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와 검지, 새끼손가락 펴고 보이는 말, “사랑해”
길을 걷다 유리창에서 반짝이는 노란 형광 불빛 눈에 띄었다. 가까이 가보니 셀프 사진관이었다. 검은색 바탕 위에서 반짝이는 노란 불빛은 손 모양. 엄지와 검지, 새끼손가락은 펴고 나머지 손가락을 접은 모양새다.
집에 와서 인터넷 검색해보니 수어(手語)로 “사랑합니다”라는 뜻이다.
3월 2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진행됐다. 이 시상식에 남우 조연상 시상자로 참여한 배우 윤여정이 수어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수상자를 호명했다. 수상자를 호명함에 있어 수어로 말한 것은 수상자로 선정된 영화 ‘코다’(CODA·Children Of Deaf Adult)의 트로이 코처(Troy Kotsur)가 청각장애인 배우였기 때문이다.
무대에 등장한 배우 윤여정은 두 손을 모으고, 그리고 이어서 엄지와 새끼손가락은 펴고 나머지 세 손가락을 접는 수어를 했다. 두 손을 모으는 건 “축하합니다”의 의미,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펴는 건 수어로 “... 이 있다”라는 표현을 할 때의 손가락 모양
수어는 나라별로 모두 다르다. 따라서 서로의 수어를 배우지 않고는 소통하기 어렵다. 한국수어에서는 왼손 주먹 위에 오른손바닥을 대고 둥글게 돌려주면 사랑 또는 “사랑합니다” 의미지만 미국 수어에서의 “사랑합니다” I Love You는 이처럼 엄지와 검지, 새끼 손가락만을 펴서 상대방에게 보여주면 “사랑해”라는 말이 된다.
시상식장 관객석의 배우들도 모두 일어서 박수소리를 뜻하는 시각적인 형상으로 박수를 표현했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코처를 위해 양손을 들어 손바닥을 편 채 반짝반짝 흔들었다. 보이는 말을 했다.
우리는 감정과 생각들을 전달하기 위해 의사소통 수단을 찾는다. 그중에 하나가 몸짓 언어이다. 훌륭한 문법 체계를 가진 언어보다도 몸짓 언어가 훨씬 언어로 표현하지 못한 그 어떤 것에 대해 더 잘 말하고 보여줄 때가 있다.
하지만 수어는 단순한 몸짓과는 다르다. 손과 손가락의 모양, 손바닥의 방향, 손 모양이 같아도 움직임뿐만 아니라 수어자의 얼굴 표정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언어는 인간의 필요에 의해 변하고 발전한다. 지금껏 나는 영어나 불어 등을 배웠으면서도 “사랑합니다”라는 기본 수어조차 알지 못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이에 따라 각종 매체에서 수어 통역을 자주 보았음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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