Malouel)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둥근 피에타」를 보자. 예수의 육체를 한 여인이 끌어안고 통곡한다.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슬픔, 성모 마리아의 뼈가 시리도록 아픈 고통을 묘사한 장면을 ‘피에타’라고 한다.


둥근 피에타.jpg 장 말 루엘 < 둥근 피에타>, 15세기 초, 루브르 박물관

p210. 211 삶을 잃은 그리스도의 피는 무기력한 갈색으로 변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가 흘리고 있는 피의 색상은 생명의 박동이 힘차게 느껴지는 피의 색상은(...) 따듯한 피의 색 빨강이다. 그리스도의 맑은 피는 몇 시대를 거쳐 성찬식 때마다 우리가 마시고 있는 그것이니 기억하라는 것이다


p212 (...) 피는 삶이 담긴 아주 특별한 빨간 액체이다

저자의 말처럼 빨간색은 생명의 색이기도 하지만 위험을 알리는 색이기도 하다. 우리는 빨간색 신호등 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다음은 파란색이 담긴 그림을 본다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에.jfif

빈센트 반 고흐의 <아를, 별이 빛나는 밤>


p297 남프랑스 론 강에 비추어진 불빛의 노란 그림자는 길게 리듬을 타며 육지로 향하고 있다. 하늘의 노란 별빛과 지상의 노란 불빛의 야광이 경이로운 파란색의 물결 위에서 야상곡을 연주하고 있다. 붓질 하나하나에 빛어진 강렬하며 고혹적이기까지 한 연금술적인 색채관은 강한 푸른빛 리듬과 경쾌한 노란빛 리듬을 담아, 보는 이의 귓전에까지 울려 퍼진다


다양한 색_커피집.jpg
커피간판.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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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은 상호의존적이다. 서로 어우러질 때 더욱 아름답다. 집근처 카페 , 거리 조형물 등이다


정당의 상징색 즉, 색을 정치적인 연관성으로 본다면 색이 대립적이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반 고흐의 그림, 아를의 밤공기에 실린 신성한 파란색이 활기차 보이는 것은 하늘에 떠 있는 노란 별빛 그리고 파란색의 물결 위에 비추이는 노란 별빛이 함께 있기 때문이다.

색은 실제로는 서로 어우러져질 때 더욱 아름다운 상호의존적인 관계에 있다.



또한 색의 상징적 의미는 한 사회가 긴 역사를 통해 이룩한 문화적 코드이지만 각자 생각하기 나름이다. 빨간색은 생명의 색, 사랑의 색 노란색은 기쁨의 색, 희망의 색, 파란색은 내적인 안정감을 주는 색으로 다시 여겨지면 좋겠다. 더 좋겠는 건 이런 의미마저도 구분 없이 다시금 개인적으로 주관적으로 느껴지는 감정그대로의 색을 만나고 그리고 끌리는 마음 그대로의 색을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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