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미학 습관 1.<인간 실격>의 요조 "그랬구나"

아무래도 인간을 단념할 수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_책 중에서

by 일상여행자
(책앞표지)에곤쉴레, 자화상

친구 G가 지인들끼리 모여 이어가고 있는 북클럽에서 <인간 실격>을 읽는 중이라고 말했다.


나는 이 책을 보면 “진도 외딴집에서 쓸쓸히 죽음을 맞이한 화가 Y가 생각난다”라고 말했다.


언젠가 Y는 나에게 민음사에서 출간된 세계문학전집 103 <인간 실격> 책을 내밀며

“이 선생, 이거 내가 좋아하는 책이라 이 선생한테 주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나는 내가 사서 읽겠다고 말했었다. 이후로 책을 사긴 했지만 제대로 읽지 않고 있었다. 다만 책 앞표지에 있는 에곤 쉴레(1890-1918, Egon Schiele)의 ‘꽈리 열매가 있는 자화상(1912)’ 그림에는 관심이 많았기에 한동안 책을 책 앞표지가 잘 보이도 책꽂이 위에 세워 두었었다.


편안함 그리고 상대를 이해하는 듯 바라보는 에곤 쉴레의 자화상 속 눈빛과 마주하다 보면 자연적으로 레이첼스의 ‘에곤 쉴레를 위한 음악(Music for Egon Schiele)’이 떠올랐다. 반복해서 그 음악을 듣곤 했다. 피아노와 비올라의 앙상블 (...) 불안과 고통의 아이콘인 '에곤 실레'를 위해 헌정된 현대 발레에 맞추어 작곡된, 미적 감수성이 가득한 음악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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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 포 에곤쉴레.jpg
사진출처 (왼쪽) 에곤쉴레,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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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Y가 세상을 떠난 후에, Y를 만나듯 이 책을 꺼내어 읽었다. 작품 속 화자 ‘나’ 요조가 화가 Y의 어떤 부분과 겹쳤다.


“그랬구나”


“그래서 이 책을 그렇게 아꼈었구나”


알 것만 같았다.


쓸쓸함, 좌절 그리고 자신의 꿈에 삶을 내맡겼지만, 어떻게든 애써보았지만, 결국 혼자 남는다는 것


<인간 실격>을 쓴 다자이 오자무(太宰 治, 1909- 1948)는 스스로를 인간 실격자라 자조하며 자기 파멸의 지향을 자살로 마무리한다. 다섯 번째 자살 시도는 그가 39살의 나이였던 1948년에 일어났다. 마지막까지 떠나지 않고 그의 곁을 지키던 야마자키 도미에와 함께 약을 먹고 다마 강 수원지에 투신함으로써 그의 죽음을 완성한다,

800px-Osamu_Dazai.jpg 사진출처 : 위키백과, 다자이 오자무

작품에 쓰인 것을 작가 다자이 오자무의 실제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한 일이긴 하지만 어떤 부분은 혼재되어 있거나 사실로 받아들여도 될 것이다.


작품 속 화자 ‘나’ 요조도 몇 번의 자살을 시도한다.


컵에 물을 채우고 치사량 이상의 수면제를 입에 털어 넣고, 3일 동안 죽은 듯이 잠을 잔다. 의식이 회복된 후 제일 먼저 중얼거렸던 헛소리 “집에 가겠다”는 망이었다. 집은 어디를 가리킨 걸까, 요조 자신도 잘 모르는 집 하여간 그렇게 말하고 요조는 엉엉 울었다.


요조는 호리키와 희극 명사, 비극 명사 알아맞히기 놀이를 한다.

요조가 발명 한 놀이다.


“자, 준비됐어? 담배는?”

“비(비극 명사의 준말)”

“약은?”

“비”

“그럴까? 좋아 인정해 주지”

“죽음은?”

“희(희극 명사의 준말)”

그리고 이와 비슷한 또 하나 반의어 맞히기 유희를 발명

“검정의 반의어는?”

“하양”

“꽃의 반의어는?”

“달”

“아니야 그건 반의어가 아니야. 오히려 유의어지. 꽃의 반의어는 말이야... 이 세상에서 가장 꽃 같지 않은 것, 그것을 들어야지”

“그러니까, 그... 잠깐 뭐야, 여자군”

“죄, 죄의 반의어는 뭘까”

“자, 자... 둘이서 좀 더 생각해보자. 그렇지만 이건 재미있는 테마 아닌가? 이 테마에 대한 대답만으로도 그 사람의 전부를 알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그렇다. 나는 언젠가 누군가와 반의어 놀이를 하고 있을 나를 떠올린다.

“파괴의 반의어는 창조?”

“그럴까?”

“웃음의 반의어는?”

“(...)”


작품 속 요조는 겉으로는 늘 웃는 얼굴을 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어색함을 못 이긴 나머지 일찍부터 숙달된 익살꾼이 되었다. 어느 틈에 진실을 단 한마디도 이야기하지 않는 아이가 되었다. 잠자코 받아들이고 속으로는 미칠듯한 공포를 느꼈다.


요조는


'지금까지 제가 이비 규환으로 살아온 소위 ‘인간’의 세계에서 단 한 가지 진리처럼 느껴지는 것은 이것뿐입니다.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갈 뿐입니다.

저는 올해로 스물일곱 살이 되었습니다. (132쪽)

라고 말한다.




그리고


(다음은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이다)


그러나 백발이 눈에 띄게 늘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흔 살 이상으로 봅니다.

왠지 마지막 문장이지만 다시 시작으로 되돌아온듯한 느낌이다.

삶은 마지막이지만 이야기는 언제까지나 다시 시작


고인을 애도한다. 편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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